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High Schools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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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네 199.***.160.10 3067

    지난 5월에 미국의 두 잡지에서 Best High Schools 순위를 발표했고,
    미주판 한인 신문들에도 이 기사가 나왔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이 순위를 본 사람들 중에서
    이 순위를 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순위라는 것이 대개는 그 실제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편한 정보를 주는 것이라서
    그 순위를 강조하는 사람일 수록 어쩌면 실제 내용은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어떨 때는 이런 순위를 정한 기준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순위의 의미와 한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순위가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들 중에서
    단지 하나의 snap shot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며,
    몇등의 차이가 별 의미없는 인위적인 숫자 놀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학교는 그 기준에 맞춰 순위를 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를 해서
    순위의 왜곡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도…

    예를 들어서, 대학 순위에서도 지원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을 수록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어떤 대학에서는 대학 지원 서류를 매우 간단하게 만들고
    고등학생들의 정보를 구입해서 그 학생들의 지원 서류를 미리 거의 만들어 둔 다음에
    그 학생들에게 연락을 해서, 자기 대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그냥 간단하게 online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사실은 허수에 가까운 것이지만, 지원자 수를 늘려서 순위를 올린다고 한다.

    어떤 대학은 총장의 보너스가 이런 순위에 걸려 있어서
    총장 입장에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순위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사실은 꼼수를)
    기울이기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늘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앙일보 등에서 실시하는 대학 순위 결정에 중요한 역활을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Best High School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아마 한국 부모들에게 첫번째 기준은 명문대 입학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다음은 SAT/AP 평균 성적 정도…

    그런데, 아래 두 잡지의 순위 기준은 기본적으로
    성적이 얼마나 좋냐는 것보다는 AP/IB 시험을 얼마나 많이 치느냐 하는 것이다.

    상황이 너무나 다른 학교들의 전국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많은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AP/IB 시험을 이용한 이들 순위의 기준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좀 다른 점들이 있는 것 같다.
    (제가 IB보다는 AP 시험에 대해서 좀더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주로 AP를 기준으로 설명함.)

    AP (Advanced Placement) 시험은 고등학교에서 대학 교양과목 수준의 과목을 미리 공부하는 것으로
    점수는 5,4,3,2,1점 (학점으로는 각각 대략 A,B,C,D,F에 해당) 중에서 하나가 되는데,
    보통 5,4,3점은 Pass로 간주하고, 2,1점은 Fail로 간주한다.

    AP 시험에서 5,4,3점을 받으면, 많은 대학에서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Top 대학은 5,4점만 인정. 또는 제한이 있기도 함.)

    요즘 미국에서 대학 입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AP 시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AP 시험을 치는 학생들의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어쩌면 사실 이렇게 증가하는 데에는 유명한 잡지들이
    AP 시험을 기준으로 Best High School 순위를 발표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P 시험을 치려면 한 과목당 $87라는 거금을 내야 하는데
    어떤 주에서는 AP 시험을 독려하기 위해서 이 금액을 전액 지원해 주기도 한다.

    (아, 그런데, 이곳에서는 AP라고 하면
    영주권 I-485 신청 후에 받는 Advance Parole, 사전 입국 허가서 (사전 여행 허가서)를
    떠올릴 것 같군요…)

    두 잡지에 나온 순위와 선정 기준을 찾아 보니…

    [US News & World Report]
    http://www.usnews.com/education/best-high-schools/national-rankings
    http://www.usnews.com/education/high-schools/articles/2012/05/07/best-high-schools-methodology

    1,2차 단계에서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만,
    전국 등수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AP/IB 시험 참여 비율’에 의해서 정해진다.

    (1) 12학년 학생들 중에서, 졸업 때까지 AP/IB 시험을 한과목이상 친 학생의 비율 (가중치 25%)
    (2) 12학년 학생들 중에서, 졸업 때까지 AP/IB 시험을 한과목이상 합격점수를 받은 학생의 비율 (가중치 75%)

    그런데, 이 비율로 하면 전국 1-26등까지가 모두 (1) 100% Tested (2) 100% Passed이 된다.
    이때, 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 (Tie Breaker)은
    (3) 이렇게 AP/IB 시험을 친 학생들 중에서, 1인당 친 AP/IB 평균 갯수

    이 잡지의 순위는 기본적으로 AP 시험 참여 비율, 즉 얼마나 많은 졸업생들이 AP/IB 시험을
    한번이라도 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합격점수를 한과목 이상 받은’ 학생의 비율이 중요한데,
    사실 합격점수를 받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성적이 좋은 학교의 경우 AP 시험 중에서 합격점수인 5,4,3점을 받는 비율이 90% 이상임. 2009년 시험 중 5,4,3점의 전국 비율은 57%)

    즉, 이 잡지의 순위에서는 성적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것 보다는
    AP 시험 참여 비율이 중요한 기준이다.

