제가 겪은 미국 이민, 그리고 결론

  • #3169540
    Diaspora 73.***.131.10 3967

    2000년대 초반 제가 이민나올때즘 한국사회는 20:80 사회로 본격적 진입을하던 시기였습니다.
    90년대 초중반에 서울살이 전세금 빼서 미국으로 유학하여 수년만에 학위받고, 90년대말에 한국 대기업 연구소로 취업해서 돌아왔는데, 한국은 이미 분당-일산의 부동산 붐이 끝나가고 있었던 시절로, 제가 속한 세대가 평민으로서 운이 따라만 준다면, 그나마 부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부동산 신화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었던 시기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젋은이들의 비트코인 광풍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없는 현상입니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세대보다 더 열악한 젋은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과장에서 차장으로 진급하면서 몇년동안 다녀보았던 2000년대 초반의 한국 대기업은 사실상 합법적인 조폭조직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제 판단이 잘 못될 수 있는 것이니, 그냥 개인적 관점으로 양해바랍니다) 따라서, 미국 출장길에 우연치 않게 컨퍼런스에서 마주친 미국대학 동창의 즉흥적인 취업제안은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고, 귀국한지 2주만에 그로부터 날아온 이멜은 또다시 그의 즉흥적 제안이 결코 즉흥성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학을 했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이제껏 살아온지가 벌써 15년을 넘어갔네요.
    후회는 없습니다. 50대가 훌쩍 넘은지가 제법되지만, 여전히 아침일찍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삶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직장은 몇번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공무원입니다.

    미국 사기업직장 생활 10년만에 연봉의 정점을 ( 20만불) 찍고서, 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아래 연방공무원직으로 갈아탔습니다. 짐작하시는대로, 연봉은 엄청 깎였지만, 아이들 모두 대학졸업하고. 취업하었고, 제 살림살이 구조조정 해보니, 그동안 군살많게 살아왔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동시에 직장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살고 있습니다. 연봉이 깍였지만, 레이오프 공포로 부터 벗어났다는 점 하나로 줄어든 연봉은 충분히 감수 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전히 연락되는 한국지인들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저의 학번들은 (저는 80년대 초반학번입니다) 재작년에 모두 다니고 있던
    대기업으로부터 숙청당했다고 하더군요. 유일하게 생존한 이들은 극소수의 임원이 된 동년배 학번들 뿐이었습니다.

    요즈음 이 게시판에, 20대-3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분들이 미국이민에 대하여 부쩍 질문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런 질문들을 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로 부터 이미 듣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자제들이 대다수 20대이기 때문이지요.

    각자 처해있는 환경과 입장이 다양하다보니, 제 답변도 다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답변속에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내용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자식들이 평생 놀고 먹고놀만큼 물려줄 재산이 있으면, 가급적 미국유학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사서 고생하는거”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물려줄 재산이 없는대신, 유학보낼만큼의 재정능력은 있다면, “무조건 보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돈이 없다고 하면, 쓸데없는 자식참견하지말고 그냥 자식이 알아서 하도록 심적지지나 보내라고 합니다.

    이곳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답변들중에, 유학이나 미국이민을 금전적으로 따지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러한 답변이 반만 유효하다는 판단입니다. 삶이라는게 결코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게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수많은 선택을 “투자 대비 이익” 의 가치관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 불행해지는 수순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손해보면서도 기분좋은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결론은 이거입니다.

    한국에 부동산 소유한거 없으면 미국에 나오라! 입니다.

    좋은 결정들 하시고 행복한 삶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 1111 218.***.188.56

      좋은글 감사합니다.

    • 동감 47.***.195.95

      +1

    • Hubni 107.***.70.130

      멋지네요
      이십대 후반 미국에 이민겸유학? 와서 현재 정착과정에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공감가는 말입니다.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것은 미국 이민이나 유학은 본인 의지없이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또 그걸 부모가 강요하는 건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 Diaspora 73.***.131.10

        저도 동감합니다.

    • ddd 67.***.41.139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사회 초년생입니다.

