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의 악역맡기

  • #83559
    산들 74.***.171.216 4590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이를 키우면서 실은 마냥 좋을수만은 없다는 깰수없는 진실…
    요즘 커플스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다 보니 문득 역할맡기에 대한 생각이 들더군요..

    몇달전 만 네살이 된 딸내미에게 엄마인 저는 대부분 악역담당입니다.
    요리도 잘하고 꼼꼼한 남편과 달리 그닥 여성적이지 못한 저의 성격탓도 있겠습니다만(ㅜ.ㅜ) 엄마아빠 중 어느 한쪽은 어쩔수없이 악역을 맡아해야한다는 괜한 고정관념때문에 어찌저찌 맡기 시작한 악역이 이젠 제 전문이 되어버렸답니다.

    그러다보니 말잘듣기 순위로는
    1. 엄마인 저와 둘이 있을때
    2. 아빠와 다함께 있을때,
    3. 가장 최악의 경우는 아빠와 아이 둘이 있을때 상황이 되었지요.

    그런데 왠만하면 자기편이던 아빠와 아이가 얼마전 한판 붙었답니다.
    엄마에겐 감히 할수없는 과감한 땡깡을 부린건데 그날따라 하필 하루종일 일진이 좋지 않았던 남편, 그냥 오버하며 폭발해 버린거죠.
    그날 저는 좀 늦게 집에 들어와 속상해하는 남편에게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참 찜찜하더라구요.
    엄마는 워낙 군기잡는 악역이니 그렇다치치만 항상 친구같던 아빠의 행동에 적잖이 충격이었다 싶으니 왠지 남편도 안타깝고 아이는 측은한 상황 말이에요..
    아이를 버릇없이 키운다는 건 제 사전에 없는 일이다 자신했건만 세상에 자기편 없다 느꼈을 아이 생각에 마음이 싸-한건 영락없이 엄마라 그런거겠죠.

    그 다음날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난 아이, 저에게 도란도란 수다를 떨더라구요.
    “아빠가 어제 화가 많이 났어. 내가 말을 안들어서…그래서 아빠한테 쏘리했어요”

    아…마음이 한결 나아지더군요.
    그래도 둘중 하나의 악역맡기란 여전히 제 차지가 될거지만 말입니다.

    • 크리스맘 24.***.151.53

      자식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맘인 거 같습니다.. ^.^
      물론, 아직 이런 얘기를 할 만큼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요..ㅎ

      그래도 산들님의 따님이,,,
      아주 맑게…, 그리고 착하고 예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
      맘이 많이 다쳤을 수도 있는 데,
      아빠한테 쏘리~했다니.. ㅋㅋ 귀엽네요~

    • eb3 nsc 69.***.172.237

      저도 마찬가지… 악역은 제가 전문..ㅋㅋ 세살짜리 아이도 한번 떼를 썼다가 그냥 달랑 들려서 거실문밖으로 쫒겨나서 갑자기 바깥에 키우는 강아지와 한집을 쓸뻔 한적도..ㅋㅋ 그담 부터는 딸아이가 스스로 말합니다… “울엄마 한테 말 안들으면, 쫒겨나뿌리지…ㅋㅋ” 주변에 버릇없는 아이들을 볼때, 내 자식은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강박관념 같은게 있어서, 저도 저의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엄하게 키웁니다..하지만, 남편한테는 제가 화났을때는 통제가 안되니깐 좀 있다가 다독거리는것은 애들 아빠 몫으로 돌리죠… 그치만, 평소에는 엄마가 항상 우선이죠….. 저는 어렸을때, 이란성 쌍둥이었는데, 둘이서 너무 싸우니깐…엄마가 아빠 혁대로 둘을 꽁꽁 묶어놓고는 누가 먼저 죽나(?).. 죽을때 까지 한번 싸워 보라고 묶어 놨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여기서 그러면 경찰로 직행하겠지만..ㅋㅋ
      그 덕분에 별로 남한테 해 끼치는 일은 안하고 살고 있는것 같아요… ㅎㅎㅎ

    • 산들 74.***.171.216

      요즘 엄청나게 쌓여왔던 피로에 어제 저녁 6시쯤 잠들어 일어나니 새벽이네요..^^;;;;

      크리스는 좀 어떤가요, 크리스맘님? 주말동안엔 나아서 씩씩해져야할텐데…크리스 위해 열심히 기도할께요.
      정말 크리스맘님 말씀처럼 자식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발란스를 잘 맞춰야하는 것이 아직도 초보엄마의 과정인듯 하답니다^^

      eb3 nsc 님도 역시 악역이시군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왕이면 엄마가 악역을 맡는게 아빠보다는 낫다…싶은 생각 말이에요. 특히 딸내미에겐 같은 동성인 엄마가 악역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하는…음…그저 자기정당화??^^;;;; 암튼, 저도 정말 공감입니다. 버릇없이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하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 가끔은 너무 엄하게 해서 아이에게 좀 미안하다는…

    • 산들 74.***.171.216

      ㅋㅋ 회초리 다발…무서웠겠어요^^ 저흰 아빠가 외강내유스탈이시라 속은 정말 여리고 눈물도 많은 분이시지만 겉으론 완전 군대장교스탈이셔서 회초리다발은 없었어도 폭풍전의 전야가 정말 무서웠죠. 삼세판인데, 두번까지는 조용히 넘어가주시다 세번째는 마구 폭풍전 고요가 밀려오며 거기서 눈치껏 잘하면 넘어가지만 눈치못채고 세번째가 되면 그날은 호랑이도 잡을 죽음의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 꿀꿀 136.***.158.137

      애들이 다 그런가봐요,, 요즘 아빠들은 애들한테 무섭게 못하자나요,,울집도 울 애들이 마누라한테는 꽉 잡혀있는데,,저만보면 바로 땡깡 시작입니다,, 제가 보기엔 대부분의 아빠들이 특히 애들 다루는 법을 잘 모르고 또 알려고 노력을 잘 안해서 그런거 같아요,, 악역이란것이 결국 군기 잡을때 잡고 풀때 풀고 이런 조절을 잘해야 되는건데,,전 도저히 안되요~~

    • 산들 74.***.171.216

      ㅋㅋ 역시 꿀꿀님 말씀처럼 요즘 아빠들은 군기잡는 악역은 잘 못하는 추세인듯 하네요^^ 제 주변에도 군기잡기는 거의 엄마들 담당이더라구요. 특히 딸내미에겐 더더욱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