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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있으마 73.***.151.16 530

    그래,
    추석 전쯤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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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다람쥐만할 때

    다람쥐가 다 따간다고
    다람쥐가 다 따가기 전에
    다람쥐보다 먼저 가

    다람쥐가 밥그릇 다 챙기기 전에
    다람쥐 밥을 뺏어야 된다며

    청설모 같이 생긴,
    청설모만한 동네 형들이

    청설모 밥그릇은 더 크다고
    청설모가 밥그릇을 챙기기 전에
    청설모의 밥도 뺏어야 된다며
    청설모가 간 쪽이라고

    3시 방향으로 오른발을 틀며

    땡땡이 치고

    밤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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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깻대에 가려
    참깻대에 가려
    콩대에 가려

    알곡 몽땅 털려 앙상한
    옥수수대에 가려

    오후 다섯시만 되면
    되게도 거만해지는

    운동장 모퉁이의 국기계양대.

    계양대 꼭대기의
    낮달같이 동그란 국기봉이

    까치발로
    보일락말락하는 지점쯤에서

    궁민핵교 3학년 때
    5,6학년 동네 형색휘들을 따라
    3시 방향으로 오른발을 틀며

    총총총

    다람쥐 걸음으로 따라 나선

    땡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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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삼 잎으로 얼굴이 씻기고
    산삼 잎으로 정강이가 긁히고
    산삼 잎으로 귓때기가 베이며

    산 속으로 속으로……

    산의 내장까지 훑을 때쯤

    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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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이 끝난 교자상처럼
    윤기가 반질반질한
    밤색의 밤.

    반은 벌어졌고
    반은 안 벌어졌고
    벌어진 반의 반은
    떨어져 있고
    떨어진 반의 반은

    다람쥐, 청설모가
    제 밥챙겨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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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도
    부모님도
    형들도

    오늘만큼은 머리 속에서
    빼내 팽개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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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때까지 가 보자~~~~~~~~~~~~~~~~~~~~~싸이가 내 외친 저 소릴 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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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돼

    교실에서
    공부하다 먹으라던 변또,

    산에서

    밤 따며 먹는 밥
    와, 게 또 별미라.

    밥 먹다 밤 먹고
    밤 먹다 밥 먹고

    밥 먹어서 부른 밴지
    밤 먹어서 부른 밴지

    무튼

    부른 배
    딱 그만큼

    행복이 불러 오는데

    그 때 알았지.

    이런 행복이 있어
    땡중들이 산으로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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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낼도 먹고
    내낼도 먹을,

    나만 아는
    소나무 밑을 파고 묻고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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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손 허리에 차고
    짝다리 짚고

    미간,
    쟁기로 갈아 엎은 논 보다
    밴 더 골 깊게 찡그리고
    날 째려보는 엄마,

    아니,

    오늘 저 엄마가 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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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일루와.

    부지깽이로 패다패다 부러지자
    붴 빗자루로 패다패다 부러지자
    싸리비로 패다패다 부러지자
    삽으로 패다패다 부러지자

    쇠스랑을 들고 휘두르길래

    찍히면 간다

    싶어

    졸라리 토끼는데,

    학교 갔다 오던 작은형색휘,

    검은모자 중앙에 중이라고
    금뺏지가 박힌 모잘 벗으며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너 일루와.

    비열한 색휘,

    개겨 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엄마에게 흠뻑 맞아
    그로키 상태일 때의 날

    자전거 뒷자리 가방 묶는
    굵디 굵은 고무줄을 풀러선

    뒷산
    할아버지 산소 옆

    내 키 밴 되는 비석에 날
    꽁꽁 칭칭 묶더니

    닥치는대로 패는데

    아,

    드디어 내가
    할아버지랑 나란히 누워
    젯밥 나눠먹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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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형 너이 개새
    너 늙으면 내 손에 디질 줄 알어.

    이 한 마디
    비명으로 질렀다가

    10분 정도 더
    덤으로 졸라리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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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만

    내가 커서
    아무리 못 돼도 최소한

    대통령은 될 줄 안 귀한 자식여서,

    차선으로
    유엔 사무총장쯤은 될 줄 알아서

    (돌이켜 보니 이 건 아님,

    엄만 유엔이

    어디서 파는 건지
    어떻게 먹는 건지
    지금도 모르고 계심)

    허튼 길로 빠질까의 염려가 아니라

    산에 함부로 다니다간
    한여름 모기떼처럼 흔한
    사자, 하이에나, 치이타

    뭐 이딴 것들의
    간식거리나 되지나 않을까
    그게 걱정이셨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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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에
    비밀리에 양심선언한
    내부고발잘 알고 봤더니

    동네
    것도 옆 집

    같은 반 지지배 그 써글년

    현자,

    이 년이 언제부터 울엄마와 우정이 돈독한 사이였다고
    참 착하게도

    “칼 오늘 학교 안 왔어요.”

    투서 한 방에

    그 날

    완전범죄는 쫑치게 되고

    할아버지와
    나란히 눌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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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되고 보니
    별 생각이 다 난다.

    나 시방
    가을을 타고 있나 보다.

    차암!!!!!!!!!!!!!!

    엊그제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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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잘 것 없는 밤.

    고향생각이 나
    둬 근 사들고 온 밤.

    궈선 잡술려고 껍데길 깠더니

    알맹이는 없고

    현자

    그 써글년이 씨익 웃으며
    안부를 묻는다.

    저 써글년 뒤에선

    작은형 저 개새가
    자전거 뒤에서 고무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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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로리로타로티로리로롱~~~

    어, 작은형, 어쩐일야?!!!

    “난디, 시골에 온김에
    강경에 가서
    새우젓하고 황새기젓 좀 사서 부쳤다.
    한 일 주일쯤 걸린댜.”

    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아부가 이만저만이 아닌 작은형.

    고마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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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얘,

    넌 젓 좋아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