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6 – 런던..그리고 TKD

  • #83660
    6년만기 24.***.74.254 4488

    그녀와의 아쉬운 이별, 꽤 많이 마신 맥주로 인한 약간의 숙취, 비행기를 갈아타느라 긴장했던 탓이었던 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런던까지 가는동안은 거의
    시체처럼 잠만 잤던것 같다. 비행기가 런던 상공을 선회하며 착륙을 준비할때쯤 옆자리 친구의 호들갑에 눈을 떠 하늘에서 런던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기서 잠깐 사과의 말씀을 전해야만 하겠다… 생환기3의 답글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말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는 날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들에 대한 기억은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너 전혀 되돌아 올 기미가 없는 경우들도 있다. 런던의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던 기억, 또 그 숙소가 어디였던가의 기억은 안타깝게도 후자의 경우에 속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을 생략할 때는 @@@ -> 요런 표시를 사용해 볼까 한다. (에이가 원 통에 들어간 모양같지 않나요?…그래
    서 에~이 원통해 대신…ㅋㅋ)

    그럼 숙소까지 온 경로와 숙소의 위치 또 숙소에서 짐을 다 정리해 놓은 상황은 @@@로 건너뛰고…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보니 꽤 늦은 시각이 되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밤 10시는 넘었던 것 같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그 친구랑 같은 방을 쓰기로 해서 그 친구 짐정리를 도와주었기에 더욱 늦어진 것이다. 이렇게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숙소에 여장을 푼 20여명의 우리들은 반정도되는 인원이 그 늦은 시각에 숙소앞으로 어슬렁거리며 모여들었다. 유럽에서의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간단히 맥주를 하자는 어떤 분의 제안때문이었는데 내 기억에 정작 그 제안을 했던 분은 피곤하다며 나타나지 않았고 2명의 여학생과 7-8명의 남자분들(만기와 옆자리 친구 포함)이 숙소 주인에게 얻은 세븐 일레븐 약도를
    들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바로 요 앞인거 같은데 2명만 갔다 오죠?’
    ‘에~이 구경도 할 겸 다 같이 가요…’
    ‘그래도 맥주 몇 병 사는데 이렇게 떼거지로…’
    ‘뭐 어때요? 구경도 할 겸 같이 가시죠…’

    이런 논쟁 끝에 결국 다 함께 가기로 결정한 우리는 약도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는 숙소 주인의 얘기를 전한 어떤 분(미국에서 어학 연수 경험이 있다며 직접 주인에게 설명도 듣고 약도도 받아오셨음)에게 의심
    의 눈초리(혹시 영어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 아닌가?하는)를 보내며 약 10분 가량을 걸어가던 우리는 드디어 약도에 크게 그려져 있던 지하철역(실은 계
    단을 올라가서 타야되었기에 지상철이라 불러야 겠지만…)이 눈 앞에 들어왔다.
    숙소 주인의 설명을 들은 분이 숙소 주인의 설명을 상기하며 열차를 타기 위해 올라가는 계단옆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기만하면 바로 세븐일레븐이 보일
    것이라며 바삐 발걸음을 옮겨갔다.

    쿵~탁~틱~픽~

    ‘아야~~ 왜 갑자기 서고 그래요?’
    ‘아~~ 왜 서요?’
    .
    .
    .
    그 분 뒤를 올망졸망 따르던 우리는 그 분의 급정거에 약간의 접촉추돌 사고를 내며 멈춰섰고 불평을 터뜨리던 앞에 몇 분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이 의
    아했던 나는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 지 알아보기 위해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맨 앞에 그 숙소주인과 얘기 나누신 분과 어떤 남자 분, 바로 뒤에 여학생 두명, 그 뒤에 나머지 분들, 맨 마지막에 나와 비행기 옆자리 친구 이렇게 걸아가고 있었는데 나와 옆자리 친구가 앞쪽으로 나가며 본 것은…
    음… 그렇다… 조용해질만 상황이었다.

