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개부페에 갔는데

  • #3577842
    칼있으마 73.***.151.16 246

    모임에 들어오셔서
    회장님을 엮임해 달라는 상소가 빗발쳐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자릴 감히.

    로 고사고사했더니

    지로 보나
    덕으로 보나
    체로 보나

    칼님밖에 없단 말에

    아 그거야 물론 그렇지마안.

    가만히 훑어봤더니
    나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 확실해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이 한 옥체
    모임을 위해 불사르겠단 각오로 시작한 회장님.

    모여 회의를 주재하다 봄

    하도 의견이 분분해
    싸우고 싸우다 지치면
    잠시 휴정했다 다시 다투고 다투다

    꼭, 반드시, 필히

    어떤 놈이
    이 안건을 상정하게 되어 있는데

    희한하게 그동한 피터지게 다투다 말곤
    다들 똘똘 뭉쳐
    신속하게 안건을 통과시키며 회의가 끝나게 되는

    그 안건의 핵심은 이거다.

    “아, 그냥 아무거나 먹어어.”
    .
    .
    .
    .
    .
    결국 제 2차 본회의가 시작되는데

    그 회의 장소는 길거리다.

    1차 본회의에서 깜빡하곤

    아, 그냥 아무거나 먹어어만 통과시켰지
    정작 가장 중요한 세부사항인

    뭘 먹어

    를 빠뜨려
    길거리에서 또 둬 시간 회의에 들어가는데,

    자장면 먹으러 가지?

    아이고 무슨 자장면여.

    순댓국 워뗘.

    아이고 무슨 순댓국여.

    순두부 찌갠?

    아이고 무슨 순두부 찌개여.

    갈비 한 대씩 뜯는 게 워뗘?

    아이고 무슨 갈비여.

    뭘 먹자고 함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색휘땜시
    노상회의가 길어지는데

    길어지는 원흉은 반드시 이색휘다.

    “아, 그냥 아무거나 먹어어.”

    를 상정한 색휘.

    봄 아무거나 먹잔 색휘가
    항상 가장 까탈스러워
    상종해 내기가 여간 까탈스런 게 아니다.

    아무거나 먹잔 소리는

    대책없는 소리로
    가장 무서운 소리라

    그런 말을 하는 놈은
    가까이 두지 않는 게 인생에 있어 이문이다.

    무튼,

    결국

    노상회의가 길어져
    회원들이 아사직전이라며
    폭발할 지경에 이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회장님의 직권을 발동하여

    자자자 시끄럽고

    짱깨부페로 가.
    .
    .
    .
    .
    .
    내가
    만장일치로 회장님을 추대받은 줄 알았었는데

    한 표가 기권표가 있어
    안 만장일치가 되어
    기분이 안 좋아 뒷조살 해 봤더니

    바로 총무색휘라.

    만사 불만투성이인 이 색휘가
    감히 내게도 불만이 있었고

    “아, 그냥 아무거나 먹어어.”

    걸 상정한 놈도 총무놈 그놈 였고
    자장면이니 순댓국이니 순두부니 갈비닐
    결사항쟁이라며 반대한 놈도 그 놈인데

    감히 회장님께
    하극상이자 도전이라니.

    “아, 무슨 짱깨부페요오?
    거기 가 봐야 값만 비싸고

    한창 먹성 좋은 젊은이들도 아니고

    우리같이 나이먹은 사람들은 양고래가 적어
    쬐끔밖에 안 먹어서

    가봤자

    본전도 못 뽑고
    손해여요 손해에”

    나도 참 인복도 없지.

    이런 미천한 인간이
    회장님인 날 보좌하는 총무라니.

    식당에 가서

    순대 채우는 걸로

    본전을 뽑니마니
    손해니마니
    이문이니마닐 따지다니.

    식당에 가서 이문만 냉긴다면
    식당쥔은 어쩌라고.

    걸 떠나서

    어떤 대가리가 탑재되었길래

    식당에 가서

    순대채우는 걸로

    본전을 뽑아얀단 생각이 해지는 대가린지.

    기가막혀 이후론

    그 총무색휘완 절대로
    밥나누는 일을 하지 않는다.
    .
    .
    .
    .
    .
    언젠가 동네에
    짱깨부페가 들어섰다길래
    마눌과 갔더니

    말 그대로 인산인해.

    문앞에서
    꼬라지 품위 떨어지게 줄 서 대기하다

    바드시 순번되어 들어갔더니

    실낸

    웅성대는 소리에 놀라
    입에서 도망쳐 나온

    비말,

    비말로 가득했고,

    아무나 앉고 간 자리를
    아무렇게 생긴 행주로
    아무렇게 닦은 테이블을 차지하게 되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역병 바이러스가
    무릎을 탁 치며 힌트를 얻은 게

    우한이 아니라

    짱개부페 실내에 가득 찬

    비말.

    걸 보곤 요것들이 힌틀 얻은 것 같어.

    무튼,

    숫잔 많아도
    먹잘 건 없는 짱개부페.

    해 나와 돌이켜 봄
    뭘 먹었는지 모르게 돼
    닷씨는 안 가겠다는 맹세와 다짐을 하게 되는 짱개부페.

    넌 아니?

    신호등도
    사람 봐가면서 바뀐다는 거?

    이것들도 아샨 무시해서

    내가 빨간불에 봉착하면
    파란불로 바뀌는데
    따악 한 시간이나 걸려서도
    것도 마지 못 해 겨우 바뀌어.

    그날도 그래서 하도 지루해
    독서광 답게 책을 꺼내 읽으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

    야이 사람아.
    다이어트 한다는 사람이
    먹잘 것도 하나도 없드만
    뭘 그렇게 많이 먹어어?

    “차암 영감도.

    아, 본전은 뽑고 나와얄 거 아녀어?”

    아, 쓰바.

    내 마눌입에서
    저런 악성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이 뿜어져 나올 줄야.

    기가막혀 이후론

    마눌관 절대로

    밖에서
    밥나누는 일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