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바보같은 날

  • #3756226
    Ll 76.***.140.41 1492

    저는 미국에서 박사과정 마치고 연구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오늘 제가 하는 프로젝트를 팀원들 앞에서 간단히 발표하는 날이었는데
    왜이리 유난히 영어가 잘 안 들리던지…

    참고로 저는 미국에 대학졸업 후 건너왔는데
    중간에 한국 왔다갔다한 기간 제외해도 이젠 어언 10년차가 되어갑니다.
    박사과정 대학도 꽤 좋은 곳 나왔구요.

    제가 준비한 발표는 이제 익숙해져서 잘 했는데 (발표15분+질문15분)
    연말에 좀 쉬느라고 멍청해진건지
    동료직원이나 보스가 질문하는데 후루루루루루룩~ 하고 지나가는 거 같고 영어가 잘 안 들리는 겁니다…
    헛소리 하기 싫어서 제가 이해하는 건 이러이러한데 이게 맞습니까? 이렇게 역으로 질문을 해서 확인 후 넘어갔네요.. 이런 순간이 오늘 두서너번 있었습니다.

    이제 영어는 엔간히 알아듣는다고 방심했는데 이런 날이 있네요…
    동료들이나 보스가 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이런 일 때문에 금요일 오후인데 즐겁지 않고 꿀꿀합니다.
    여기서 태어났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한국에 돌아가야하나 싶은 생각까지 스치고요
    타지에서 뒤늦게 정착한 이방인의 삶이란 이런걸까요 아니면 저만 이렇게 바보같은지요

    • 그린 172.***.225.242

      다들 아무생각도 안하고 있을걸요 ㅠ;;;;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음 ㅠㅠ 그냥 당당하세요!!! 이미 여기서 박사하고 연구원까지 하셨는데 언어보다 그 내용물이 더 중요할듯요!!

    • 1234 166.***.147.88

      잘하고 계신겁니다. 그런 고민을 하신다는것 자체가 이미 성숙한 인격으로 보입니다. 당신은 꽤 멋집니다. 오늘만 우울한 고민 하시고 내일부턴 밝게 미소지으세요.

    • Ll 76.***.140.41

      제가 여기에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평소 달리던 이상한 댓글들이 아닌 훈훈한 리플이 달려서…좋네요. 감사합니다. 남들은 생각만큼 제게 관심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아는데 마음 다스리는게 힘드네요. 주말에 이런 어두운 생각에 침잠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174.***.142.174

      본인이 망했다고 생각들 정도면 정말 망한거임.

    • fs 174.***.110.30

      그냥 연말에 어디 놀다 와서 아직 회의에 집중이 안되나 보다 할걸요. 저도 딴 생각 하다 다시 물어보고 그런 적 많아요.

    • Ll 76.***.140.41

      음 발표자체는 잘 끝나서 완전 망했단 생각 까지는 안 드는데, 그 어색한 순간순간에 과연 미국인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어서 찝찝하단 거였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게 망한 거로 정의될 수도 있긴 하겠네요

    • Ll 76.***.140.41

      오랜만에 unplug하고 쉬긴 했거든요. 그래도 이번주는 계속 일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가 되었나 봅니다ㅠ ㅋ…

    • jobs 72.***.118.234

      Many studies have shown that people don’t really care about others. People are too busy with their own problems.

      Good luck.

    • 드리미 70.***.137.172

      You are on the right track. Don’t worry

    • ㅇㅇ 107.***.49.3

      고민하고있다는게 좋은거죠. 브래드봐요 짐승새끼지

    • SS 47.***.234.227

      힘내세요 그거 아무도 기억 안 합니다. 님은 더 발전할 이유를 찾은거구요.

    • 20년차 172.***.239.131

      언어는 첨부터 완벽하게 하기가 불가능하죠. 다들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곤란한 상황을 겪고서야 성장합니다. 오늘 깨진만큼 내적 성장이 일어났다고 자위하세요. 언어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당황하지 않는 뻔뻔함도 갖춰야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옆에 중국 친구들 영어하는걸 보면 느끼는게 많을겁니다.

    • jjjj 107.***.0.125

      언어는 지내다보면 늘더라구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실 한국에서도 무슨말인지 못들었어도 맥락만 눈치채서 대화했던 경우 꽤 있었던듯 해요

    • 지나가다2 108.***.175.189

      당신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저도 미국에 산지 20년도 넘어요 . 엔지니어라 적어도 내가 아는 지식이 남보다 월등할때는 영어 못해도 나도 자신있고 듣는이도 귀 기울이며 경청합니다. 그런데 내가 나도 잘 모르는걸 얘기할땐 나도 버버벅이고 상대방도 내말 들을려고 하지도않아요. 그리고 하나더 미국애들이 정말 맘먹고 고의적으로 말 돌려서 얘기하면 진짜 상황판단 하기도 어렵게 얘기하기고 합니다. 둘중 하나 실력을 키우던지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잘하던지….

    • 바람에 97.***.148.15

      주변에 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드세요
      어느날 그들과 농담따먹기 하는게 즐겁다고 생각되는 날이 올 거고
      그 때 가서는 영어가 좀 딸려도 뻔뻔해 지는걸 느길 거죠 ㅎㅎ

    • 인생선배 96.***.40.95

      느낌에 집중력 저하로 브레인포그(Brain fog) 잠시 생겼고 바로 인지하고 그에 따라 주변 평가 걱정 같은 확증된 불안감보니..약간 우울증이나 체력소모가 있는 느낌입니다. 댓글대로 누구도 신경 안쓰고 기억도 못합니다. 잘먹고 잘자고 잘놀고 리프레쉬 하시며 잠시 휴식 취하세요.

    • 지나가다 73.***.228.208

      뭘 그런 걸 가지고 마음 쓰십니까.
      어떨 때는 현지 미국인도 말이 꼬여서 말이 잘 안나와 얼굴 붉어지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넘어가는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발표 자료를 밤늦게까지 준비하느라 잠을 충분히 못 자면 그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더라고요.
      윗분 말씀대로 잘자고 잘놀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