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터뷰 후기

  • #164482
    URS 72.***.46.184 7727

    이력서를 한 300개쯤 뿌렸나 봅니다. 토목공학이긴 한데 제 세부전공은 흔하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랬구요. 나중엔 어디라도 일좀 하자는 심정으로 일반 토목까지 다 뿌렸습니다.

    스킬셋, 직장경력사항, 학력, 논문실적, 어느하나 빠지는게 없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미국에선 심하게 빠지는 모양이었더랬습니다. 미국애들 하나둘 직장구해서 떠나갈때
    뒷모습만 보고 있었습니다. 될라나 싶으면 영주권 문제, 비자문제때문에 잘 안되곤 했습니다.
    커리어페어를 갔었는데 그룹 리더가 와서 제 이력서를 받고는 꽤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었습니다. 그 회사에있는 졸업생을 통해서 이력서를 미리 보내놓은 상태였는데 그 리더도 졸업생이고 해서 대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끝나고 어땠나..뒤돌아보니..너무 내 이야기만 많이 하지 않았나..싶은 후회가 들었었습니다.
    그러다 첫 인터뷰 기회가 왔네요. 기회가 오고나니 커리어페어에서 떠든게 잘했다 싶었습니다. 역시 사람마음은 간사합니다.
    스크리닝 인터뷰를 잡자고 하길래 완전 쿨한척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속으론 ‘전화인터뷰…부담스러운데…’
    근데 3시간후에 다시 전화해서 걍 온사이트 스케줄 잡자고 하더군요. 가능한한 빨리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컨펌메일을 받았는데 만날 사람들중 3명중 2명이 같은 지도교수제자 더군요. 좋은출발이라생각하고 나름 그날부터 4~5일을 준비에만 매달렸습니다. 물론 일도 해야하니까 저녁, 주말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준비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도 각 인터뷰당 한 두번씩은 터트린거 같네요. 웃음주는게 좋다고 해서…제 전공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 몇개 준비해 갔거든요.

    거리가 한2시간 정도 걸리고 아침에 후닥닥거리기 싫어서 연구실에서 먼저 취업해 나간 미국놈네 집에가서 하룻밤 자고 3시간 전에 회사앞 스타벅스에서 다시 준비한거 읽어보고 30분전에 들어갔습니다.
    미팅중이라고 좀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입구부터 대기업의 포스가……

    부서로 올라가니 아는 얼굴들이 몇 보입니다. 전공이 특이해서 그런지 8명 남짓의 팀에 5명이 졸업생이고 3명은 아는얼굴… 첫 인터뷰상대는 커리어 페어에서 만난 그룹리더.
    이사람 참 말 빨리하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캐치를 다 하겠더군요. 미국온지 이제 3년차인데 영어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만 준비한대로 열심히 눈에 힘주고 이야기 했습니다.
    돌발질문 너 라이팅이 문제있어보인다 길래 속으로는 ‘니가봤냐!!’ 라고 말하고 겉으로는
    잘한다고 거짓말하기 싫다. 하지만 나 지금도 공부중이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굉장히 좋아질꺼다. 라고 말했더니 걍 끄떡거리고 넘어가더군요.

    두번째는 제가 들어갈 팀 리더,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착하게 생긴 외모에 목소리는 따뜻하고…제 스킬셋이랑 자기 경력이랑 너무 일치하는게 많다고 굉장한 관심을 보이네요. 그러더니 베네핏 패킷 날 위해 뽑아놨다고 주면서 언제부터 일할수 있겠냐는둥 아주 호의적이더군요. 내일이라도 할수있는데 이사할 시간만 좀 달라그랬더니 달력보면서 4월 23일 근처 어떠냐 하더라구요..그래서인지 말 실수도 없었고 몇몇 대답은 심하게 동감하더라구요. 캔디데잇이 몇명이고 어디 출신이고 다 말해주길래 속으론 ‘이사람이 나한테 왜이러지…’
    모든미팅이 끝나고 1층까지 마중나오면서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길래…돌아오는길에 김치국 한 10통은 마셨나봅니다. 나 되는거 아니야??

    세번째는 나랑 한 30번이상 메일로 연락하고지낸 시니어, 얼굴은 첨 봤습니다만 보자마자 알겠더군요. 처음엔 서로 좀 어색해 했습니다. 그러더니 폭풍질문을 하더군요. 대부분 제 논문에 대한 테크니컬한것들….엄청난 관심…말도 좀 버벅거리고 후회되는 답변도 몇개 있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니…쩝… 알고보니 제가 쓴 모델을 회사에서 쓰더군요. 그래서  이 모델이 나랑 제일친한 친구라 그랬더니 박장대소. 조금 찝찝했지만 다음사람한테 저를 인도하더군요. 어라?? 원래 3명아니야? 나 준비물 3개만 준비했는데? 이력서, 제 키패이퍼 두편 뽑아서 파일철해갔었거든요..약속이 틀리잖아!!!

