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포닥

  • #3720364
    Kkk 38.***.4.199 1270

    해외 박사후연구원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전공은 STEM 분야이며 해외대학에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포닥 1년차 2년차땐 앞으로 갈길이 까마득히 멀게 느껴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출판에 집중해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나름 신선한 경험이라 거기서 의의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분석기술들도 제법 익혀서 적용해보구요
    3년차가 되면 마음을 좀 다스리게 될 줄 알았는데 박사과정에 비해 마음을 터놓을 곳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더 힘듭니다.

    예를 들어 현재 지도교수가 (임용된지 2년된 신임교원) 자신이 포닥때 다른 statistician과 진행하던 과제를 저보고 끝내보라고 건내받은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분석은 다 되어있고 저는 논문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거 점점 파고들수록 결국은 제가 분석도 다시 다 해야하고 거기서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지도교수는 이런 거 배워놓으면 제게도 도움이 될거라고 하고 맞는 말이긴 한데,
    마음 한켠에서는 솔직히 자신도 잘 모르는 걸 왜 나한테 주는가 싶고 (얼마나 논문지도를 할 수 있을지도 살짝 의문입니다)
    학계에 있으면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우는 걸 당연시 해야하긴 하지만 도대체 저는 언제까지 배우기만 하고 자리는 언제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프로젝트를 몇 개 더 진행중이고 개인사정상 올해가 아닌 내년 정도부터 잡마켓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볼생각입니다.
    다만 저는 여전히 아카데미아에 뜻을 두고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에 진행 상황이 따라 인더스트리도 진지하게 고려 중입니다 (다만 제 분야는 학계가 인더스트리보다 연구분야에서는 앞서는 편이고 학계와 인더스트리 간의 연봉 차이도 다른 붐야에 비해서는 작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 길을 먼저 가신 선배님들의 조언 격려 위로 또는 따끔한 일침 등을 듣고 싶어서 입니다.
    3년차 포닥인 제가 자꾸 지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거 정상인가요?
    다른 분들은 돈도 제대로 못 받는 연구노예가 된 기분이 들 때마다, 그리고 (전적으로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청춘을 저당잡힌 기분이 들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시는지요?

    • 먼저 72.***.66.82

      1. 지도교수가 시켜도 님이 정말 의미 없다고 생각되면 하지 않겠다고 말해보세요. 지도 교수는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데 님도 마찬가지 입니다.

      Life is too short to do postdoc.

    • 단순 98.***.255.83

      Life is too short to do postdoc.

      쉽게 생각하세요. 닥치고 하자 혹은 trust your gut feeling (i.e. 딴 데 가자)

    • Hp 50.***.178.80

      자기생각대로 움직여야한다에 한표 날립니다.
      심지어 요즘 한국에서조차 위에서 까라고 까다간 나중에 버림받는데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바보취급 받습니다

    • 요즘 76.***.178.130

      3년차 포닥인 제가 자꾸 지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거 정상인가요?
      >> 비교하지 마세요.. 그 부정적 생각도 비교에서 나옵니다. 그냥 님의 상황이 지금 그런 기분일뿐입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포닥 10년 하는 분들중 자기의 목표를 위해 묵묵히 나가는 분들은 그런 생각 아마 수십번 했지만 목표를 위해서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STEM 분야에서 포닥 3년이면 일반적인 경우(?) 축에 드는 데 벌써 지치시면 안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미래의 내이름을 건 나의 연구실을 생각하면서 오늘을 버티어야 합니다. 혹자는 열심히 연구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열심히 버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이고 내일의 나입니다.

