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BBQ와 자녀교육을 위한 미국이민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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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연 67.***.36.2 4885

    고객 A는 다른 여느 한국 부모처럼 자녀교육 때문에 미국을 왔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갈 때가 되어 좋은 학군에 자리를 잡았다. 학생 신분(F-1)인 세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등록시키는 것보다 50만 달러 투자이민으로 영주권을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깨닫고 한국의 땅을 과감히 처분했다.

    투자이민은 신청한 지 3개월만에 청원서가 승인이 났고 순조롭게 모든 일이 진행되는 듯 했다.

    이제 다니던 사립학교를 접고 명문공립 고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가? 전학신청이 거절됐다. 이유인 즉 영주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영주권 신청 중이지 영주권소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측의 논리로 따지자면 모든 불법체류자는 미국 내에서 영주권이 없기 때문에 공립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다. 미헌법은 대학교육을 제외한 K-12 즉 기초 공교육을 신분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장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학군측에 연락을 했다. 그러나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과연 학교를 상대로 법적소송을 하는 것이 그 학생의 입학과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결국 학교측은 다행히 그 학생의 입학을 허락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아마도 명문고교라는 명분 하에 너무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 들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가 보탬이 된 것은 없고 부담만 된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봤다. 우리는 이민자이기 때문에 언어가 약하기 때문에 또 바쁘기 때문에 학교행사나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는지 모른다.

    반면에 우리 자식이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는 열렬히 바란다. 혹시 이런 모습이 이들에게 밉상으로 비쳐진 것은 아닌지.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첫 밸런타인스 데이 때의 일이다. 예쁜 초콜릿을 하나 사서 포장을 하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도록 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자 마자 가방에서 수북히 초콜릿과 예쁜 카드를 쏟아 냈다. 나는 단지 선생님만 의식하고 선물을 준비했는데 다른 미국 부모들은 반 전체 아이들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그 때의 창피함이란. 한국 부모들의 이기심을 깊이 반성했다.

    또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이 소속된 보이 스카웃 단원에 늘 적극적이지 못했다. 정기적인 모임과 캠핑을 준비하고 또 아이들에게 운전을 해주는 일은 거의 풀타임 노동이다. 집에서 살림만하는 엄마들이나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전문직을 포기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미국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한국 엄마의 치맛바람과 달랐다.

    나는 새삼 이들에게 기여할 것이 뭘까 생각해 봤다. 방법은 한국음식이었다. 한국 마켓에서 맛있게 양념된 갈비와 김치를 사서 캠핑장으로 달려 갔다.

    준비된 바비큐 그릴에 갈비를 올리니 맛있는 냄새가 사방에 풍겼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다음날 이메일로 “Korean BBQ Wonderful”이 쇄도했다.

    우리가 언어가 약해서 학교 참여가 어렵다면 이런 한국음식의 위력이 있다. 이제까지 한국 음식 싫다는 미국인을 보지 못했다. 한인 부모들이 함께 맛있는 갈비와 잡채를 만들어 학교 스탭들과 교사들에게 대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