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가 길어 슬픈 집안

  • #3543940
    칼있으마 73.***.151.16 798

    3장 6구
    민족의 가락이다 싶어 좋았고

    4 4(3 4)조니 7 5(5 7) 조니
    대충 이런 정형이라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말의 넘침이나
    개념 없는 형식의 어긋남이 없이

    율격과 이미지의 자연스런 조합으로
    단형의 구조미가 물씬 풍기는

    시조,

    시졸
    졸라리 좋아하다가,

    순수, 고독, 향수의 시인,

    여류시인의 실 보는 순간

    뻑가

    그 때부터 실 좋아하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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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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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 3 때

    친구들과 카셋 들고
    코펠이니 빠나니가 든 배낭을 메고

    설악산 뱀사골

    로 놀러 갔었는데

    내가 그 때도 늙어 보여

    옆 텐트 지지배들이
    여고 2학년이라길래

    난 고 3이라고 구라를 치곤

    모태소질였던
    이빨질로

    거기서 젤 예쁘장하게 생긴애와

    걍 가만히
    공손하고 겸손하게

    금 그어 놓고
    한 텐트에서 잠만 잔 것 뿐인데

    몇 개월 지나

    그 지지배의 아버지가
    그 지지밸 끌고
    우리집에 와

    결혼을 시키자는 둥
    동거를 시키자는 둥
    혼인신고를 먼저 시키자는 둥

    책임을 지라는 둥,

    난 놀라 뭔 소리냐,
    난 그냥

    잠만 잤다

    그랬더니

    그 지지배가 우리 아버지에게 불길

    “잠도 자고”

    로 결정적 증언을 하자

    얼빠진 우리 아버지,

    작대기로 날 패는데

    거기까지는 참겠는데
    부러진 작대기를 집어 던지곤

    허청에 들어가선

    을 들고 나오더니

    낫으로 날

    찍어 죽일 작정으로

    정수리를 지대로 고누는
    살기 가득한 눈빛,

    아, 쓰바,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졸라리 토끼는데

    “너 거기 안 서 개이새이야?”

    평소 저질체력이신지라
    몇 번 하더니 금세 지쳐선
    날 쫒는 걸 포기하더니

    왈씀,

    “너는 걸리기만 하면

    낫으로

    좀모가지
    좀모가지
    좀모가지

    를 끊어버릴 줄 알어이 개이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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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지가 길어서
    모가지가 길어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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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노천명의

    ‘기린’ 중에서.

    이 신

    날 시의 노예로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동질감

    이라고나 할까?

    착착 내게 달라붙고
    막연히 땡기는 게

    나도 모르게 그 시의 노예가
    자동으로 아니 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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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 몇 번
    나와 함께 목욕탕을 다녀 온 후론

    언제나 아버진
    내 머릴 쓰다듬으며 그러셨었다.

    “아이고 우리착한 기린.
    아이고 착한 우리 기린.”

    아버진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언제나

    기린,
    기린,
    기린 하셨었는데,

    남들은 대게

    다리몽댕이니 팔모가지닐
    분지르니마니
    비트니마니로 마무리를 하는데

    왜 우리 아버진
    낫으로 좀모가질 끊어버리는 걸로 마무리를 하실라 그러셨을까?

    토끼다
    은폐되기 좋은 풀섶에 짱박혀
    곰곰히 생각을 해 봤더니 그거였드마안?

    목욕탕에 가 아버질 보고

    아, 아버진 사슴이구나.

    그거였드마안?

    이참에 사골 빌미삼아
    내 거길 잘라 반으로 만들어선

    그동안 내게 느끼고 있었던

    사슴으로써의 기린에 대한 열등감.

    열등감을 만회키 위함였단 걸 알았다.

    그렇지 않곤

    할아버지의 기린였던 아버지와의 나이 찬 열 여덟살
    아버지의 기린였던 나와의 나이 찬 열 아홉 살
    나의 기린인 내 아들과 나와의 나이 찬 열 일곱 살

    인 집안 내력의 전통을
    부정할 이율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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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차가 열 일곱살 차라선지

    나의 기린 아들색휘가 가끔

    술실신이 되면
    서열을 망각하곤 그런다.

    “어이 칼형”

    이 색휘가 분명 날

    사슴

    으로 보고 깜보는 게 분명하다.

    냘은 가
    낫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 미국 173.***.165.17

      뱀사골은…지리산 ^^

    • 흠좀무 76.***.159.182

      난 왜 이걸 봤을때 모기지로 봤냐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