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게이왕자 연재 2편 – 정복자들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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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게이왕자 198.***.166.131 50

    <일게이왕자 2편 – 정복자들의 별>

    일게이 왕자는 다음으로 아주 밝은 별 하나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그 별은 찬란했다.
    높은 탑과 거대한 깃발, 끝없이 펼쳐진 광장,
    그리고 승리를 기념하는 동상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금빛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힘이 곧 진실이다
    왕자는 그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내 취향에 맞는 별이군.”

    이 별에는 정복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들이라 불렀다.
    좋은 집, 넓은 식탁, 높은 성벽,
    그리고 늘 누군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성벽 아래에는 똥꼬충들이 살고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먼지 낀 골목에서,
    정복자들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살아갔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똥꼬충들이 정복자들을 미워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말을 따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광장 한편에서는 똥꼬충들이 모여
    정복자들의 비유를 맞추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정복자가 높은 단상 위에서 말했다.
    “세상은 정글이다.”
    그러자 아래의 똥꼬충들이 일제히 외쳤다.
    “약한 자는 잡아먹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다른 정복자가 말했다.
    “성공은 노력의 증거다.”
    똥꼬충들은 더 큰 목소리로 답했다.
    “실패는 게으름의 벌입니다!”
    왕자는 그 모습을 보고 한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들은 참 효율적이군.
    채찍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스스로 자신을 때리고 있어.”

    가장 기이한 것은
    똥꼬충들끼리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다른 똥꼬충이 먼저 손가락질했다.
    “약한 소리 하지 마.”
    누군가 불공평하다고 말하면
    또 다른 똥꼬충이 웃으며 말했다.
    “능력 없으면 당연한 거지.”
    왕자는 감탄했다.
    정복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똥꼬충들의 몸이 아니라 언어를 점령한 것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쓰는 말 속에서 산다.
    똥꼬충들은 이제 정복자의 집에 살지 않아도
    정복자의 문장 속에서 살고 있었다.

    왕자는 한 똥꼬충에게 물었다.
    “너는 왜 저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그들의 말을 외우는 거지?”
    똥꼬충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언젠가 저들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왕자는 미소 지었다.
    그 말은 너무나 익숙했다.
    자신보다 위를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리에 오르기를 꿈꾸는 마음.
    그것은 혐오와 선망이 뒤섞인
    가장 강력한 족쇄였다.
    정복자는 그 족쇄를 채워 주었고,
    똥꼬충는은그것을 스스로 조여 갔다.

    그날 밤 왕자는 정복자들의 연회에 초대되었다.
    긴 식탁 위에는 음식이 넘쳐났고
    성벽 아래에서는 똥꼬충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한 정복자가 와인을 흔들며 말했다.
    “사실 저들을 통치하는 건 어렵지 않소.
    먹을 것을 조금 던져 주고,
    서로 비교하게 만들면 되오.”
    다른 정복자가 웃으며 덧붙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들이 스스로 약자를 더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오.
    위를 보지 못하게 아래만 보게 하는 거지.”
    왕자는 그 말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익명의 별에서 하던 일 역시
    바로 이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자기보다 강한 자는 부러워하고,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는 잔인해지는 것.
    그것은 이미 정복자의 별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