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이런 학교놀림,왕따가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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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눌한 말 때문에 3년동안 괴롭힘 당해

    [내일신문 2005-04-28 14:09]

    [내일신문]
    사례분석 _ 학교폭력으로 목숨 끊은 홍한선군 이야기

    “한선이가 그렇게 괴로워했는데도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귀담아 듣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한선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고 내가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학교 폭력으로 귀한 자식을 잃은 서순숙(45)씨는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반 학생들 따돌림에 시달리던 홍한선(18)군은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군은 중학시절부터 공부도 잘하는 성실하고 밝은 학생이었다. 키도 180cm 가량 되고 인물도 훤칠해 어머니에겐 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1등 놓치지 않은 성실한 학생 = 고등학교에 진학을 할 때에도 빠듯한 살림을 걱정해 스스로 실업고등학교를 선택할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깊었다. 인근 반월정보고등학교에 입학한 홍군은 컴퓨터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며 줄곧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또 착실하게 공부를 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11개나 땄다. 누가 보더라도 문제없는 모범생이었다.

    이런 홍군에게 학교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하루하루가 괴로운 생활의 연속이 됐다. 홍군은 선천적으로 혀가 짧았다. 이것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놀림감이 됐다.

    수업시간에 책을 읽어도 친구들이 키득거렸고, 흉내를 내며 놀리곤 했다. 특히 홍군과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A의 놀림은 유독 심했다. A는 홍군을 계속 따라다니며 목소리를 흉내 내며 놀렸고, 가끔은 쎈 힘을 자랑하며 폭행하기도 했다. A는 2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됐고 이런 놀림은 계속 됐다. 늘 A의 놀림을 받던 홍군은 결국 반 동료 전체에게 따돌림을 받게 됐다. 학업 성적도 2학년 중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홍군이 인터넷을 통해 나눈 대화를 보면 당시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저 권투 배워볼까 하는데요. 솔직히 때려 눕혀야 될 애가 있거든요. 그 애가 우리반에서 팔힘 1등이고 덩치가 좀 있구. 1학년 때 그애한테 당한 치욕, 2학년 올라와서 (그애가 다른)애들한테 다 말하고요. 그래서 권투 배워서 2학년 끝나기 전에 당한 치욕 돌려줄까 합니다.”

    하지만 홍군은 2학년을 마칠 때까지 계속 A의 놀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3학년이 돼서도 A와 같은 반이 됐다.

    홍군은 인터넷 쪽지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됐군요. 그래서 맘 독하게 먹고 먼저 시비 걸어서 결판을 낼까 합니다. 난타전으로 간다면 제가 더 손해 많이 볼 것 같거든요. 애가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저한테 너무 많이 했거든요”라고 했다.

    ◆우울증과 정신분열 시달리다 자살 = 3학년이 된 홍군은 부모님에게 자신이 A군에게 당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며 전학을 시켜 달라고 했다.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홍군 부모는 학교를 방문해 담임교사와 상담을 했다. 그리고 홍군 아버지는 A를 교실에서 만나 야단을 쳤다. 하지만 홍군은 반에서 집단 따돌림과 A의 놀림에 시달려야만 했다. 계속되는 따돌림은 홍군이 스스로 재기하려는 마지막 힘마저 꺾어 버렸다.

    지난해 여름 홍군은 “난 너무 바보 같다. 항상 이 모양이다. 사람한테 멸시 받는게 내 운명이었나 보다. 운명을 거스른 대가였던 걸까. 삶의 의욕을 잃었다. 자신감은 물론이고 정체성마저 위협을 느낀다. 그래도 난 내 자신이 밉지 않았는데 자포자기다 이제는…”라고 일기장에 썼다.

    이후 홍군은 극도의 우울증과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였다. 그러던 중 졸업을 1개월 앞 둔 지난 1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게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교육당국 발뺌 급급 = 홍군 어머니 서선숙씨는 자식을 잃은 설움도 크지만 교육당국이 보여준 태도에 다신 한번 상처를 입었다.

    교육청은 홍군 자살 후 보고에 “A군은 홍한선이 내성적이며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것을 보고 말을 걸며 장난도 하는 등 친하게 지내려고 했으며, 홍한선의 어눌한 말을 한두번 흉내 낸 것과 이마 튕기기 놀이를 한 적은 있으나 괴롭히거나 구타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단순한 장난과 놀이가 홍군 자살 원인이라는 교육부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는 것이 부모의 지적이다.

    서씨는 “교육청의 이런 보고서가 한선이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됐다”며 “이제는 이런 교육 당국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군이 세상을 등진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모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다. 홍군 아버지는 슬픔이 가득 담긴 ‘나의 각오’를 자필로 써 붙여 놓고 매일 보고 있다.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새마음 새각오로 새출발하자. 내일을 향해 꿈과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의 꿈을 펼쳐가자. 꼭 이 약속 지켜 나가도록 노력하자.”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