    우리가 걸어오던 길이 왼쪽으로는 지하철표를 사는 매표소앞 조그만 광장(다음날 알게되었음)으로 되면서 우리가 걷던 보도는 오른편은 담, 그리고 왼
    편은 지하철 계단이 되며 좁아지게(어른 3-4명정도가 지나갈 정도) 되어 있었다. 가로등이 많지 않고 또 밝지도 않아 대체로 어둑어둑한 길을 쭉 따라 걷
    고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쳐야 할 그 계단 맨 아래에 우리가 본 가로등 중 가장 밝게 빛나는 가로등이 있었다.
    .
    .
    .
    음… 오늘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글을 끊어가려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아니 가로등이 너무 밝다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나? 왜 그걸 보고 조용해졌을까? 뭐… 이런 식으로 궁금해 하시는 분들 있을 지 모르겠다(없음 말구요~~~ㅋㅋ)는 생각에 하루정도 늦게 글을 올리더라도 런던..그리고 TKD는 단편으로 마무리하여 올리기로 결정…

    z
    z (만기 취침중)
    z
    다시 글을 이어가자면…

    그렇다… 설마 가로등때문에 1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해졌을리 없다. 우리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 원인은 그 가로등 불빛 아래에
    영화처럼 서있던 6명의 영국 젊은이(?)들 때문이었으니…

    위에서 장황하게 우리가 가던 길이 어떻게 변하는 지 설명한 이유는 바로 외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바로 그 외길을 가로막고 있던 이 영국 청
    년들… 좀 특이한 복장들이었다. 염색한 도끼머리에 나시를 입은 팔뚝으로는 멀리서도 선명히 보이는 색깔넣은 문신들… 담배를 피워 물고는 지들끼리 떠들다가 우리쪽을 스~윽 바라보고는 또 지들끼리 쑥덕쑥덕…

    우리 일행은 누구도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모두들 석고상처럼… 얼마동안 그렇게 대치상태가 계속되었다.
    일행을 헤치고 맨 뒤에서 맨 앞으로 나섰던 만기… 절대로.. 절대로 무서워서 그냥 있었던 거 절대로 아니다. (식은땀 주루룩~~~ ^^)
    (비행기에서 많이 마셨는데 첫 날부터 무슨 맥주냐 맥주는~~~ 그냥 숙소로 돌아가자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만기… (아까도 말했지만 절대로 무서워서 그랬던 거 아니다.ㅋㅋㅋ)

    막 몸을 돌려 일행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려던 만기…
    헉… 그 옆을 스쳐지나며 앞으로 씩씩하게 걸아나가는 여학생중 한명…
    그 여학생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머지 중생들…

    여학생과 영국 청년들의 거리가 점점 가까와 지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아~~~ 그때의 긴장감이란~~~)

    (이런 한심한 사람들… 여학생 혼자 적진으로 뛰어드느데 다 들 뭐하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몸을 돌린 만기…
    그 여학생을 향해 뛰어갔다.
    .
    .
    .
    마음만…
    .
    .
    .
    (어라~~~ 왜 다리가 말을 안 듣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로 무서워서 그런거 아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살다보면 가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경우 있지 않은가? 이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라 해야겠다…)
    .
    .
    .
    어쨌든, 그 여학생이 드디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적의 선봉과 마주칠때까지 우리 일행 중 누구도 선뜻 直汰訣?않았다.
    드디어 우리 씩씩한 그녀… 청년들과 무슨 말인가가 오고 가고… 곧이어 우리를 향해 돌아서더니 손짓을…

    (아~~ 그냥 돌아갔으면 좋겠구만…)

