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 어찌해야 좋을런지…

  • #409020
    ….. 98.***.208.124 4216

    어느덧 30대 말의 말에 서 있는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허망하리만치 서글펏던 첫사랑을 보내야 했던 것이 13년 전이었는데.. 참으로 더디기만 한 시간이 한줄기 바람처럼 훅~하니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 어차피 결혼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단정짓고 또다른 인연을 만들지 않고 어쩌면 애써 피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갑자스런 어머님의 병환이 모든 걸 뒤죽 박죽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님처럼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 하시던 분이 말입니다. 늘 입버릇처럼 “네가 어디에 가서 사는 지는 그래도 참겠는데, 너 혼자 그러고 있는 것은 못보겠다. 이젠 노랑머리도 좋으니 너 좋은 사람있으면 아무라고도 좋으니 결혼을 해라.” 그러시면서 13년 전의 일까지 꺼내시며 그때 보낼껄 하고 후회까지 하신 곤 하셨었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저처럼 잘 울지 않는가 묻고 싶습니다. 저는 10년을 넘게 울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때때론 울고 싶다는 그러면 무언가 좀 응어리 진 것이 풀리고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통 눈물이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어머님이 응급실에 계시고 편찮으시다는 말에 눈물이 핑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울었는지도 모르구요.

    바보처럼 늘 건강하시고 항상 곁에 계실거라고 믿었던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래. 평생 효도라곤 해보지 못한 내가.. 더더군다나 부모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이곳에 사는 내가.. 결혼이라도(?) 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들의 이름을 훑어 보고 메일 주소에 남아 있는 모든 이의 얼굴을 되살려 보아도 말이지요. 그래서 한국에 나가 선도 보았고 또 인터넷으로 또는 지인등의 소개를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처럼 길거리에 넘쳐나는 차처럼 흔한 사람에게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괜찮은 사람들이 많은데도 말이지요.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데 되려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나 혼자 즐기자고, 내 욕심을 채우자고 길에 핀 이름모를 꽃을 꺽는 우를 범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안정된 직장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열심이 사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 하나만 믿고 이곳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그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오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줄꺼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되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빈둥 빈둥 집에서 소일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잘 해보려 더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거의 모두 이미 결혼을 하신것 같군요. 정신 없이 허둥지둥하며 보낸 세월이 길다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평균적으로 이루어 놓은 것에 턱없이 부족한 제 상황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랑하나만 생각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기엔 너무 오래 세상을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옆, 뒤 안보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드는건 아닌지도 모를 일이구요. 무슨 일을 벌리기 전엔 머리 속으로 이리 저리 재보는 제 모습이 징그러울 정도 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꺽어야 할까요? 아님 다른 사람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서야 할까요?

    • 컴백홈 211.***.54.141

      안정적인 직장이 있으시면 한국에 괜찮은 여자분들과 사귈 기회 정말 많습니다. 한국으로 컴백하심이 어떨런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한국에 컴백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잘 알고 있습니다만..)

    • 쫄다구 74.***.83.42

      많이 공감가는 얘기네요…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꺽고 싶은 꽃이 있다면 꺽어보심이 어떨런지요…–“…그런 생각 자체가 쉽게 드는일이 아니지않습니까…나이가 들수록 원글님 말씀처럼 알게되는게 많아서 그런지 보이는게 많고 그러다보면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하고 재고…그러다 시기는 놓쳐버리고…
      저는 그런 맘이 드는 사람이 생겼다면 실행에 옮기시는게 좋을 거 같아요..
      모든 사람이 모든 꽃에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촌놈 129.***.190.236

      꺽고 싶은꽃이 있다고해서 그냥 급하게 꺽지는 마시고, 그 꽃주위를 한번 살펴봄은 어떤가 합니다. 직장이나 뭐 이런 조건은 어차피 따지실것 같지 않으신 분이니, 그런 조건을 따지라는 말씀이 아니고, 무형의 중요한 것들 있쟎아요. 가족관계 부모와의 관계라든지 친구들과의 관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찬찬히 보시고 자신과 맞는 사람인지 판단해보는것은 어떨까요. 첫눈에 찌리링…머 이런것보다는 같이 꾸준히 사랑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같이 잘 살 수 있을것같은 그런사람을 찾는거죠. 그런다음에 그 꽃과 터전을 함께하고 싶으면 그때 그 꽃과 함께하면 되지않을까요. 이 세상에 사실 사람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겠나요. 사는모습 다 거기서 거기니 자신감있게 꽃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감정적 열정이라고 감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노력과 의지라는 생각을 가진 그런 사람을 찾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꽃을 꺽는다는 표현보다는 꽃나무를 내 옆으로 옮겨심는다라는 표현이 훨씬 더 낫겠는데요)


      또 내 뒤통수에서 “제머리나 깍으셔”하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누만…쩝

    • asdf 66.***.86.9

      예전회사의 팀장이 입버릇처럼 하던말이 생각나는군요.
      1. 꽃은 꺾지 않는다.
      2. 꺾은 꽃은 버리지 않는다.
      3. 버린 꽃은 다시 줍지 않는다.
      그때는 참 우습지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생각하면 참으로 심오하네요. ㅎㅎ

    • ISP 66.***.42.142

      음… 어차피 꽃은 한때입니다.
      예쁜꽃을 그냥 놔두면 조금 더 오래 가겠지만,
      어차피 누가 꺽어 가던가 아니면, 시간이 조금더 지나면 시들어 없어집니다.

      꽃을 꺽어 자기방에 놓고 물도 매일 갈아 주면서, 잘 가꾸면 어쩌면 더 오래 갈지도 모릅니다.

      꽃 말씀 하시길래… 힘내시라고 답글 달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