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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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장 98.***.201.84 5912

    한동안 가슴이 메말라 10년 가까이 써온 칼럼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민 개혁안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불황속에 우리 커뮤너티가 겪는 어려움을 지켜보며 내 생활에서도 특이한 일 없이 다람쥐 챗바퀴 도는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글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전 한 친구와 나누었던 ‘처음처럼’ 이란 생각을 되새겨 보고 싶다.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바로 잡고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다른 시각을 갖을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처럼’ 이란 문구가 소주병 위에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처럼 이란 문구를 되새기면 시작할 때와 같은 의지와 감정과 배포를 계속 가질수만 있다면 이겨내지 못할 고난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꿈이 많지 않았다.  어린이 전기문집에서 칸트 전기를 보고 철학자가 되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명시모음을 읽고 시인이 되고 싶었고, 이후 세상에 불공평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 외에는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은 꿈도 백마 탄 왕자를 만나고 싶은 꿈도 꾸어 본적이 없다. 간혹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고 지란 지교를 꿈꾸지만 내가 적극적으르 일구는 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 주기 바라는 수동적인 꿈이다. 

    이렇게 꿈이 단촐하다 보니 그 꿈에 많은 것을 거는 것이 당연할텐데도 꿈이 생활이 되고나서는 처음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평생의 싸움이 되었다.  

    가는 길이 조금만 험해져도 용기를 잃고 대로가 한동안 지속되면 나태해 진다.  내 사명이 나같은 사람을 믿어주고 문제를 의뢰하는 고객을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그 목표를 돕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최선을 추구하면서도 적당선에서 타협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반이민 감정이 드세져 케이스 진행에 어려움이 길어지면 내가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가 딴 생각이 든다.

    내가 가는 길이 끝이 안 보이는 마라톤 같을때 주저 않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인것 같다.  처음에 나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그 모습대로 자신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 과제가 이 사람이 내 믿음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었었는지 어떤 결심을 갖고 시작했는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했는지 돌이켜 본다면 지금 내 앞의 돌덩어리는 뛰어 넘을 수 있다. 

    전용 야트로 전용 개인 비행기로 여행하는 친구를 두었지만 개인 비행기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 개인 비행기로 여행하고 싶다는 부러움이 있을때가 더 좋은 것 같은 이 마음은 자기 위안일까?  갓 대학을 졸업하고 적은 예산으로 2달 넘게 배낭 여행을 하면서  끼니때마다 먹은 적보다 거른 적이 더 많았었다.  당시 호숫가에 아름다운 식당옆을 지나가면서 나는 언제 다시 이곳에 돌아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을까 부러워 했던 기억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회상하는데 정작 화려하고 맛있는 곳에서 식사한 기억은 잘 나지가 않는다.  좋은 것을 누릴때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며 노력할때 더 큰 진전과 행복이 있다.

    끊임 없는 나와의 싸움을 인정하면서 고비마다 누군가 도왔다는 것 또한 인정하고 감사하고 싶다.  내가 당연히 해야 했을 일인데도 진심으로 고마와 하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 덕분에 처음 처럼 돌아 가기가 가능했다.  오늘도 감사하며 그 격려를 입어 처음처럼 행복하게 내 사명을 다 해야 겠다. 

    Copyright© Judy J. Chang, Esq. All rights reserved. (쥬디 장 변호사, J Global Law Group. E-mail: Contact@JGlobalLaw.com; http://www.JGlobalLaw.comhttp://twitter.com/JGlobalLaw  )

    • psalm 157.***.98.203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로서 이런 공개적인 곳에 개인적인 글을 남기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에 어느글에서도 참 인간적인 그리고 공감가는 글을 남겨 주셨는데, 참 감사합니다.

