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건 뭘까요?” – 일반화의 오류 & 인터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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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174.***.69.242 6584

    지난주에 올렸던 “이건 뭘까요?”라는 제목의 제 글을 보시고 회원님들께서 올리신 댓글을 보고, 그냥 덩그러니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오후에 그쪽 Director에게서 구두 오퍼 받고 오늘 Official Letter를 우선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저도 핑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HR Manager가 휴가여서 오퍼가 늦었다며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오퍼가 빨리 오면 좋지만 뭐 그쪽 사정으로 늦을 수도 있으니까 다들 최선을 다하고 차분하게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이제 인터뷰 후기 나갑니다.

    제 경우는 일년 전에 지금 다니는 회사로 옮겼던 터였고 대만족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불만이 없었던지라 딱히 잡서치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년에 잡서치 하면서 오늘 오퍼 받았던 회사에도 어플라이를 했던 적이 있어서 그 웹사이트에 제 프로필과 레쥬메가 포스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단히 큰 회사이기 때문에 언감생신 별 기대도 안했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4월 말 즈음에 “이런 포지션이 오픈 되었으니 너 한번 어플라이 해봐라” 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HR의 시스템이 레쥬메와 잡 디스크립션을 자동으로 검색해서 발송하는 이메일 인듯 했습니다. 잡 디스크립션을 자세히 보니 정말 거짓말 처럼 제 레쥬메와 많은 부분이 일치 하더군요. 흐르는 군침을 감추지 못하고 그날 밤 바로 프로필과 레쥬메를 업데이트 하고 Apply를 했습니다.

    삼일이 지나고 그쪽 HR에서 통화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바로 전화했더니 스크리닝 없이 바로 Director와 폰인터뷰 약속을 잡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그쪽 Director와 일주일이 지나서 폰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답도 버벅거렸고
    심지어는 뜬구름 잡는 소리도 좀 했습니다. 땡큐 레터 보내고 씹혔나 보다 했는데 4-5일이 지났을 무렵 On-Site 인터뷰를 위해서 HR에 연락해 두었으니 기다려라 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또 열흘 가량이 지나서 그쪽 Candidate Coordinator로 부터 인터뷰 스케쥴과 함께 집에서 3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관계로 호텔 예약까지 포함된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Director Interview – 1시간
    Presentation – 질문/대답 포함 2시간
    Group Interview – 2시간
    점심
    CTO Interview – 1시간
    HR Manager Interview – 45분
    연구소 투어 – 45분
    Director Interview again? – 30분

    포지션은 Senior Engineer이니 이 정도는 해야하겠거니 했습니다.
    이때까지 거의 희망이 없다고 믿고 아내에게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가 이메일을 보여주니 펄쩍 뛰면서 이런 좋은 기회에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라는 질책을 받았습니다. 파워 포인트 돌리기 시작했고, Linkedln 들어가서 인터뷰어 뒷조사까지 해서 심지어 프레젠테이션 마무리에 “Thank you so much for your time.” 을 독일어-터키어-중국어-당연히 한국어까지 모두 번역해서 올려 놓았습니다. 정말 짧은 영어지만 8분/2분 프레젠테이션 룰을 지켜가며 연습도 하고, 예상질문에 대한 답과 그 대답안에서 되도록이면 지루하지 않게 농담도 조금은 섞어 두도록 했습니다. 

    인터뷰를 갔더니 Director가 생각보다 젊고 활기차 보이는 여성분이라서 놀랐습니다. 격식없이 편안하게 대해주어서 저도 조금은 긴장을 풀수 있었구요. 프레젠테이션은 공지는 해 두었지만 아마도 10명 정도 올거다 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왠걸요. 준비하고 있는데 별로 크지 않은 Conference Room이 무려 40여명은 족히 될만한 사람들로 꽉 차더군요. 더 기가 막혔던 것은 점심후에 인터뷰가 예정된 CTO가 맨 나중에 들어오더니 착석 – 긴장도 되었지만 오기도 발동하더군요. 안되는 영어로 최선을 다했고 연습한 만큼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기가 무섭게 7명으로 구성된 그룹 인터뷰를 그 자리에서 진행하더군요.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거의 난상 토론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고 배는 고프지만 점심 먹을 힘도 없는데 Director 포함 7명의 인터뷰어들이 모두 식당까지 따라 와서는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며 또 끊임없이 질문을 하더군요. – 그래… 나를 죽여라.

    점심후에 CTO와의 인터뷰는 차라리 편했습니다. 다들 저보다 훨씬 똑똑해 보여서 사실 그냥 마음을 비우니 더 홀가분 했습니다. HR Manager와 연봉이며 Relocation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하는 연봉을 말해보라고 해서 지금 받는 연봉에 시원하게 25%를 더했습니다 – 불경기에 어차피 안될텐데 폼이나 잡아보자. 연구소 투어하고 다시 그 Director와 또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헤어졌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좋은 경험했다고 치자 하면서도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가더군요. 

    Thank you letter를 모든 인터뷰어에게 따로 따로 보냈고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지만 (그중에 터키어로된 “Thank you so much for your time.”은 감동이었다는 메일도 있었어요) 원래 미국사람들 칭찬이 후한지라 기대를 걸지는 않았고, Director에게 메일을 보내면 즉각적인 답변이 있어서 그것에 희망을 걸긴 했지만 여기 오신 회원님들 말씀처럼 일주일이 지나니 씁쓸한 포기가 되더군요. 그렇지만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거의 2주가 지나서 이렇게 오퍼를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고 포지션의 요구사항과 제 경력이 어느 정도 일치한 것이 가장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서도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또 공부해야 되겠구나 라고 느낌니다. 

    시덥지 않은 후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 축하.. 149.***.6.25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직장 다니시게 되신거 축하 드립니다.

    • houston 75.***.161.53

      축하드립니다.
      자격이 있으시니 되신겁니다.
      열심히 하셔서 한국인의 위상을!!!!

    • congrat 143.***.226.63

      소박하고 진솔하신 분 같습니다. 가서도 자신감 있게 멋지게 승승장구 하시길…!

    • ss 70.***.49.163

      모든 취업자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입니다. 일자리의 요구사항과 본인의 스펙이 거의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거죠. 나머지 인터뷰과정은 그 딱떨어지는 스펙이 진짜인지 아닌지 검증해 보는 과정일뿐입니다. 안되는 회사 억지로 노력해서 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경험으로 깨달은거죠.

    • 원글 174.***.69.242

      제가 “기”가 약해서 별 효력은 없겠습니다만 아자자~~~~

      격려의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새 직장에 가게 되면 힘든게 참 많아지지만 그나마 위안을 받는 것은 잡서치를 멈춰도 된다는 것 입니다. 끊임없이 계속 뒤져야 하는게 삶이겠지요. 모두들 건승하세요.

    • 아자 24.***.224.60

      축하합니다…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 추카추카 99.***.69.4

      인터뷰에서 사람을 아주 잡는군요. 저도 오랫만에 잡서치를 하고 있는데 겁나네요.
      followup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74.***.171.126

      오옹…예전에 잡서치 하면서 올려둔 거랑 매치해서 메일이 오기도 하는 거군요. :) 기억해둬야겠습니다. 정말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