      다른 분들은 돈도 제대로 못 받는 연구노예가 된 기분이 들 때마다, 그리고 (전적으로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청춘을 저당잡힌 기분이 들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시는지요?
      >> 시각 차이 일뿐입니다. 반대의 상황에 사람은 연구는 제대로 못하면서 돈의 노예가 된 기분인 사람도 많습니다. 그 분들도 돈에 청춘을 저당 잡힌 기분이 들겁니다. 연구에 미련이 있고 아카데미를 원했지만.. 아카데미로의 기회가 없어서 혹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돈의 길을 택한 분들의 마음 한켠에는 항상 아카데미를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케데미에 있어도 돈이 궁하면 마음한켠에는 연봉 이 자기보다 월등한 돈의 길을 택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다들 자기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길을 묵묵히 갈뿐입니다.

      사족으로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학위 후 포닥없이 바로 메이저로 갔습니다. 연봉이 아카데미 가는 분들의 2.5배 정도 였지요.. 그런데 4~5년 지나니까.. 아 내가 뭐하나 싶더군요,, 그래서 회사 그만두고.. 다시 포닥을 시작하려고 찾아 보니.. 포닥자리도 괜찮은 건 없더군요.. 그리고 그때 포닥시작한 동료들은 아카데미로 슬슬 자리 잡아 가고 있고요.. 아 나도 학위후 포닥해서 아카데미로 갈걸 하는 생각이 들더 군요 “돈에 저당 잡힌 청춘 기분” 저의 이야기 입니다. 그래도 다시 포닥을 찾아서 좀 괜찮은 곳에서(시골 깡촌” 한국으로 치면) 제의가 와서 거기로 갔어요.. 그리고 학위후에 아카데미 연구에 감을 잃었는 지 죽어라 해도 결과가 안 나오는 겁니다.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포닥 급여가 다른 분보다는 후해서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요. 어짜피 회사다녀도 비슷한 업무량이니/ 그걸 연구량이고 생각하고요) 그러고 5년을 보내고 결과 좀 얻어서(저는 학교는 좀 안맞아서) 아카데미 성격 + 국공립연구소에 재직 하게 되었습니다.

    • ㄱㄷㄱㄷ 174.***.76.233

      3년 뽀닥했는데 내년부터 잡서칭 한다고? 왜 아직 까지 포닥인지 되돌아보길

    • 화이팅 66.***.115.157

      고민이 많으신것 같네요. 저도 고민이 많거든요. 인생살이가 어렵다는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는 교수 3년 정도하고 작년에 인더스트리로 나왔습니다.
      교수가 인생의 목표이고 꿈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왜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인생엔 답이 없는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지마시고 본인이 목표로 하는 일 하시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로 쓰려니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힘내시고요. 응원합니다.

    • 이전포닥 98.***.103.131

      이 웹사이트에 다시는 댓글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지나가다 보고 남일같지않아서 한줄 남기고갑니다. 저는 포닥 5년후 주립대에 자리잡았습니다. 약간의 의견차이는 있으나 윗분들 말중에 틀린말이 하나도없습니다.
      1) 지도교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됩니다. 포닥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빠르게판단할수 있어야됩니다. 어느정도 이기적이어야합니다. 지도교수가 최고의 지도를 주지않는다는걸 명심하세요. 그리고 본인연구는 포닥본인이 훨씬 잘합니다. 하라는대로 하다보면 성공하겠지 -> 이게 제일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마인드로 계시면 임용이 되어도 나중에 실패합니다.
      2) 연구이야기만 있는데 포닥시절에는 네트워킹이 추후 성공을 위해서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임용시장에 주차장이론을 아시죠? 모르면 찾아보시구요. 네트워킹이란 추후에 백화점에 주차할때 주차안내요원이 있는것과 없는 것같은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포닥생활을 지내시는데 있어서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보라는 말입니다. 이 연구를 하고안하고 못하고 잘하고가 아니라, 이연구를 함으로써 어떤 포텐셜이 있을지, 어떤 추가적인 인맥이 생길지도 한번 생각해보시라는 말씀입니다.
      3) 청춘 뺏긴생각 들죠. 이런생각이 들면 제일 중요한것은, 아카데미아가 내 길인지를 생각해보세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워크라이프밸런스가 중요한사람은 아카데미아에 가면 안됩니다. 아카데미아에 간다는건 스스로에게 굉장히 가혹해야합니다. 가시는곳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조교수생활이 포닥생활보다 훨씬 힘듭니다. 제개인적으로는 박사과정과 학사과정 차이처럼 느껴지니까요. 조교수생활 포함 앞으로 5-10년 계속 (혹은 더 힘들게) 이렇게는 못살겠다~ 하시면 빠르게 다른길을 찾아보는게 정신건강과 이후 신체건강에 나을 수 있습니다. 뭐가 맞는길인지는 정말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른사람 이야기는 그냥 참고만하는 거구요.
      도움이되셧길..

