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까지 일 할려면 한국 or 미국?

  • #149645
    은퇴 65.***.14.5 5254

    이제 삼십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60까지는 일해야 은퇴 후도 대비가 될텐데요. 최대한 늙어서까지 일할려면 한국이 났나요, 미국이 났나요? 한국은 얘기를 들어보니 40 중반에 부장되면 (물론 요즘 부장되기도 경쟁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지만) 50 중반까지 부장으로 은퇴가 가능하다 하더군요. 미국은 흰머리 엔지지어도 가능하지만 지금 회사나 전 회사를 봐도 그리 나이 많은 엔지니어는 많지 안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갈려면 지금이 대략 지금이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해서 요새 고민이 많습니다.

    • 미국 64.***.181.173

      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국 대기업에 13년 근무했었습니다. 자랑도 뭣도 아니지만 입사 동기 가운데 제일 먼저 이사로 진급했었습니다. 대기업이라고 군에서 압력을 넣어서 퇴직 군 출신들이 몇몇 인사, 총부 관련으로 들어왔습니다. 자기들도 컴플렉스가 있을 것이고, 그리 배타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어쨌던 그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회장을 꼬드겨서 IMF에 무슨 퇴직금이냐, 없애자고 충동질해서 연로한 회장이 어느날 갑자기 전 직원 퇴직금을 몽땅 정산했습니다.

      그 회사는 본인이 원하면 임원도 퇴직금제도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하루에 열시간 이상씩 근무하던 회사에서 졸지에 퇴직금 몇천 만원씩 정산받고 퇴직금없이 연봉제로 근무하게된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능력있던 사람들은 계속 떠나가도, 회장은 인의 장막에 가려서 별 상관안하더군요. 쓸만한 놈들만 연말에 현찰로 얼마씩 쥐어 주면 된다는 분위기더군요. 그 얼마씩 더 받는 맛에 배전의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능력있는 사람 떠난 마당에 자기 입지 챙겨볼려는 삼류 인생들도 떠오르고.

      사표쓰고, 마지막으로 돈 써본다 싶어서폼나게 비지니스 클래스 끊어서 도미했습니다. 연봉은 잘 모르겠지만, 고국에서 손에 쥐던 돈보다 여기서 손에 쥐는 돈은 더 적습니다. 하지만 별로 후회없습니다.

    • 미국 64.***.181.173

      이어서 조금 더 씁니다.

      군대 있을 때 축구시합에서 저희편이 이겼지요. 골기퍼가 무척 선방했었는데, 대대장이 “저 새* 삼박사일 휴가보내”, 연대장이 “저 새* 삼박사일 휴가보내”, 사단장이 “저 새* 구박십일 휴가보내”, 그 골키퍼 졸지에 15박16일 휴가 갔습니다.

      휴가야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지만, 삼성에서 “팔천억 기부한다.” 장난입니까? 자기 재산에서 팔천억 내 놓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가 예측을 할 수 없는 사회이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한번은 다른 회사에서 한 팀을 스카웃했었습니다. 한 이십여명 되었는데, 그 가운데 두셋은 아주 뛰어난 인재였었지요. 항상 그렇듯이 그 두셋은 아주 겸손한데 이류급들이 아주 설치고 다녔습니다.

      한번은 회장이 갑자기 들러서 “뭐 아쉬운 것 없냐”고 하시자 그 이류급 가운데 하나가 느닷없이 낑겨서 책상이 작다고 했습니다. 모든 비품은 직급에 따라 총무부에서 회사 기준에 맞추어서 지급한 것인데, 작다고 징징거린 놈도 웃기지만, 회장은 그 자리에서 총무이사에게 전화를 때려서 뭐 하는 짓거리냐고 악을 쓰고 총무이사는 달려와서 변명 한마디 없이, 그 악을 고스란히 맞고 서 있고, 갖은 층은 직원들은 모두 숨 죽이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결국 그 이류인생때문에 그 팀은 한두달을 견디지 못하고 전원이 다시 다른 곳을 찾아 갔고, 회사는 그 휴유증으로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미국도 결국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Trojan 128.***.229.14

      한국기업의 장점은 owner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국,일본같은 기업에서 이리 저리 잴때 이미 승부를 내어 버립니다. 반도체, LCD등의 많은 투자자본이 필요할때 더 하지요. 사람도 Owner의 영향에 따라 무지 막지하게 뽑기도 하지요.
      반면, 한국기업의 단점또한 Owner경영이지요. 경영실패를 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주주들이 있기는 해도 전혀 막무가내죠. 그럼 책임을 누가 지느냐? Owner를 보좌했던 사람들도 아닙니다. 회사에서 제일 만만한 사람들이 지지요. 이전에 IMF때
      한화그룹이 연구소전체를 날려버렸죠.
      어떤쪽에 운명을 맡기실련지요.

    • 저도미국 12.***.52.98

      평소 눈팅만 하던 사람이지만 저위 미국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것이 많아서 적어봅니다. 저도 한국서 꽤 알아주는 대기업에서 12년 보내고 나이 서른일곱에 미국 왔습니다. 운이 좋아 전부터 알고있던 조그만 회사에 취직해서 (지금 H-1B, 영주권 수속 중) 살고 있습니다만, 4년 남짓 미국생활…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일단 오래 일하시기는 미국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은 공감입니다. 늙어서도 진급하지 않는 엔지니어나, 실무자 (참고로 저는 엔지니어 출신 마케팅) 들이 어린 매니저에게 굽신거리며 사는 것이 당연한 곳입니다. 물론 이곳도 나이에 대한 차별과 인정사정없는 lay-off이 존재 합니다만,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자영업을 하기에도 미국이 조금 유리할 것 같습니다.

