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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FAANG같은 소위 A급 대기업에 들어갈 실력이 되지 않아
코딩 인터뷰도 정말 대충 하는 B-C급 대기업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연봉도 지역 평균보다 덜 받으며 일했죠.
거기서 만난 매니저는 하는 일이 뭔지 모를 정도로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면
갑자기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사라지고 하루종일 보이지 않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일은 상당히 널럴했고, 매니저가 사실 매니징을 포기한 상태였으니
회사 다니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는 큰 경영난을 맞았고
저는 레이오프 되기 전에 절 받아준다는 회사를 찾아 단번에 오퍼를 물었습니다.
그 회사에서 첫 만난 매니저는 정말 다시는 같이 일하기 싫은 유형입니다.
사람이 너무 부족해서 세네명이서 할 일을 한명이 몰아 하고 있는 상황에
자기 실적과 influence를 늘리려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일을 더 만들고 더 받아왔습니다.
저는 처음 1년은 주말도 거르고 매일 12-15시간 일했지만
매니저는 그런 절 보며 “너는 너무 shy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봉급인상을 거의 안해줬습니다.
그리고 매니저가 나는 경력이 부족하니 팀의 시니어가 될 사람을 대려왔는데
그 사람은 정말 실력은 없으면서 정치질은 열심히 하고,
뭐 한번 만졌다 하면 모든게 고장이 나서 내가 세벽까지 수습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절 경쟁자로 여겼는지 밤 늦게까지 은근히 괴롭히는 등
정말 24/7 짜증나게 만들었습니다.
매니저는 테크니컬쪽으로 아는게 없으니
제가 일 관련 중재를 요청해도 하는게 없었습니다.
나쁜 사람은 절대로 아니었는데, 매니징을 잘 못하는 사람이
매니징 하려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자기와 팀원들 모두를 괴롭게 했던 매니저였습니다.
그래서 그 팀에서 딱 2년 채우고 이직을 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기기로 작정했는데
마침 2년 채우기 직전에 제 스킵레벨이 절 시니어로 승진시켜줘서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로 이전하는게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현 매니저는 정말 이전에 같이 일했던 매니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말 딱 필요한 일만 팀원들에게 시킵니다.
일이 좀 많아질 것 같으면 사람을 빨리 더 뽑고,
항상 일이 더 많아질 것을 대비해 컨트랙터 두명을 여분으로 대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뽑을 때도 경력만 보는게 아니라 반드시 정치적인지 아닌지를 가립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전 매니저는 제가 아무리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해도
“계속 이렇게 열심히 하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겠는걸?” 같은 밀당성 멘트만 남발했는데
이번 매니저는 팀원들이 조그만거라도 하나 했다 하면
그 성과를 performance evaluation때 어떻게 써먹어서 연봉을 늘릴 수 있나
같이 연구하고 의논하며, 대부분 그렇게 얘기한 대로 봉급 인상이 됩니다.
알고 보니 이번에 대학 졸업한 초년생들 채용할 때도
우리 팀에서 뽑은 사람이 제일 돈을 많이 받더군요..
매니저가 직접 HR에 가서 하이어링 패키지 협상을 해줘서.
돈 버는 것에 있어선 한 가족같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일에 있어선 정말 필요한 것만 지시하고 나머지는 optional입니다.
솔직히 팀 분위기가 이렇게 좋으니 여기서 받는 연봉이 타 회사보다 모자라도
그냥 계속 남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 보면 매니저랑 같이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있던데
이 매니저를 만나니 그게 이해가 되더군요.
저는 운이 좋은가 봅니다 5년만에 그런 팀을 만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