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 4 – 빛바랜 사진, DNA, 그리고…

  • #83592
    PEs 75.***.171.173 5741

    어렸을 때에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서 지금와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오히려 아버님께서 8mm 영상으로 많이 찍으셨었는데 필름 들은 거의 모두 사라지고 없는 것 같습니다. 참 아쉬움이 크네요.

    요즘 같아서는 디지털카메라로 그리고 캠코더로 영상을 무제한으로 남기고, 저장하고 셰어하기도 하는데 70년대만 해도 사진이 참 귀했죠. 그때의 디지털카메라겪인 폴라로이드가 참 신기하고 인기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라감에 따라 언젠가 부턴가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아들아이를 보고는 붕어빵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객관적인 입장, 즉 사진같은 것으로 비교하고 싶어도 어린시절 사진이 워낙 없다보니…그래서 허전했나 봅니다.

    5-6년전 그 얼마 안되는 사진 중에서 하나를 스캔해 놓은 저의 어린 시절 사진 하나를 우연히 화일정리하다 발견했습니다.

    빛은 좀 바랬지만 아직도 꽤 또렷한 컬러사진인데 유치원에 가기전 예쁘게(?) 유치원복과 가방을 둘러매고 자전거를 쥐고 웃으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그만 기절을 할 뻔 했습니다. 그 사진의 나이 또래가 된 아이의 사진을 비교해 보니 마치 형제와 같이 똑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많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99%로 똑같은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너무나 그리고 누구나 잘 알지만 우리는 모두가 DNA를 이고 삽니다. 저도 결국은 아버지의 어린시절을 비교하면 거의 같을 것이고, 저의 행동 하나하나 습관 하나 하나를 모두 닮고 또 닮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결국 우리들은 그 진하디 진한 혈육이라는 필연의 DNA를 안고 그리고 이고 살아가고 있구나…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들었습니다. 나의 지금의 잘못된 생활습관 하나 하나 혹은 잘못된 편견에 따른 인생관이 아이들의 DNA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이지만, 이 빛바랜 오래된 사진하나를 통하여 진리를 하나 더 깨닫게 되는 것을 보니 부모로서 이제 좀 철이 들어가나 봅니다.

    부끄럽지 않은 DNA 아니 부모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해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어느정도나마) 닮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니, 희망이 있고 발전이 있을 미래가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빛바랜 사진과 DNA…책임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밀려오는 그런 밤입니다.
    내일은 저의 어린 시절의 그런 포즈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줘야 겠습니다. 미래의 또 다른 발견을 기대하며…

    • 커플스입문 67.***.137.153

      예전 어른들 말씀, 씨 도둑은 못한다는 말을 저도 새삼 저희 딸아이와 남편을 보면서 느낍니다. 부끄럽지 않은 DNA가 되시겠다는 다짐, 이 밤에 제 맘에도 소중하게 와 닿네요.

    • 산들 74.***.171.216

      참 신기하죠. 제가 여덟살쯤 되었을 무렵으로 보이는, 4살차이나는 바로 아래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그러니까 사진상 제 동생이 지금 제 딸내미 사~안들과 같은 나이였죠) 제 친구가 그 사진을 보더니 그러더군요.

      “음…사~안들 옆에 있는 이 언니는 누구??”
      ….
      “그게 난데…”

      부모를 떠나 심지어 제 동생과도 기가 막히게 닮더군요.^^

    • PEs 75.***.171.173

      “사~안들”의 귀여운 미소가 가득한 가족이라면 참 행복한 가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DNA가 이렇게 신기하고 강합니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것 인가요?
      모두들 좋은 DNA의 인자를 (성실, 근면, 정직, 비젼…) 이루어가는 새로운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 꿀꿀 136.***.158.145

      ㅋㅋ 다 그런건데요,,머~~~ DNA어디 가나요,,

    • 올림피아 71.***.100.103

      EAD를 갱신해 말어 고민하다가, 주말에 부랴부랴 코스코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10 분이 후에 찾아오라 해서 아내와 주저리 주저리 놀다 갔는데.. 안경을 벗고 찍었는데..이런.. 영락없는 제 아버지의 모습이더군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조금 서글퍼졌습니다.. 오늘도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 할까 봅니다.

    • bread 75.***.154.140

      그러게요. 제 딸이 백일지났을때 제가 백일때 사진과 비교해보면, 붕어빵까지는 아니더라도 참 많이 비슷하더군요. 와이프왈, 그래도 딸이 훨~ 낫다고…백일때 저는 머리가 많이 없었는데, 딸은 머리숱이 많네요…:)

      부끄럽지 않는 DNA….좋은 이야기 감사…

    • eb3 nsc 76.***.2.159

      큰딸 돐사진과…10년차이나는 둘째딸 돐사진이 거의 비슷해서, 둘째딸에게..큰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누구야?? 하면…이거 나야!! 하던데요..
      아빠를 더 닮은 둘째딸은 남들이 붕어빵이라고 하는데, 남편 본인은 잘 못느끼는것 같아요… .. 다들 좋은 DNA 만 물려 줍시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