    물론, 좀더 많은 학생들이 AP 수업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기준은 중상 수준의 학교들의 건실함을 보이는데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으로 전국 top ranking을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Newsweek]
    http://www.thedailybeast.com/newsweek/2012/05/20/america-s-best-high-schools.html
    http://www.thedailybeast.com/newsweek/2012/05/20/america-s-best-high-schools-2012-how-we-compiled-the-list.html

    이 잡지의 순위에서는 SAT, AP 평균 점수도 포함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학생 1명당 친 AP/IB 시험 갯수이다.

    (AP/IB/AICE tests per student) = (Total number of tests) / (Total number of students)

    US News & World Report는 한 학생이 얼마나 많은 AP/IB 시험을 쳤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AP/IB 시험을 한번이라도 친 졸업생들의 비율에 관심이 있는 반면,
    Newsweek의 방식은 졸업생 뿐만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AP/IB 시험을 쳤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이것에 의해 순위가 1등인 학교인
    The Gatton Academy of Mathematics and Science in Kentucky는
    11-12학년 (우리나라 고2-3에 해당)만 다니는 학교이다.

    AP 같은 시험은 고등학교 저학년 (9-10학년) 때는 별로 치지 않고
    고학년 (11-12학년) 때 많이 치게 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같은 학교라도 11-12학년만 가지고 평균 시험 갯수를 구하면,
    9-12학년 모두를 대상으로 했을 때보다 당연히 값이 훨씬 커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11-12학년만 있는 학교에 매우 유리한 기준으로
    이것을 가지고 위 학교를 1등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비교를 하려면
    전체 학생들이 아니라, 그해 졸업생들이 그 동안 친 AP/IB의 평균 갯수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좀더 의미가 있는 비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순위에서 전국 top 10의 학교들을 보니
    상당수가 이 잡지의 기준에 딱 맞추어서, AP 시험을 많이 치도록 운영하는 곳으로 보인다.
    어떤 학교는 졸업요건으로 AP 8과목 이상 이수해야 하고,
    AP 시험이 학교 final exam 역활을 하도록 해서 AP 시험을 많이 치도록 독려한다.

    그런데, 이들 top school들의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은 AP 시험을 치지만
    평균 성적이 3점 이하인 학교가 여러 곳 있는데,
    이런 평균 성적은 상당수 학생들이 Fail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AP 성적이 좋은 학교에서 5,4,3점의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고려하면
    이것은 별로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AP 시험을 많이 치게 해서 이 순위가 올라가서 좋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fail을 한다면, 그렇게 시험을 많이 치게 하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SAT/AP 평균 성적으로 보자면 잘 알려진 학교 중에서 역시 뛰어난 학교는
    Thomas Jefferson for Science and Technology (VA주)인 것 같다.
    이 학교에서는 AP 과목보다 더 어려운 과목도 가르치는데
    이런 잡지들의 순위에서는 이런 post-AP 과목은 고려가 되지 않는다.

    이들 잡지의 순위 기준은 상위 그룹을 보여주는 한가지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개별 순위로 1,2,3등을 가리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긴 애초에 1,2,3등 순위를 가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옳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잡지 판매를 위해서 ??)
    이런 식으로 등수를 매겨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냥 이 등수 숫자만 기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약간 더 첨언하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명문대 입학률이 한국 부모들이 생각하기 제일 쉬운 순위 기준일 것 같은데,
    사실 이것도 어느 대학교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만약 적당한 명문대 10-20 정도를 대상으로 입학생 수를 비교한다면
    여기에 포함된 명문대 근처의 고등학교가 더 유리하게 될 것이다.

    SAT/AP 평균 성적을 비교할 때는 사실 시험 응시률도 중요하다.
    어떤 학교에서 SAT 시험의 응시률이 주위 학교보다 낮다면
    그것은 그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적게 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대학 진학률도 떨어지고…)

    그래서, 한 학교에서 SAT/AP와 같은 시험의 응시률이 올라가면
    좀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더 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평균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

    어떤 두 학교의 SAT 평균점수가 똑같이 1600점일 때
    A 학교는 응시률이 90%이고, B 학교는 60% 이라면
    전체학생들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로는 A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지역에 따라 SAT와 ACT 시험 응시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어려운 경우도 있음.)

    • 김상용 24.***.199.57

      USnews 에 나온 자료는 그나마 사실에 근접한 결과치로 보여지는데요. 학교마다 대학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인 AP강의 듣는 비율과 통과한 학생의 비율을 각각 25%,75%의 가중치를 두어 산정한 것은 객관성이 크다고 보며 이러한 자료들은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