      미국에서 20만불 받으실때 오버타임, 업무 강도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20만불 주는만큼 압박감이 상당했을 거 같은데 실제 어떤지 알고싶어서요

      • Diaspora 73.***.131.10

        업무강도는 가장 intense했습니다. 프로젝트들을 책임지고 끝마쳐야 했으니까요. 한달에 두새번은 밤을 지새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자의에 의한)
        하지만, 프로페셔널로서는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책임지고, 일을 분담시키고 리뷰하고 완성한 작품을 프레젠테이션 하고 평가받고 하는 과정속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보다는 일 자체를 즐겼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 수록 들더이다.

        게다가 사기업 다니는 동안만큼은 운까지 따라주어, 늘 프로덕트도 좋은 편이었고, 덕분에 연봉인상도 계속 되었지만, 결국 어느날 아침, 레이오프 시키더만요.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마치 어느날 갑자기 한창나이때 암선고 받은 기분이랄까요.. 지금은 이해가 좀더 가는 편이고요. 정치엔 별로 신경 안쓰고, 일자체만 즐기려했던 제 책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이젠 모두가 지난 일들에 불과하네요.

        업무에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요, 정치에도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도록 후배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설령 경쟁자가 저보다 실력이 앞서간다 해도, 결국엔 누가 살아남는가에 대한 결정력은 정치력에 더 있는것 같더군요. 실력이 우선이 아니라, 실력은 정치력을 받추어 주는 주요한 요건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실력이 중요치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가장 경쟁력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되새겨 보면, 실력과 함께 정치력을 갖추었던 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여우머리에 사자의 이빨과 근육을 갖춘 분들 말입니다. 물론 흔한 캐릭터들은 아니고요, 최고직위의 자리수가 극소수라는 걸 염두해보면,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캐리어 빌드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 합니다.

    • 공감 131.***.254.11

      비슷한 연배며 이민경력도 비슷해서 무척 공감가는 글. 특히 아래 부분.
      ===========================
      “자식들이 평생 놀고 먹고놀만큼 물려줄 재산이 있으면, 가급적 미국유학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사서 고생하는거”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물려줄 재산이 없는대신, 유학보낼만큼의 재정능력은 있다면, “무조건 보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돈이 없다고 하면, 쓸데없는 자식참견하지말고 그냥 자식이 알아서 하도록 심적지지나 보내라고 합니다.”
      ============================
      다만 위에서 수정한 것 하나있습니다. 좋은 학벌에 좋은 직장에 취직할 능력있거나 취직했다면 유학을 권하지 않음.

      • Diaspora 73.***.131.10

        좋은지적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1 71.***.39.63

      반도체 분야였나요? 지금은요? 자신의 분야를 밝히시는게 이런글에선 중요할거 같ㄴ네요

    • CIC 184.***.125.156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돈이 많다면 또는 좋은 직장이 있다면 유학은 오지 않는게, 같은 생각입니다. 원글님보다 10여년 정도 후배인것 같습니다. 학부후에 취직해서 모은 돈으로 유학오고, 미국서 직장생활을 10년가까이 일을 하다보니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 손으로 벌지 않은 돈은 기대할 수 없지만, 미국이 싫다라는 생각이 커서 학위 끝나고는 한국으로 돌아가려했으나, 실패를 해서 의도치 않게 미국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두번의 레이오프와 4번의 인수합병으로 거의 매년 레이오프와 진급과 퇴보(?demotion)를 반복하다보니. 올해도 30%정도 머릿수 줄인다는 공표가 신문에 나와서, 이렇게 계속 살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죠. 이렇게 살다보니 연봉/보너스와 직책은 더이상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또한, 한국이랑은 많이 다른 일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trial-and-error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래 프로젝트 리딩을 1년 정도 하면서 여우머리+사자 근육 비유는 격하게 공감되네요. 상황 가운데 저의 말을 받아주는 사람 즉 패거리 유무는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그 사람들도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전 아직 이정도가 저의 정치수준이라). 그런 무리가 있더라도 레이오프에 대한 방어책이 될 수 없으니까요. 미국 생활에서의 삶을 어찌 살아야 할 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겠네요. 두서없이 끄적였습니다.