      저도 용기를 내어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겨 볼까 합니다. 저희 가족이 미국에 온것은 2002년 6월 초였습니다. 모두가 월드컵본다고 한국으로 가는데, 저희는 거꾸로 미국으로 온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 취업영주권을 시도했으나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패하고 작년 2009년 1월에야 다시 LC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에 회사에서 기절해서 응급실에 실려갔더랬습니다. 병명은 Brain Tumor였구요. 그 때 부터 9개월을 회사를 쉬어야 했더랬습니다. 모든 의사가 살기 어려운 경우라고 했지만, 저는 지금 회복단계로 다시 복직도 했고 영주권 진행도 다시 시작해서 오늘 Finger print를 하고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그 과정을 겪으라고 하면 도저히 감당못할 일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잘 견디고 감사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사람은, 특히 나이가 어느정도 된 사람은 바뀌기가 참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저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난의 과정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소위말하는 “모태신앙”을 가진 크리스챤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는 저의 사랑의 범위가 그리 넓지 못했더랬습니다. 늘 저와 가까운 가족을 위해 기도했었습니다. 욕심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젠 사랑의 대상이 조금은 더 넓어진것 같습니다. 아프고 힘든 과정에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마음이 아픈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뀌고 있는 것은 감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불평을 늘어놓았었던 그런일들도 이제는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고, 이젠 몸도 많이 회복되었다고 처음의 마음을 많이 잊은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속해있는 소모임 website에 올려놓은 예전 글들을 가끔 읽으면서 다시 처음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이거 남의 컬럼에 비록 댓글이지만, 이런글을 남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우시라면, 정말 기분 나쁘지 않게 삭제하겠습니다.

    • 기다림 70.***.49.241

      부창부수 멋진 글에 멋진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정말 소주병에 붙어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름입니다. 저도 미국 올때 처음 마음 가짐을 다시한번 되세겨 봅니다. 두분모두에게 감사합니다.

    • 샌프란 206.***.158.194

      며칠전 장 변호사님하고 상담하면서, 참 괜찮은 분인거 같다.. 라구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조용히 금욜 오후에 읽으면서 여러가지 많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글이네요. 저도 초심 잃지말고 열심히 가진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에 psalm님 글도 참 감사합니다. 얼렁 빨리 완전히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처음처럼.. 67.***.164.179

      처음처럼이란 단어를 저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네요.
      제목이 처음처럼이라 무작정 들어왔더니 이런 좋은글이 있군요.
      주디장님이 변호사시군요. 전 변호사를 싫어합니다만 님의 글에서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부디 처음 변호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영원하시길 기도합니다.
      psalm님의 글을 보면서 저하고는 조금 다른 어려움이었지만 많이 힘드셨겠다 생각듭니다.
      전 우여곡절끝에 영주권을 받았는데 그거 받으면서 겪은 서러움에 저라는 존재는 그냥 모두 소멸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것도 몸을 낮추시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었는데
      이제…다 끝났구나 하는 시점에서 엄청난 어려움이 닥쳐 오는군요.
      처음처럼…처음처럼으로 돌리기에는 도저히 역부족인 제 어려움앞에서 어찌할바를 모르는 제게
      오늘 글들이 (원글, 답글들 모두…) 많은 위안이 됩니다.
      모두 건강하시구요. 미국생활 힘드시지만 그래도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따로 가지시길 조언합니다.

    • Bock 12.***.134.3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바로 잡고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다른 시각을 갖을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스로 웅크릴때도 있고 외압에 못이겨 쪼그라들때도 있지만 어쩄든 그걸 떨치고 다시 고개를 든다는것… 쉽지는 않지만 참으로 의미있는 삶의 반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쥬디장님 그리고 모두들 새로운 반전의 힘을 얻기를 바라겠습니다.

    • psalm 157.***.98.203

      첫댓글을 단 psalm입니다. 한가지 알려드리고 싶은것이 있어서요. 저 영주권을 order했다는 메일을 어제 오후에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이 모두 5명인데, 4명만 와서 누가 빠졌는지 집에가서 확인해보니 제 아내가 없더군요. 아내는 기쁘면서도 또 섭섭함도 감추지 못하더군요. 자기만 Last Name이 달라서 차별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요. 곧 나오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