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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름 공부잘하는 국민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고, in seoul 대학도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신청해놓은 영주권이 어느날 갑자기 승인되어 온가족이 난데없이 이민을 오게 되었고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무 기술이 없으셨던 부모님은 남의 세탁소일을 도와주며 힘들게 힘들게 사셨고,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미국에서 다시 학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여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덜컥 아이를 임신하여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리고 그 뒤로도 아이를 하나 더 나아 정신없이 애들 키우며 살아 왔습니다. 바로 어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제나이 40중반을 지나갑니다. 중국계 회사에 세일즈맨으로 취직하여 2만불 연봉으로 시작하여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 같은 회사의 regional manager 가 되어 이제 연봉 8만불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고마운 아내가 맞벌이로 벌어오는 연봉이 7만불이라 house hold income 은 15만불 인데 세금 때고 머 떼고 하니 내 손에 떨어지는 인컴은 한달 8천불이 겨우 될까 말까 하네요.. 그동안 아이들은 커서 이제 큰아이는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고 둘째는 9학년이 됩니다.
부모님은 은퇴하셔서 지금은 저희가 모시고 살고 있고, 모기지 내고 있는 집 한채와, 페이오프 된 중고차 세 대 가지고 아이들 커가는 모습 바라보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살다보니 그동안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고 뛰어 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내 또래의 친구들중에 저 멀리 앞서나가 있는 친구들이 유난히 내 주변에 많아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연봉 10만불 이상은 기본이고 어떤 친구들은 20만불도 버는듯 합니다. 다들 고급 독일차에 집도 대리석 foyer, 이중문으로 된 front door, security guard 체크 없이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community에… 참으로 능력좋고 뛰어난 친구들이 제 주변엔 너무 많네요. 어쩌다 이곳 게시판에 들어와보면 이제 사회 초년생인듯 싶은 젊은 분들도 연봉 10만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걸 보면서 나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아둥바둥 힘겹게 살고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지만 우리 아이들 삐뚤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학교 다니고 이만큼 키웠고, 같은 회사를 25년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고, 마지막으로 가족 휴가를 간것이 5년전입니다. 한집에서 부모님 부양 하며 불평없이 살았습니다. 휴….. 그런데… 내가 잘산것인가, 앞으로 희망은 있는것인가,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밀려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도 내가 loser 가 된것 같아 자괴감이 밀려오네요… 이렇게 살다가…… 애들 시집 장가 보내놓고…. 거기까진 또 살아야 겠죠…그리고 그냥 내인생 그렇게 저물어가는건가… 뽀얗게 예뻤던 와이프도 이제 주름살이 제법 생기고 손도 거칠어 지고… 예쁜 내새끼들 보면서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다가도, 자꾸 주변의 성공한 친구들 얘기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게시판에 일기를 쓰고 갑니다.. 당신의 아들, 당신의 남편, 그녀석들의 아빠로 그동안 해준게 너무 없는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또 미안하네요.. 두서없는글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나는 희망이 있는가? 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또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가 오늘 하루도 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