    내 뒤에 있던 어떤 분이 나를 약간 밀치며 성큼 앞으로 나선다. 비행기에서 맥주 꽤나 하던 해병대 다녀오셨다던 그 분… (역시!!! 멋져부러~~~)
    그분을 필두로 우루루 몰려가는 우리 일행…
    만기도 따라서… (거… 참… 사람들… 그렇게 맥주가 좋더란 말인가?…)

    그 영국청년(?)들과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며 파란색 도끼머리, 입술에 피어싱 3개, 팔뚝에 다리 꼰 여자나체 문신 등이 더욱 선명해졌다.
    어느새 앞서 걷던 우리 일행이 그 영국청년들과 바로 마주서게 되었는데…

    나는 보았다… 통로를 막고선 그 넘들 뒤로…
    나는 깨달았다… 길거리에 즐비한 간판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답답해졌다… 세븐일레븐… 저기 보이는구만… 얼른 가서 맥주나 사가지고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그렇다. 여기까지 와서는 우리 일행들 도대체 통과할 생각은 안하고 그 넘들과 갑자기 수다 삼매경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대화 내용을 알아 들을 수도 없어 대화에 끼어들 수도 없던 만기…
    (다들 영어는 어디서들 배운거야?… 제대로들 하고 있는 거 맞긴 맞는거야?… 도대체 뭔 얘기들을 하고 있는 거람?…)
    부러움과 질투…에다가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만기… 결국 비행기 옆자리 그녀석에게…

    ‘야… 도대체 처음보는 얘들이랑 뭔 얘기가 그렇게 기냐? 빨랑 술 사서 돌아가자…’
    ‘형… 잠깐만 있어봐요… 지금 심각하구만…’

    (이런 된장… 실실 웃고 있으면서… 심각은 무슨…)

    그녀석의 매몰찬(?) 응답에 빈정이 상한 나는 고개를 떨구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는 우리일행과 떠들어대고 있던 나머지 5명과는 달리 지하철 계단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고 있는 한 젊은이(?)를 보았는데…
    이 녀석… 다른 넘들과는 달리 머리가 일단 도끼머리가 아니다.
    덩치는 다른 녀석들에 비해 크지 않았는데 느껴지는 포스로 봐서는 아마도 그 무리에 우두머리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난 어차피 말도 안 통하니 재미도 없고해서 담배나 필 요량으로 담배를 꺼내 물고 그녀석이 앉아 있던 계단쪽으로 몇 걸음을 옮겼다.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갑자기 이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헉… 이녀석 눈빛 좀 보소…)

    그 녀석 눈빛… 장난 아니였다… 그러나 우리의 만기… 왠지 기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당당히 마주보는…
    .
    .
    .
    그런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절대 무서워서 그런거 아니다… 그냥 뭐… 음… 그렇다… 귀찮아서…ㅋㅋ)
    그렇다고 바로 눈을 내리 깔았다던가 그러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다… 담배를 물었으니 라이타를 찾아야겠기에… (어… 라이타가 어딨더라… 허둥지둥…)

    라이타를 찾기위해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고 있던 내 눈앞에 라이타가 쑥…
    그녀석 내게 라이타를 내민것이다.
    라이타를 건네 받아 불을 붙이고는 다시 돌려주며…

    ‘Thank you’ -> 정말 최대한 목소리 깔고 무게 잡으며…

    그 녀석 아무 말없이 라이타를 집기 위해 내 쪽으로 팔을 뻗었다.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당연하지 쳐다보지도 못했으면서…) 그 녀석 팔에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그냥 검은색으로만 되어 있었는데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알파벳… TKD…
    여기서 TKD가 뭔지 벌써 감 잡은 분들 계실 지 모르겠다. 아직 감이 안 오신 분을 위해…
    그 밑에 한 쪽 다리를 하늘로 쭉 뻗어 올려 옆차기를 하고 있는 문신이었던 것이다.
    자 이쯤하면 TKD가 뭔지 다들 아셨으리라…
    그래도 모르시겠는 분들 정말 감 없는 분들이다…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아실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TKD… 태권도의 영문 약어…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Do you know 태권도?’ -> 아까 Thank you 때와는 180도 달리 무척 호들갑스럽게…ㅋㅋ

    이녀석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헉…

    ‘Do you know 태권도?’ -> 이번에는 조용히 안 호들갑스럽게…
    ‘~~~~~~~~~~~~~~~~?’

