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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한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두가지 종류의 대학이 있다.
고려대학 부류의 대학들과, 전남대학이다.고려대학은 십수년전에 삼성 이건희에게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면서, 그 학교의 생명줄을 끊어 놓았고,
전남대학은 현대 정몽준이가 그 대학으로부터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으려고 하는것을 무산시키면서, 새롭게 최고의 대학으로 태어났다.물론, 고려대학 종류의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전남대학 종류의 대학을 졸업하는 것 보다 취업에 유리하다.
취업이 잘되는 학교가 명문대학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대학을 못다녀본 사람이거나, 대학에서 공부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다. 취업학원을 다녔다고 봐도 무방하다.현재 한국에서 실제적으로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존재하는 전남대학에는 수많은 훌륭한 학자들이 훌륭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학문활동은 취업학원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대다수 다른 대학과는 별 상관없는 학문활동이다)
학문활동은 반드시 취업과는 별관계가 없다. (노벨상 받은 학자들을 한번 보아라 그 누구도 취업하려고 취업 잘시키려고 연구한 학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란 말이다)전남대학의 훌륭한 교수들이 십년전에 영입한 아주 뛰어난 학자 한분이 계신다.
그의 이름은 “김상봉” (당연히 취업과는 상관없는 철학과 교수이다).그가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 했다. (한국사회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시각이다)
진작에 망했어도 별로 놀랄일도 없는 한국이 아직도 굴러가고 있는 국가조직으로 남아있는 것은 김교수 같은 지식인들 때문이다.조폭 양아치들이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대다수 한국대학 교수사회에서 김상봉 같은 이가 교수로 존재함은 말 그대로, 진흙탕속의 진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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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교수의 인터뷰에서 발췌>함석헌이 자주 한 말이 있다. 한국 사회 불행의 뿌리가 뭐냐고 물으면 ‘자기상실’, 그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왜 그런가. 한국 사회가 주체로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다. 말기적 현상이다.
한국 사회는 외적으로는 외세에 기생하고 내적으로는 희생양을 만듦으로써 지탱되는 사회다. 본래적 의미에서 ‘나라’라고 하는 걸 추구해보지 못했다. (김상봉은 5·18을 다룬 탁월한 논문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를 썼다.) 우리 모두가 같이 나아갈 방향이 없는 나라다. 언제든지 ‘변침’될 수 있는. 외부의 조종에 의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는 나라, 그런 파국에 처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다.
이승만 시대에 외세 의존이 고착됐고 박정희 시대에는 외세 의존에 더해 약자의 희생 위에서 지배세력들이 생존을 확보하는 패러다임이 만들어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정확히 나타났다. 처음 들어선 민주정부가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보답’한 것이 정리해고였다. 약자의 희생에 기초해 사회 안정을 확보한다는 패러다임에 근본적으로 손도 못 댔다. 그게 상징적으로 드러난 게 ‘세월호’다.
가만히 있는 것. ‘물’이 들어오는 걸 모른다. 개인이 주체로서 한 번도 교육받지 못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는다.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만큼 경악할 만한 일이다. 막상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살려고 발버둥친다. 그 아우성이 ‘강남역 사건’이다.
칼로 찌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공적자금 투입해서 자본가만 살리고 노동자들 쫓아내는 것도 다 살인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자기의 생존을 겨우 부지하는 사회다. 희생시킨다는 것은 언제나 폭력적인 것이다. 칼로 찌르고 목을 조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해고가 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