    • Mono 172.***.172.31

      이래서 미국에 링크드인이 있고 페이스북이 통하는 거죠.
      취직도 추천서와 추천인 요구하고
      한국 미국 다 힘들죠.
      하고싶은 거 허면서 살면 제일 행복하겠죠…

    • Gm 172.***.41.234

      미국와서 나름대로성공하면 그런말이 나오져 그렇지않고서야.. 미국은 그 어느 선진국보다 살기힘든 나라죠..

    • gg 74.***.38.56

      취직도피형유학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사람으로써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특히나 한국에서 어정쩡하게 하게 살바에는 내노력으로 상위클래스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미국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 아마시안 218.***.203.106

      안녕하세요. 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최종적으로는 주정부 공무원으로 일하혀고 하는데
      공무원이 목표일 경우엔 사기업에 일하는 것 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공무원으로 일하는게 나을까요?
      대선배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 Sean 66.***.94.236

      정말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Hhh 24.***.77.1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나쁜 공기질과 갑질문화 때문만으로도 미국에 나올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은 한국에 그냥 두고 나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생활 20년 한국생활 10년 그리고 최근에 다시 미국에 나온 50대 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 생활을 경험하다 보니 제 선택은 자명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모르지만 현재의 단면도만 놓고 본다면 헬조선이 맞습니다. 경우에 따라 심지어 돈이 있어도.

    • rogue 137.***.255.33

      한국 망했다면서, 부동산 처분하고 나오시는분들도 이미 계시던데요.

    • 나름 힘나는 글 137.***.242.130

      연봉 20만불을 수년전에 찍으시고..능력있는데도 레이오프 경험도 있으시고.
      아직 저에게는 그런 경험 없지만, 회사에서 수많은 레이오프를 보았죠. 늘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막연히 생각하면서..
      국내 대기업 조폭 문화..맞죠. 다시 기억나게 합니다. 거기서는 저도 나중에 저자리에서 후임들을 마구 마구 갈구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5년이 지나 지금 다시 한국을 그리워 한다니…제가 잠시 착각을 했나 봅니다.

      여기에 만족하며 살아야 겠다 다시 생각합니다. 나름 영주권도 나왔고, 이제 애들 공부도 수억 들이지 않고 보낼수 있는데 미국 삶에 대해 너무 회의를 느낀것 같습니다. 한국에 그 돈많은 사람들이 보내는 자녀 유학을 저렴하게 보내고 있는 삶인데 말이죠.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한 글 감사합니다.
      한국을 그리워 하시는 분들…모두 힘내시고

    • 올림피아 156.***.249.244

      공무원은 커리어가 아닌 퍼블릭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블릭 서번트라고 믿고 재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봉이나 고용의 안전성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의식이 필요한 직업군입니다. 네가 만드는 정책이 우리 세대 우리 아들 세대 아니 우리 손자들 세대에도 유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라고 가르침 주시는 제 사수님 생각이 더 나는 군요.

    • re 157.***.21.49

      좋은 글 ..

      한인커뮤니티에 잘 나가는 분 많네요.
      못나가고 있는 개발자 엔지니어 이고.. 50대 인데 아직 쫄병이네요.
      (님 같지 않게 그다지 운이 따라주지 않는 듯 ㅋㅋ)
      최근 시민권 받고 연방공무원 생각해 봤는데,
      거의 비슷한 스팩의 잡을 지원해도.. 장벽이 생각보다 높더군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한 듯..)
      그래서 포기 했는데..
      역시 연방공무원으로 가야 하는건가?? ㅋㅋ

    • 이런 경우도 198.***.181.228

      한국에서 잘나가는 영어강사 였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해외 유학경험도 있고 한국에서 시간당 100만원 이상 받는다는대 이런 사람이 미국에서 성공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절대 이민오면 안되는 부류입니다.
      영어능력이라는 큰 장점이 있지만 그거 믿고 깝치다 노가다 하는 인간도 몇명 봤습니다.

Canc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