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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학을 와서 미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문과체질임에도 STEM 으로 띄어들어 지금은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H1B 신분 신입입니다. 2018년 중순부터 해왔으니까.. 1년 7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제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학교에서 CS 를 공부했지만, 기본 과목들을 제외한 300 레벨에선 친구들을 붙잡고 겨우겨우 해결하는 학생이고, documentation 을 보면 지레 겁부터 먹는 학생이었습니다만…
마음을 추스리고 부트캠프를 통해 디자인과 코딩을 접목시킬 수 있겠다 싶어 (원래 영화 / 음악 쪽 꿈을 지향)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가닥을 잡았고 현재 Bay Area 유명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작년 초, 조직이 개편되면서 시작됩니다. 하나의 큰 프론트엔드 팀이 개편이 되면서 네개의 부서로 갈라지게 되었고, 저는 그 중 라이센스 인가 팀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2년 전 타 팀으로부터 migrate 된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맡게 되었습니다.. 유저 매니지먼트하는 페이지인데 원래 b2b 업무를 전담하던 팀에서 담당하던 비즈니스 로직이 제가 속한 팀이 점점 비대해지자 따로 빼내와 저희 쪽 코드베이스로 copy and paste 한 것입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도 미흡해서 어떻게 손을 대기도 어렵습니다.
뭐 처음에는 이것도 운명이려니 하고, 신입이기도 하고 그냥 묵묵히 제 할일을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프론트 엔지니어는 둘 다 애엄마입니다. 그 중 한명은 정치의 신이며 (정말 필요한 일이지만, 결국 코딩적으로는 if statement 를 넣는, 유저 permission 관련 업무 담당), 다른 한명은 최근까지 출산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정작 코딩을 할 때 이 사수들은 제가 물어보는 것에 답을 정확히 해주질 못한다는 것입니다. 유지보수에만 특화된 시니어들이라 (백엔드에 강점이 있긴 함) 프론트가 좋아 일을 시작한 저에게 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permission 담당 사수는 제가 물어보는 UI 컴포넌트를 어떨때 이런 패턴을 써야하는지, 또한 promise call을 연결하는 이 지점이 왜 이렇게 짜여져 있는 거냐고 묻는 것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Permission 관련해서만 잘 압니다. 그 후로는 레거시 코드는 원래 그런거다, 이런 소리만 하고 있고.. 다른 사수도 비슷합니다. 오히려 출산 휴가를 다녀온 뒤로 저에게 계속 묻는 형편.. 근데 문제는 저 역시 레거시 코드베이스에서 놀다보니 저 역시 새 기술에 대해 감이 떨어져서 답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죠. 매니지먼트는 이런 것에 무지합니다. 돌아가니까 문제가 없어 보이겠죠. 사수들이 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보면, 어디서 복사 붙여넣기 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레거시 코드베이스에 새 기능을 넣는다는 건 많은 리팩토링이 수반되지만 늘 일정에 쫓기는 상황에 그거까지 어떻게 해.. 하는 분위기.
저는 배우는 게 없다고 느끼고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팀의 업무 내용 자체도 흥미가 사라지는 시점입니다. 요즘 윗 선배기수들은 다 타 팀으로 옮기고 심지어 저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백엔드 파트너마저 요즘 너무 리더십이 chaotic 하다며 타 팀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그동안 새 기능을 구현할 때 다른 팀 시니어들에게 코드리뷰를 요청하게 되고, 사수는 믿지 못하겠고, 레거시 코드베이스에서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타 팀의 테크스택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그 사이 리덕스 사가 패턴 적용을 하기 시작한 타 팀의 코드는 이제 리뷰 자체가 불가능하고… 성장하려면 계속 해야하는데 이젠 공부할 힘도 없습니다. 저희 팀 코드 베이스는 그런 걸 도입할 단계에도 와 있지 않습니다. 막상 타 팀의 시니어를 붙잡고 제가 작성한 코드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평가를 듣는 아이러니.. 사실 제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가이던스인데 이걸 타 팀 시니어에게 찾고 있으니.. 참 막막하네요.
이직을 생각하고 싶지만, 지난 1년 간 배운 것이 없기에 그것도 자신이 없고 결국 남은 것은 영주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 뿐입니다. 타 팀으로의 사내전환도 알아보았지만 다들 시니어만 찾고, 프론트 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상태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지하게 한국 돌아가서 식당 일이라도 할지 생각중입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