    (이런 제길~~~ 하필 여기서 물결표시라니….)

    잽싸게 주위를 둘러보다 당찬 여학생과 같이 왔던 다른 여학생이 아무와도 말하고 있지 않고 있는 걸 본 나는 그 여학생을 부른다…
    그 여학생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며 다가온다…

    ‘저 이 친구가 뭐라고 하는 지 통역 좀…’ (아~ 쪽팔려… 물결표시…)
    ‘네… 잠깐만요…’
    ‘~~~~~~’ (캬~~아~~~ 발음 좋고…)
    ‘~~~~~~~~~~~~’
    ‘태권도 아냐고 물어 보셨어요?’
    ‘넵’
    ‘~~~~~~~~~’
    ‘~~~~~~~~~’
    ‘태권도 좀 배웠다는 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는데요…’
    ‘아~~~ 팔뚝에 문신보고…’
    ‘~~~~~~~~~’
    ‘~~~~~~~~~?’
    ‘저… 태권도 할 줄 아냐고 물어보는데…’
    ‘뭐… 좀 한다고 전해주세요…’
    ‘~~~~~~~~~’
    ‘~~~~~~~~~?’
    ‘얼마나 하셨는데요?’
    ’15년정도…’
    ‘~~~~~~~~~’

    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녀석 갑자기 계단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계단 밑으로 내려온다.
    그러더니 난데없이 허공에 옆차기를…
    쭉 뻗은 다리를 허공에 멈추어 놓고는…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자세 상당히 어렵고… 왠만큼 해서는 폼도 잘 나오지 않는다…)
    장난스러운 눈빛을 날리며…

    ‘~~~~~~~~~’
    ‘저… 이런 거 하실 줄 아냐고…’

    (이~노~옴~ 봐라… 짜~아~식~ 니가 자세가 좀 나온다만… 종주국 태권도에 비교가 되겠니!!!)

    바로 옆차기 날려주며… (그 넘보다 더 높이…)

    ‘Like this…’

    시끄럽던 주위가 조용해지며 사람들이 전부 나와 그녀석을 주목한다. (으메~~~ 창피한 거~~~)
    그 녀석이 발을 내리며…

    ‘~~~~~~~~ black belt ~~~~~~~~’
    ‘저기요… 이 사람은 태권도 5년정도 해서 검은띠라는 데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15년했거든요… 3단이라고 전해주세요… ㅋㅋ’
    ‘~~~~~~~~~~~’

    그 녀석 날 보며 또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날리며…
    ‘~~~~~~~~~~~?’
    ‘뭐… 혹시 멋있는 기술 같은 거 보여줄 수 있냐고?…’

    (이런 된장… 창피하게시리… 달밤에… 뭔 짓이람?…)

    생각과는 달리 나름 진지하게…
    ‘좀 비켜주세요…’

    왼발을 뒤딤발로 하여 오른발로 돌려차고 찼던 오른발을 땅에 뒤딤과 동시에 구르며 다시 왼발을 축으로 360도 회전하면서 두발이 모두 공중에 뜬 상태
    로 오른발로 바깥에서 안 후리기, 착지와 동시에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다시 뛰어 올라 같은 동작을 연결 반복해서 4번… (태껸이나 쿵후에서는 선풍각이
    라고도 한답니다…)

    주위가 잠잠… (아~~~ 정말 달밤에 체조를…ㅋㅋ)
    근데 갑자기 이 녀석… 박수를….

