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의 감사 발표 – 미국 노동자는 우롱당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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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장 68.***.30.226 5000

    지난 몇년 이민법의 변화를 보면 언제 극심한 바람과 파도를 맞을지 모르는 태평양의 한 섬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얼마전 H-1B 라는 태풍이 지나가고 아직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펌 (PERM) 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발표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반 독자를 위해 참고로 알려드리자면, 펌이란 취업 이민의 첫단계로서 과거 노동 허가 신청 과정을 전산화 시키면서 바뀐 이름이다. 즉 미국 회사가 외국인을 위해 이민 스폰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광고 등을 통해 적합한 미국 인력이 있는지 테스트해 적합한 신청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민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이민국의 영역이 아니라 노동청 관할인데, 노동청에서는 얼마전 (2008년 6월) 한 대형 로펌이 다룬 모든 펌 케이스를 감사(audit) 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했다. 이민 전문 로펌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이며 미국 전역에 케이스를 다루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많은 신청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다른 펌 신청자들의 수속에도 큰 영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동청에서 이렇게 대대적인 감사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공식 보도 자료를 보면 이 로펌의 한 변호사가 회사 고객에게 미국인 직원을 뽑기 전에 본인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미국인 직원을 뽑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보도 자료에서 노동청은 미국 인력과 노동 시장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위의 내용이 과연 감사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설사 한 특정 변호사의 특정 케이스에 대해 감사 대상이 될 만한 이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이 로펌 소속의25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다룬 모든 케이스를 감사하겠다는 결정이 왠지 희생양을 하나 뽑아 만인에게 경고를 주겠다는 의도와 불경기속에 팽창하고 있는 반이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쇼처럼 보여지는 것은 왜일까. 음모론을 믿었다면 펌 시스템을 마비시키고자 계획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노동청은 미국 인력 시장을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평에 최근 특별히 더 시달려 왔다. 이런 비평이 늘어나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9/11 과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점점 보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일반정서, 불경기속에 내 직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이민법률이 너무 망가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불신등.

    설상 가상으로 약 1년전에는 핏츠버그의 한 로펌이 실리콘 밸리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저지른 실수가 인터넷 사이트 YouTube 를 타고 전국에 퍼져 노동청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이 로펌은 세미나에서 취업 이민을 위해 내야 하는 신문 광고의 목적은 자격조건이 맞는 미국인을 뽑지 않는 것이라는 부적절한 설명을 했는데 반 외주제작 그룹인 Programmers Guild 가 이 장면을 촬영해 YouTube 에 올린 이후 CNN 과 CBS 등 주요 뉴스에서 펌과 H-1B 프로그램의 개선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나마 CBS 에서는 한 미국인 엔지니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고용이 필요한 이유가 필요한 인력의 부족이라는 시각도 함께 방영했으나, CNN 의 경우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에 대해 “기업이 양심을 잃었다”, “미국 노동자를 우롱한다”, “중산층을 겨냥한 전쟁이다” 라는 극심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사건 이후 국회 의원들이 노동청에 펌 규정 통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것은 물론이다.

    매일 취업 이민 케이스를 다루면서 실체를 접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은 매우 다르다. 월급이 적은 외국인력을 타겟으로 하는 극소수 악덕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반드시 필요한 때 외에는 외국인 고용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외국인 한명을 고용할 때 드는 행정 비용이나 절차가 미국인을 고용할 때보다 훨씬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광고를 비롯 까다로운 규정을 밟아야 하는 펌이라는 수속이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또 취업 허가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 만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고용을 포기한다. 극소수의 예를 들어 마치 모든 이민 케이스가 미국 노동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묘사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일 뿐이다.

    실체이던 허상이던 이와 같은 이민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대대적인 펌 감사는 이민수속을 밟아야 하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펌 감사 케이스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감사를 받는 케이스들은 상당한 지연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로이 신청하는 케이스들은 감사의 확률을 최대한 줄이도록 적절한 자격 조건 설정등의 신중한 계획이 예전보다 더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민 구제안이나 비자 쿼터의 확장은 다시 제안이 되어도 거센 반대 의견에 부디쳐 통과되기 어렵거나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제약조건이 붙어 적용 대상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 전체 여론이 반이민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대부분은 합법적인 이민에 대해 열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이민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소수의 강경파가 훨씬 더 효과적인 로비 활동을 하고 있어 마치 미국 전체가 반이민 무드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이다. 이런 때 이민 커뮤너티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움츠러 들거나 씁쓸해 하는 것이 아니라 70%만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었던 일에 100% 를 다하는 신중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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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ree 206.***.176.121

      참 잘 쓰신 글이네요. 제가 10여년이 넘게 살아오고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고 있는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내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습니다. 특히 제가 미국을 오던 그 당시 한국과 비교해 봤을때 미국은 여러모로 “상식”에 근거한 사회였지요. 잘못된 물건은 판 사람이 군소리 없이 물러주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직위를 떠나서 처벌을 받고. Stop 싸인 앞에서는 경찰이 있으나 없으나 정지를 하고. 일류대를 나오지 않았어도 실력이 있으면 승진이 되고.. 물론 사람사는 사회인 지라 그 이면으로는 여러가지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수 있겠으나 그래도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은 저에게 그래도 상식이 우선하고 통하는 나라였습니다. 편법과 매도,학벌,지연이 지배하고 이성보다는 감성과 정, 의리때문에 많은 혜택이 결정되는 한국과 비교했을때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에서도 결코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으니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민법이라 하겠습니다. 순서도 없고 원칙도 없고… 법을 따르며 기다린 사람은 그저 마냥 줄을서서 기다리고 편법을 쓰고 불체를 한사람은 또 잘도 구제를 당해 더 먼저 신분을 보장 받고… 각종 쓸데없는 법안들은 구실을 못하거나 현실성이 결여되고 각종 fee는 물가 상승율보다 훨씬 큰 폭으로 계속 오르는데도 서비스와 스피드는 조금도 개선되지않고 오히려 후퇴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