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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지아주에서 있었던 현대-LG 배터리 합작 공장 관련 소식을 접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한국 배터리 회사 합작 법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를 보면서 미국 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과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일하는 배터리 공장은 미국 자동차 회사의 자회사인 건설사가 총괄했습니다. 건설부터 배터리 설비 설치까지 모두 미국 현지 업체와 미국인 노조원들이 맡아서 진행했죠. 한국 엔지니어들은 L1이나 E2 비자를 받아 파견되었고, 오직 관리 감독, 장비 세팅, 시운전만을 담당했습니다. 일부 단기 출장자만 B1 비자로 방문했고요.
이렇게 모든 과정이 미국의 법과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기술자만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한국 기술자를 투입하는 것이 맞겠지만, 저희 회사는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미국 법을 준수하며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단 한 건의 인명 사고 없이 안전하게 공장을 완공하고 성공적으로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이번에 문제가 된 사태는 노동 허가 비자가 없는 인력을 대규모로 파견하여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미국 법을 준수하며 정석대로 진행한 회사와, 편법을 선택한 회사가 있다면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미국자동차회사에서 일하기 전 조지아에 있는 한국 자동차 회사 계열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의 업무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이번 사태는 결국 ‘돈과 시간’을 우선시하는 기업 문화와 ‘까라면 까야 하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칙을 지키며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