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orums Job & Work Life 알라바마 꼰대들 알라바마 꼰대들 Name * Password * Email 거의 매일 아침 법카로 스타벅스나 파네라 빵을 던져주는데, 그 말인즉슨 아침 7시 전부터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밀린 로그 확인하며 그거 씹고 있으라는 소리임. 사육당하는 기분 달달하다. 출근 첫날 부장님이랑 차장님이 면담하면서 폴더인사 하길래 감동받았는데, 알고 보니 "노예 계약 성립"의 감사 표시였음. 첫날 바로 변호사 미팅해서 영주권 시작해 준 건 고마운데, 그 영주권이라는 눈이지 못할 족쇄가 채워지는 순간 내 여권은 회사 금고에 들어간 거나 다름없고, 그때부터 진정한 '알라바마 노예 12년'의 서막이 열림. 영주권 나올 때까지 얄짤없이 묶여서 군말 없이 굴러야 함. 금요일 점심시간만 되면 젊은 직원들 동부나 서부로 도망치듯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데, 안 바쁘면 점심에 퇴근시켜 주는 이유가 있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혼까지 갈아 넣었으니 주말에 여기 붙어있다간 정신병 걸릴 거 같아서 탈출하는 걸 지들도 아는 거임. 탈알라바마 하려는 필사의 탈출을 '배려'로 포장하는 기술이 예술임. 회식은 점심 케이터링으로 때우거나 가끔 다운타운 비싼 스테이크집 가는데, 와인 잔 부딪치며 나누는 대화의 90%는 "내가 한국에서 대기업 다닐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토크의 향연임.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고, 스테이크 썰면서 속으로는 '이 돈을 그냥 내 보너스로 주지'라는 생각만 간절함. 서로 존댓말 쓰고 영어이름(예: 대니얼 부장님, 제이슨 차장님)으로 부르니까 수평적인 거 같지? "제이슨, 이 리포트가 이게 뭡니까?" 하면서 조곤조곤 존댓말로 사람 말려 죽이는 피 말리는 싸늘함이 있음. 퇴근 시간 되면 차부장 과장님들 자녀들 픽업하고 스포츠 따라다니느라 칼퇴하는 건 맞음. 근데 지들 퇴근한다고 내 업무가 끝난 건 아님. "나 애들 라이드 가야 하니까 밤에 집에서 줌(Zoom)으로 체크하자" 하고 쿨하게 퇴근함.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끝내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 퇴근하는 구조임. 오히려 야근하면 업무 능력 떨어지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어서, 다들 눈치 보며 일감 싸 들고 집으로 노트북 챙겨서 나감. 물론 야근 수당 1.5배에 저녁값 30불, 교통비 30불 준다는데, 알라바마 깡촌 가로등도 없는 밤길을 30불 받자고 운전해서 퇴근하다가 사슴이라도 치이면 내 목숨이 30불짜리 되는 거임. 밤엔 무서워서 남겨줘도 못 먹음. 여기도 사람 사는데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위해 보지만, 대도시 살다 여기 오면 사방이 빨간 흙에 옥수수밭뿐이라 고립감이 장난 아님. 알라바마 한인들이 정이 많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내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임. 주말에 마트만 가도 회사 사람 만나서 인사해야 함. 다들 겉으로는 젠틀한 척 오지는데 속으로는 영주권 빌미로 부려 먹을 생각뿐이라 난 딱히 정이 안 감. 반박시 너 말이 맞음. 니가 여기 와서 한 삼 년 썩어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뼈저리게 알게 될 거임. 알라바마는 넓고, 내가 도망칠 구멍은 영주권 나올 때까지 없음. I agree to the terms of service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