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놀아주기

  • #83593
    none 67.***.249.116 4508

    직장인에게 주말은 차아암~~ 중요하다.
    주말에 푹 쉬면 다음주가 정말 몸이 다르다.
    그런데 지난 15 개월간 주말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두번 있었다. 아내 없을 때 시험 끝나고…

    이제 직장도 잡았겠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해서
    차라리 그 시간 애랑 놀아주며 아이의 정서에 도움줄까 하며
    올해부터 문득문득 포기하고 싶은 박사학위..
    허나 정작 몸으로 뛰어 고생한 나보다 옆에서 아내가 더 난리다.
    이제껏 고생한게 얼만데 이제와서 포기냐고 절대 안된댄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공부할 시간도 잘 안준다.

    청소하고 설겆이 하고 빨래 하고 하는거 정도면 잠깐이니 상관없는데
    쇼핑하러 간다고 애보라고.. (이러면 3~5 시간)
    집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짧아도 3시간..)
    그러고 나서 공부하러 도서관 가면 쫌있다 전화해선 언제오냐고..

    지난주말도 이번주말도 그렇게
    삭감당하고 남은 짜투리 시간 공부해서 오늘 시험쳤다.
    당근 머리 쥐어 뜯고 싶었다.
    ‘이러다 내가 포기하기전에 저절로 짤리겠다.. ‘ 하며..
    무거운 맘으로 밤 9시 넘어서 들어오니 아이가 같이 목욕하잰다.
    피곤하니 그냥 자고싶은데… 하며 발 씻고 세수하는데

    기껏 과일 갈아서 만들어준 쥬스 안먹는다고 엄마한테 진탕 혼난다.
    싫다고 소리치며 대들었기에 진탕 혼나는거 가만 놔뒀다.
    그리곤 눈물 뚝뚝 흘리며 쥬스 다 마신 다음
    엄마한테 들어가 자라고 한소리 들은 아이에게
    내가 슬며시 방으로 들어가며 살짝 손짓했다.
    맨처음엔 Good Night~ 인줄 알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손 흔들던 아이가
    내가 다시 손짓하자 어깨를 으쓱 올리며 고개를 낮추곤 (눈 초롱초롱..)
    살금살금 뒷굼치 들고 내게로 온다.
    “Let’s take a bath” 하고 속삭이자
    “Keep a bath?~” 하며 다시 묻더니 (아인 자꾸 Keep a bath 라고 한다)
    “We have to be quite” 하며 검지를 입에 대며 속삭이며 욕실로 따라 들어온다.
    그렇게 난 애를 씻겼고 아이는 실컷 내게 물 뿌리며 물놀이 했다.

    오늘 겨우 그렇게 애랑 1시간 밖에 못 놀아줬다.
    나도 그냥 직장인으로 주말에 쉬며 아이랑 실컷 놀아주고 싶은데…
    지금 (3~4 살) 이니까 엄마 아빠 찾지 쫌만 크면 노는건 커녕 말도 붙이기 힘들 텐데..
    이제 몇달뒤면 만으로도 꼼짝없는 40 인데
    아직도 계속 이렇게 수업에 시험에 논문에.. 씨를 뿌려야하나?

    • 꿀꿀 136.***.158.145

      아,,저보다 연배가 한참 위신거 같은데요,,ㅋㅋ 전 애가 둘입니다만,,그래도 공부 안하고 산지 8년이 넘었네요,,애가 하나라도 님께선 공부중이니,,그거도 박사공부 하시니 무지 힘드실거 같아요,, 거기다 집안일을 그리 많이 도와주시니,,놀라울 따름입니다,, 전 무지 귀찮아 할때가 많아요,,요즘은 셋째 가진 와이프 좀 도와 주겠다고 맘먹었지만,,결국 또 어제 일요일 오후는 골프치고,,끝나고 맥주 3잔 마셨더니 머리도 아프고 오락가락해서 집에와서 대충 자빠져 있다가,,잤네요,,저도 정신차려야지,,,암튼 건강하시고,,공부 잘 마치시고,,잘 되시길 바랍니다,,

    • 커플스입문 67.***.137.153

      제가 예민해서 그런지 글쓰다보니 도가 좀 넘은것 같아 지웁니다.
      공부도 잘 마치시고 아이의 4살도 잘 보내실 수 있을거예요, 화이팅..

    • 올림피아 71.***.100.103

      한 때, 아주 한 때, 박사를 내친 김에 해봐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석사 중에 훌륭하신 선생님들 덕분에 나름 가능성도 있었다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허나.. 깐깐하기로 소문난 재무관리 교수님이 속된 말로 저를 박살 내 주셨습니다. “이렇게 하면, 졸업할 수 있겠어요?” 흐흐..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은인 이신것 같습니다. 석사라도 제 머리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모든 박사과정에 계신 분들과 과정을 마치신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 eb3 nsc 76.***.2.159

      일만하는것도 힘이든데, 공부도 보통공부가 아닌 박사까지… 대단하시네요..애들 있으면 공부하기 정말 힘이 들죠… 그래도, 지나고 나서 되돌아 볼때 후회하지 않은 삶이 될것 같아요.. 저도 정말 존경합니다…

    • none 67.***.249.116

      존경은 무슨.. 부끄럽습니다. 박사를 마치는 것은 일단 어느정도 정말로 수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단지 박사과정에 있을 뿐입니다. 일이 꼬여서 박사 그만둔다고 석사로 졸업하고 직장잡아 일하고 있던 중에 다시 일이 풀려서 박사 계속하기로 한 것 뿐입니다. 논문만 마저 완성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수업을 더 들어야한다고 해서 그것땜에.. 논문은 1년넘게 제자리… 교수님이 져널페이퍼 3개 쓰고 졸업하라는데 언제 쓸지…

    • 산들 74.***.171.216

      에고..그래도 정말 존경스럽네요..none님…전 결혼하고 애낳고 공부 계속하는 분들이 제일 존경스럽습니다. 혼자 자유로운 몸이어도 하기 힘든 박사과정을 아이와 놀아주랴, 가장노릇하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에 멋진 공부까지 하시니 정말 부럽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