    • grizzley 128.***.113.136

      대기업에서 고작 4년밖에 않있어서 이런말 드리기 쑥스럽네요. 또다른 문제는 ‘알아서 기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연구소장님이.. “이런거 어때?” 하고 지나가다 한마디 합니다. 보좌하는 팀께서 제깍 연락 넣으면, 바로 소규모 팀이 조직되죠. 나중에, 고생고생해서 기안 올리면 소장님 왈 “이거 뭐야?” 입니다. 한마디로 알아서 기다가 피보는 겁니다. 그리고 고생은 더 아랫사람이 하는 거구요. 알아서 기는것 때문에 인력낭비, 돈낭비가 얼마나 심한지 겪어보시면 놀라실겁니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사람 힘빠지는 것도 그렇구요. (짜증나는건.. 자기들이 오바하는거 알면서 아랫사람에게 일 시킬때입니다.)

      이런거 보면.. 한국 대기업들 우째 수익을 올리나 모르겠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고생한 덕택도 많겠죠?

      기업 문화가 미국 기업하고는 너무너무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
      저는 과장4년 채우고서 튀어나왔는데… 절대 후회 안합니다.
      다시 들어갈 생각도 없구요.

    • 저도미국 12.***.52.98

      덧붙여 씁니다. 미국 직장생활…한국보다 편한 부분 분명히 있습니다. 저위의 미국님이 한국에서 겪은 그런일은 한국직장에서 흔히 볼수있는 불합리나 부조리의 부분이겠지만, 미국은 그런 것이 적고, 그냥 맡은일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니, 불합리/부조리는 있더군요…어떤때는 한국보다는 적다 싶다가도, 인종문제가 결부되면 한국보다 훨씬 부조리한 모습을 볼때도 있구요…이 사이트에 영주권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작태를 보시면….느려터지기만 한 미국인들 업무태도가 여유로 느껴지는 것도 잠깐 일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도 미국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대기업 12년, 차장을 그만두고 미국서 다시 신입사원처럼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제가 다니던 회사 저 그만두고 명퇴를 두번 했다고 하더군요, 한번은 명퇴 기준을 19XX년 이전 출생 모두 나가라고 하기도 했다고하고요. 한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나이든 사람들이 우선도태되는 세상이 되었는지 답답하고도 두렵습니다. 저도 이제 40을 넘은 나이에 그런 것이 젊은사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직장에서 차/부장이 되면 대부분 실무에서 손을때고 아랫사람 관리(좋게 말해서)하는 것으로 버티려고 하니 회사에 위기가 올때마다 나이먹은 사람만 잘라내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거나 문화적 충격, 인종적 편견, 나이의 기득권 완전포기…이런 것을 모두 감수하실 수 있다면 미국오셔서 행복은 아니더라도…후회는 안 하실 것 같습니다

    • 윗분들 147.***.3.128

      오랜만에 한국에서 오래 직장생활 하신 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짧게 답글로만 쓰시지 마시고 좀더 자세하게
      한국회사와 미국회사의 비교를 처우라던지 나이들어서 일하기에
      어떤지 써주시면 어떨까요? 대기업 임원하시던 분까지 나오셨다니
      한국이 열악하긴 한것 같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알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ByteClub 208.***.20.11

      전 한국에서 이렇다한 직장 생활은 한적이 없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학교다니면서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모 한국 정부기관에서 과장으로 일을 한적이 있었죠.
      정말 답답하더군요. 회사가는게 정말 싫더라구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겁니다.

      “우째간 한국서 일하면 미국서 일하는거보다 수명은 짧아질거다” <== 이 말에 반대하실 분들은 없을걸요?

      한국서 일하는게 미국서 일하는거 보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분명한건 한국서 일하는게 스트레스가 더 많다는걸 겁니다.

      제가 그 정부기관에서 일할때, 정말 위에서 일 시키는게 막무가내 입니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목표를 주고, 그걸 하라고 하는 식이죠. 그렇다고 무슨 재정적인 지원이 현실적으로 나오는것도 아니고.. 뭐 막말로 야근 같은거 당연히 해야죠.
      미국회사 다니면서 야근 누가 시켜서 해본적 없습니다.

      더군다나 보이기 위한 실적 만들기 (쌓기가 아니라 만들깁니다.).
      안 한 일도 한것처럼 서류 꾸며서 만들어 올리죠. (물론 위에 지시로…)
      회사일 뿐만 아니라.. 뭐 대사나 영사가 방문한다 그럼 그 가족들까지 대리고 나가서 길 안내해주고 라이드 주고 뭐 그런 사적인 일까지 해야 하고요.
      언론사 기자 한번 뜨면 이건 뭐 아주 피곤합니다.
      사람들 접대 하느라 보내는 시간도 상당하더군요.

      물론 미국애들도 같이 일하다 보면 답답할때가 많아요. 어떨때는 이런 애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나라를 세우게 됬나 정말 의심스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죠.

      어쨌든 결론은, 오래 편히 살고 싶으면 당연히 미국,
      짧고 빡빡하게 살고 싶으면 한국?
      대충 그런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