    ‘Wonderful…’

    그렇지~이? 멋있지~이? 이게 바로 종주국 태권도란다…
    이 녀석 날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뭐… 경외감이 묻어 나온다고나 할까!!! 우캬캬캬캬…)

    그렇다… 우리의 만기… 태권도 꽤 오래했다(6살때부터…). 같이 도장다니던 동기들 지금은 다들 관장이다… 중간에 허리를 다치는 사고만 없었어도 그 길로 쭉 갈뻔했었다는… (아까부터 내 말 쭉 안 믿어 오셨던 분들… 내가 진짜 무서웠던 게 아니라니까 그러시네…허~엄~)

    어쨌든, 딱 거기까지가 좋았는데…
    왜 우리의 만기는 오바를 잘 할까?… 그냥 조용히 [나 이제 맥주 사러 갈란다] 그랬음 좋았을 걸…
    팬들 의식하느라 괜히 으쓱해져서는…
    어느새 담배를 꺼내 문 그 녀석을 흘낏 보며…

    ‘저… 이 친구보고 담배 좀 물고 있으라고 하세요… 뒤돌아차기로 담배만 날려버린다고…’
    ‘네~~에? 어떻게…?’
    ‘뭐… 이왕 달밤에 쇼한거… 좀 더 하죠 뭐… 전해주세요…’
    ‘그럼… ~~~~~~~~~~~~~~~~~~’

    한참을 듣던 그 녀석… 손사래를 친다… 못하겠다는 모양이다… (짜~아~식 쫄기는…)

    ‘싫다는데요…’

    일단 이 녀석이 쪼는 것을 기점으로 분위기 제압에는 성공했으니… 딱 거기서 멈추고 맥주나 사러가지… 쯧쯧…

    ‘뭐… 그럼… 손으로 들고 있으라고…’
    ‘~~~~~~~~~~~~’
    ‘OK’

    그 녀석 입에서 담배를 빼내고는 손으로 잡아 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약간 뜸을 들이며 뒤돌아 찰 거리와 높이를 재는 만기…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 녀석 손이 떨리는게 보인다. ㅋㅋㅋ

    ‘Don’t move… OK?’
    ‘OK’

    휙~~~ 퍽~~~ 휘~잉~
    ‘Sh…it’
    풀썩…
    풀썩…

    여기서 위에 의태 또는 의성어를 분석해 보도록 하자…

    휙~~~ -> 만기 뒤돌아차는 소리…
    퍽~~~ -> 담배를 들고 있던 그 넘의 “손”을 정확히 가격하는 소리…
    휘~잉~ -> 담배 날아가는 소리…
    ‘Sh…it’ -> 그 넘이 아픔에 치를 떨며 욕하는 소리…
    첫번째 풀썩 -> 그 넘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는 소리…
    두번쨰 풀썩 -> 만기도 쪽팔림에 동시에 주저앉는 소리…
    .
    .
    .
    그 녀석도 나름 무게잡고 있던 녀석인지라 외마디 비명 이외에는 아프다는 기색도 없이…(ㅋㅋ 꽤 아팠을텐데…)
    한동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
    .
    .
    ‘Are you OK?’

    통역을 해주던 여학생이 걱정스런 눈길로 그 녀석에게 묻는다… (당연히 OK 아니쥐…)
    그러나 그 녀석 씩 웃으며 일어나며…

    ‘~~~~~~~~~~~~~’

    나도 따라 일어나며…

    ‘뭐라고…?’
    ‘입에 물고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ㅋㅋ’

    그녀가 그녀석 말을 전하며 웃는다… 그녀석도 웃는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매우 겸연쩍어 하며…ㅠ.ㅠ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이 노래 다들 아시죠?)

