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 10년

  • #3416214
    10s 72.***.196.67 2060

    벌써 시간이 10년이 흘렀더군요.
    10년 전 EE 로 박사학위 받고, 결국은 3개월 동안 오퍼를 받지 못하여 폐인 생활 하다가 (몸무게가 한 6-7킬로 늘었던 것 같네요. 스트레스와 생활리듬 불균형 등으로), 간신히 받은 오퍼가 잘 알지도 못하고 해본 적도 없는 프로그래머 였네요.
    박사학위까지 써본 프로그램이라고는 Matlab이 거의 전부이고, 학부때 들었던 c, c++는 저의 개판쳤고요. 정말 저는 프로그램이랑은 엮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하여 정말 박봉의 오퍼를 받고, 그 당시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허전합니다. 정말 다 내려놓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존심도 바닥 쳤고요. 대학원때 연락하던 사람들과도 제가 먼저 연락 끊었고요 … 근데 어쩌 겠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으니까요 ..
    정말 포인터도 잘 모르고 데이터베이스는 듣도 보지도 못한 상황에, 정말 안짤리려고, 또 곧 가정을 꾸려야하는 시기였기에 좌절할 시간도 넉넉치 않았습니다. 회사끝나면 모르는거 수북히 들고 도서관으로 무조건 향했습니다. 한국책 원서 가릴 것 없이 주문하고 사서 무식하게 공부했습니다. 무시도 당했지만 글쎄요 어느샌가 저도 자존심이 바닥을 쳐서인지 그렇게 서럽지도 않았던 같습니다.
    그렇게 CS라는 학문을 독학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니며 맨땅에 헤딩하다 시피 배우고 공부한 것이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도 같고요.
    그렇게 2 번의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며 프로트앤드 백앤드 맛을 보고, 정말 운이 좋아
    아마존에 입사 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5년이 그렇게 흘렀네요.
    글쎄요. 저는 운 70%에 노력 30%로 이만큼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 70%를 만들기 위해 퍼부었던 노력 30%는 적어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많은 분들께서 전공과 무관한 새로운 시도에 걱정하시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대한 노력하시라고요. 처음부터 하시는 것이기에 누구보다 더 확실히 하시라고요. 정말 탄탄한 30%의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70% 아니 그 이상의 기회와 운은 온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새해에도 건승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dd 192.***.37.50

      멋지십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들 화이팅!!

    • 11 199.***.243.193

      정말 대단합니다. 현실에 안주해 있는 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네요.

    • 반도체쟁이 2.***.129.74

      멋있어요. 사람은 자신의 전력을 다 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kb 54.***.196.171

      서로 연락이나 주고 삽시다. 운7기3에 한표입니다. 모든것은 확율이라는 것을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사회생활 28년차에 어찌어찌 하다보니 원글님과 같은 이름의 회사에 있습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시절 나에게 바닥이 있을까 의심도 해보고 했지요. 참고로 저도 원래전공과는 무관한 회사를 더 많이 헤메고 다녔지요. 전공… 글쎄요. 어느분야든 한 만시간 정도 파면 훙내는 내는듯 합니다. 한우물만 파는 분을 따라 갈 수 는 없겠지만 부족한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밤잠 줄이고우물을 파다보니 아무튼 뭔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원글님의 글에 동의 하면서 너무 전공에 얽메일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그냥 하루를 살아도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다 아니었던 가 싶습니다. 모두들 건투를 빕니다.

    • 21 67.***.112.114

      그 몇년 간 고생하셨고 최선을 다해서 가진 그 경험과 지식으로 탄탄하게 더 승승 장구 하시길.

    • 짝짝짝… 71.***.142.170

      자수성가하신거 축하드립니다!!!
      저도 남의 얘기가 아니기에…
      오히려 그렇게 젊었을때 고생한게 더 낫더라구요…
      지금하라면… 어우… 못할 것 같기도 하거든요…(아마 닥치면 또 해야할 겁니다만…)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 vkdlfl 208.***.5.165

      대단하시네요. 전 오히려 하드웨어쪽 박사를 받고 소프트웨어쪽으로 전향을 하고 싶은 사람인데 matlab밖에 모르시던 와중에 어떻게 프로그래머 자리를 얻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1 110.***.47.88

        작성자님이 님이랑 비슷한 상황이신데 여기서 오히려 라는 단어가 어울리나요??

    • 00 69.***.59.24

      Fortran, Basic, Matlab 만 알다가 assembler, C 흉내 내면서 일하다가 은퇴 했습니다.

    • . 207.***.26.26

      지금은 sde3인가요?

    • 수퍼스윗 184.***.6.171

      >다들 새해에도 건승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원글님도요.

      실험/조사를 통해 성공에는 능력 보다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연구는 그냥 재미로 하는게 아니라, public policy에서도 중요하게 쓰이는겁니다. 정부에서 펀딩을 줄 때, 과거에 결과가 좋은 곳에만 집중적으로 주는 것과,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 어느게 더 중요한 발견을 하는데 효과적인가?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죠.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이 많지만, 여전히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저도 경험해서 잘 압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좋은 랩, 좋은 교수” 밑으로 간 사람들이 나중에 오히려 더 고생하고 꼬이는 일도 많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잘 풀리는 경우도 봤습니다. 커리어에서도 좋은 자리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꼭 잘 되는건 아니더군요. 별볼일 없다고 여기는 곳을 지키다가 대박나기도 하고요.

      그러나 계속 노력하고 버티는 사람들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고 오히려 두려워 하기도 합니다.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