    네번째 만났사람은 내 이력서 받아서 전해준 졸업생…회사생활 하기에 별 문제될게 없는 사람인지를 볼꺼라고 하더군요. 마치 바에 앉아서 이야기나누는듯한 편한느낌으로 이야기 나누었는데, 몇몇 이야기를 마칠때마다 ‘내가 물어볼 말이 그거였다’ 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제 이력서가 아주 스트롱 하다는둥 롱텀으로 보면 아주 우리일이랑 잘맞는다는둥 이야기 나누고는 다시 두번째 팀리더에게 데려다 주더라구요. 다음주에 결과 나올꺼라는 귀뜸과 함께…
    집에 오자마자 thank you 메일 쓰고….하루종일 한끼도 못먹었던지라 밥먹고…쉬었습니다.
    오는길엔 김치국 엄청 마셨는데, 와서 생각해보니 버벅댔던거..말 잘못했던거..만 생각이 나네요. 뭘 잘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고…그리고 캔디데잇 중에 한명(같은 지도교수 이번학기 졸업생)이 연락이 왔네요. 자기는 다른데 가기로 결정했다고 굿럭이라고. 
    한국에서 제 첫직장 구할때 거의 다 됐다가(부서장이 전화해서 열심히 일해보자는둥…)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마음 접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빨리 잘되서 이 몇년째 이어지는 생활고 타파와 함께 가족들 병원이라도 편하게 갈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다른데 찾아보니…또 제 전공분야는 뽑는데가 잘 없네요.
    이상 허접한 인터뷰 후기였구요…모두들 건승하시고..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분위기 98.***.75.21

      분위기 좋은 인터뷰였네요. 꼭 좋은 소식 들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 67.***.130.30

      더이상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안될사람 붙들고 저렇게 하면 오히려 민망할 것 같은데요..

      조만간 좋은 소식 있으시길 바랍니다.

    • JSA 69.***.27.110

      저두 토목(구조)인데 정말 300개 정도 뿌린것 같습니다.
      다행히 운좋게 작년 초에 JOB을 잡아 시작했더랬죠

      근데 세부전공이 뭔지요?

      보아하니 URS에 지원하셨군요 제가 플랜트회사에 있을때
      저희 회사 대표적인 vendor 였습니다.

      꼭 좋은 소식있으시길 바랍니다.

    • 원글 72.***.46.184

      감사합니다. 전공은 coastal engineering 입니다. 저도 기도하고있습니다.

    • DD 71.***.53.78

      ‘가족들 병원이라도’ 라는 말이 와닿네요.
      나중에 오퍼 받으면 말씀주세요. 화이팅.

    • 오~ 166.***.69.204

      결과는 기다려야 알겠지만
      잘 되실것 같은데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

    • bcg 131.***.0.126

      분위기가 아주 좋았네요. 누가 그러던데, 온사이트 인터뷰에서는 테크니컬한 스킬을 보는게 아니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보는 거라고… 그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터뷰 였던 것 같네요.

      저도 온사이트에서 기분이 좋았는데 김칫국 마시면 항상 결과가 안좋길래 마음 접고 기다리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세한 인터뷰 경험 감사하고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업데이트 해주세요~

    • 지나가다 71.***.90.138

      우선 분위기 무지 좋아보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차분하게 대신에 마음을 되도록이면 비우시기 바랍니다. 설령 있을지도 모를 ‘나쁜 소식’ 때문이 아니라 ‘좋은 소식’은 마음을 완전히 비웠을때 날아오더군요. 쉽지 않다는 것 잘 압니다. 그리고 ‘가족들 병원이라도’ 라는 말씀에 저또한 아련한 마음이 드네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 마음 백번이고 이해할 겁니다. 건승을 빕니다.

    • 동감 98.***.254.121

      우선 수고하셨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처음에 하면 진짜 진 빠지고 힘들죠. 저도 처음 온싸이트 보고 분위기 좋았는데 정확히 일주일후에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님의 경우는 저보다 나은것 같긴 하네요. 절망에 절망을 거듭해서 겨우 온싸이트 6-7번 후에 가장 가고 싶은 곳에서 오퍼 받았습니다. 님도 곳 오퍼 (여기나 혹시 곧 다른 곳에서) 받을테니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 원글 108.***.223.98

      응원의 글들에 감사드립니다. 금요일에 팀 리더로부터 연락이 왔네요. 휴가, 컨퍼런스 때문에 결정이 4월 둘째주까지로 미뤄졌답니다. 연락줘서 고맙다고 답멜을 보냈습니다만 보통의 경우 이렇게 미뤄지는거 안좋은거 맞지요? 마음을 진짜 더 비웠네요….

    • bcg 131.***.0.126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바로 결정이 내려졌으면 더 좋을 테지만, 그래도 굳이 메일을 보내준 걸 보면 아직 희망이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팀 멤버들과 함께 최종 후보 2명 정도 중에 고르려는게 아닐까 싶네요. 김칫국 마실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닌것 같고요. 그래도 만일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다른 곳도 준비하는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