    어쨌든, 그 후에 마무리는 잘 기억나지 않고 우리 일행은 서둘러 세븐 일레븐을 향해 걸어갔다.
    나도 따라 걷는다. (또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야~~~)

    그렇게 우리는 맥주를 사서 무사히 숙소로 귀환하여 런던에서의 첫날밤을 열었다는 전설같은 실화였습니다…


    참… 아까 그 영국청년들과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었길래 막 웃으면서 얘기했냐고 술 마시며 물었더니…
    비행기 옆자리 친구녀석… 재밌어서 웃었던게 아니라네요…
    그 청년들… 아마 지하철 깡패… 뭐 그런거였나 봅니다.
    우리가 그 외길 지나서 맥주사러 가야고 한다니까… 통행세를 내라고 했더랍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웃었던 이유는 뭐냐니까… 글쎄요… (여기서 한번 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얘기하다보니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만기 자랑이 되었네요… ㅋㅋ
    제가 달밤에 체조한번 걸지게 한 덕분에 별 마찰없이 통행세도 안 뜯기고 맥주 사 왔으니…ㅋㅋㅋ


    자 그럼… 우리 오바의 달인 만기의 좌충우돌 이야기 다음편 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7 – 코벤트가든 으로 이어집니다.

    • 6년만기 24.***.74.254

      이번 글은 좀 길었네요…
      그나저나… 저 수요일부터 휴가 간답니다. 플로리다 사라소타(Sarasota)에 있는 아는 형 집을 거쳐 Sandpiper에 있는 Clubmed로 다녀올 계획인데…
      아마 다음주까진 글 올리기 힘들거 같네요…
      그럼 다녀와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 Dreamin 63.***.211.5

      미국에서 이렇게 글을 많이 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감사히 잘 읽었읍니다.

      저는 TKD하는 나라에서 와도 배운적도 없으니 잘 못합니다.
      대신 제 큰놈은 7년해서 2단이고 작은놈은 3년해서 초단입니다.

      제가 못하는 걸 잘하시고, 용감하시니 참 존경스럽습니다.

      아마 세상을 별 걱정없이 사시는지 부럽습니다.

    • 기다림 12.***.58.231

      저는 오늘 처음 만기님 글을 6편 쫙 읽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저는 98년에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해었죠. 배낭 여행은 아니고 교수님 심부름으로 칼스루헤라고 조그만 독일 남서쪽의 조그만 동네에 가서 우리 자료 보여주고 거기 기계로 결과 뽑아서 돌아오는 한 2달짜리 프로젝트인데 주말마다 근처 돌아다니면서 참 재미있었는데 저도 나중에 용기내서 한번 써볼까 합니다. 여행에서 빨리돌아오셔서 나머지 써주세요. 그럼 즐거운 여행 되세요.(혹시 이번 플로리다 여행기를 먼저 쓰시는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 만기팬 204.***.196.151

      다음주 지날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잔인한 휴가 스테쥴…

      휴가 잘 다녀오시구요. 다녀오자마자 얼른 올려주세요.

      이번글도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

    • 산들 74.***.171.216

      오늘따라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앉은 컴앞, 만기님 글때매 웃다가 정말 뒤로 넘어가는줄 알았습니다..ㅋㅋㅋ
      히트곡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아무래도 그 진지한 곡을 들을때마다 만기님 생각에 더이상 진지하게 듣지 못할듯..^^*

    • kk 131.***.206.75

      정말 재미있게 쓰시네요..덕분에 저희들도 로마에 엤는 스페인게단에서 노니는데..시실리에서 왔다는 남 학생이 태권도 단증을 보여주며 자랑하더라구요..한창 이런 저런 애기로 사이가 좋았는데..갑자기 친구중 한명이 시실리면 마피아의 본고장아냐 하는 바람에 그 남학생들 무지 화를 내서 우리 는 사과 하는라고 정신없었다는…기억이 새록 새록

    • eb3 nsc 76.***.232.250

      저도 만기팬… 암튼…커플스에 너무 재미있고, 대단하신분들 많다니깐요…
      기대 만땅…연속…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오셔서 또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