      • 오잉 73.***.218.44

        너무 좋은 댓글이시네요..
        상대방의 상황과 어려움을 공감하는 글들..

        계속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 박사후보생… 119.***.176.174

        학계로 갈 생각 없으면 박사를 안하는게 나을까요?
        전 아카데미 보다는 인더스트리 쪽 연구로 가고 싶은데…
        박사과정, 시작하기 전인데 시작하지 말고 바로 인더스트리쪽으로 가는게 나을까요?
        아카데미쪽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 ㅁㄴㅇ 132.***.13.137

      포닥 글은 안쓰러워보이는지 신경써주는 댓글이 종종 보임.

    • Kkk 50.***.147.18

      감사합니다. 요즘 멘탈이 쿠크다스고 교수된 친구들은 밥먹자고 해놓고는 연락도 없고 (이미 축하한다고 연락은 했고 만나서 괜히 신세한탄 자리가 될 거 같아 다시 먼저 연락하기도 그렇네요) 그래서 이 글을 주말에 홧김에 올려놓고는 다시 돌아오기가 겁났습니다. 그래도 무책임한 일인 거 같아서 고민끝에 들어와 봤습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포닥은 아무래도 안쓰러워서 여기답지 않게 부드러운 댓글들이 달린 거 같아 마음놓고 읽어봅니다. 오늘 하루도 버티겠습니다. 다들 좋은 한 주 되시구요!

    • 박사후보생… 119.***.176.174

      저보다 앞서가신 선배님 글 보니… 박사를 진지하게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네요 ㅠㅠ
      이미 합격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아직 시작 못한 연구실도 있고, 다른 학교도 지원 중인데,
      아카데미쪽 갈 생각 없으면 그냥 석사에서 멈추고 인더스트리쪽으로 빠지는게 나을까요?
      계열은 공대입니다.

    • 요즘 76.***.178.130

      욕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세요
      세상물정은 몰라도 되고요.. 연구하면서 책만 파지 않습니다.
      논문을 파지요..
      앞으로 욕을 하더라도 정신차리고 하세요..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한 욕 “나비효과”로 다 당신에게
      온라인 이든 오프라인에서든 돌아 갑니다.

      이글에 또 욕하실꺼죠
      욕하는 건 당신의 의무지만 듣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욕이라고 생각하게 쓰세요

      당신은 욕을 했는 데 듣는 사람은 “욕이 아니라 미친 새끼 염병하고 있네”
      기분이 들면 당신은 욕쟁이 악플러가 아니라
      “미친 사람” 되는 겁니다.

      시간내서 욕쟁이 악플러 인정 받기 위해 글을 올렸는 데
      반대 효과가 나오면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더 독이 오르시고요..

      그럼 욕을 욕답게 쓰시기를

    • 요즘 76.***.178.130

      번개 같이 욕을 다는 유명한 분에게 쓴 글인데
      관리자께서 지워서 원글에게 하는 소리 처럼 되었네요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 Kkk 50.***.147.18

      악플러에게 그냥 욕 갈기는 것 보다 이렇게 잘근잘근 씹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거 같습니다. 걔네가 이런 댓글을 이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요. 좋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