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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진국”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어 표현으로는 “developed country” 즉 개발이 (더) 되어 있는 국가라는 뜻인데, “선진국”이라고 하고 보면 (주로 미국과 서구 몇몇 나라들을 가리킬 때 쓰곤 하죠), 단지 문명적인 요소 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까지 앞서나간다는 뜻인 것 같아서, 왠지 한국인으로서 자기 비하 같아 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사실 이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우리 나라를 developed country로 분류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극구 우리나라는 선진국/developed country가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하지요. (국가적인 이유로는 선진국으로 공인되면 해외 원조도 늘여야 하고 무역상의 이점도 줄어드는 등 경제적인 부담때문에 한동안 미루어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후진국 운운하는 것도 참 듣기 거북합니다. 저 혼자 느끼는 어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몇몇 나라들을 비하하는 것 같아 참 불편하게 들렸습니다.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번 신정환 사건을 보면서, 내심 놀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신정환에게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나 그의 장래에 대해서는 논할 생각이 없습니다)그가 (아마도 쑈 였던 것 같지만) 입원했던 병원의 의사 간호사가 그의 상태에 대해 언론에 다 털어놓았고, 심지어는 진단서까지 보여줬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도 병원이 환자의 정보를 흘렸다는 것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라는 말은 제가 읽었던 기사의 댓글중에.. 라는 문장과 동의어입니다)결과적으로 그의 거짓말을 입증하게 된 것은 잘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개인의 기록을, 그것도 병원이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은 적어도 미국생활에 나름 익숙해진 저에게는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만약 미국이었더라면,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들이었더라면 아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작년 즈음인가, 김정운이 관심을 끌 당시 한국 언론들이 그가 졸업했던 스위스의 학교를 방문했지만, 개인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면 노코멘트로 일관하기도 했었죠. 적어도 우리 나라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볼 때 그에 대한 정보는 나름 흥미있는 주제였지만, 나름 그 학교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모습에는 감탄했습니다.그러고 보니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는 차이가 있긴 하구나하고 다시 한번 상기하기 되네요. 아마 필리핀의 그 병원에도 환자의 기록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긴 했겠지만, 그런 원칙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비교적 잘 지켜지느냐 아니냐는 나름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요즘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강조한다던데, 정말로 한국이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딱히 그 분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건 한편으론 좀 웃기기도 하지만, 어쨌든 잘못된 얘기는 아닌 만큼, 조금씩 그런 쪽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쓰고 보니 정치글로 오해하실라… 마지막 문단은 그냥 첨언 정도로만 생각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