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게이왕자 연재 3편 – 여자들만 사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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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게이왕자 163.***.249.75 143

    왕자가 도착한 별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별보다도 온화했다.
    하늘은 낮게 빛났고,
    바람은 불어도 날을 세우지 않았다.
    숲은 스스로 열을 조절했고,
    강에는 항상 마실 수 있는 물이 흘렀다.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았고,
    잠잘 곳은 언제나 안전했다.
    이 별에서는 태어나는 존재들이
    오직 여자 뿐이었다.
    오래전부터 계속된
    별의 방사선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남자는 태어날 수 없었고,
    그래서 이 별의 질서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었다.

    이곳에는 정복자가 있었다.
    다만 그들은
    무력을 과시하지 않았다.
    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들의 권위는
    이미 규칙으로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왕자가 땅에 발을 내딛자
    가장 먼저 들은 말은
    환영이 아니라 지침이었다.
    “이 별에서는
    도착한 외부자가 먼저 예를 갖춰야 합니다.”
    왕자는 잠시 웃을 뻔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에서
    이렇게 단정한 명령이라니.

    룰은 명확했다.

    서열이 높은 상대를 먼저 상대할 것
    지시에는 질문 없이 따를 것
    허락 없이 시선을 오래 두지 말 것
    마음대로 대화를 시작하지 말 것
    개인적인 호의로 규칙을 해석하려 하지 말 것
    자신의 기준을 이 별의 기준보다 앞세우지 말 것
    “왜”라는 질문은
    이미 충분히 안전해졌을 때만 허용된다

    이 룰들은 조항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다듬어진 예절에 가까웠다.
    누구도 큰 소리로 강요하지 않았지만,
    어기는 순간
    별 전체가 미묘하게 불편해졌다.
    왕자는 곧 알아차렸다.
    이곳에서는 벌보다 시선이 먼저였다.

    서열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계급장은 없었고,
    높은 의자도 없었다.
    그러나 누구의 말이
    회의를 끝내는지,
    누구의 침묵이
    공기를 굳게 만드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왕자가 가장 낮은 서열의 존재에게
    말을 걸려 하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부드럽게 말했다.
    “순서를 지켜 주세요.”
    그 말에는
    공격도, 분노도 없었지만
    거절보다 더 확실한 경계가 담겨 있었다.

    주어진 룰데로
    일단 서열이 가장 높은 여자부터 상대해야 했다
    문제는 외모와 서열이 반대엿다는 거다
    정복자들은 오크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정말 이뿐 여자들은 모두 노예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정복자 들은 노예들은 범죄와 배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절대 먼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
    굳이 노예들을 상대하고 싶다면
    모든 정복자들을 만족 시킨 이후여야 한다고 단정했다

    • 일게이왕자 163.***.249.60

      멀리 정원 가장자리에서
      이뿐 여자들이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조용했고
      눈빛은 낮게 깔려 있었다.
      누가 보아도 그들이 이 별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가장 낮은 신분, 노예였다.
      왕자가 본능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자
      곁에 있던 정복자가 조용히 말했다.
      “시선을 오래 두지 마십시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칼날보다 선명한 선이 있었다.

      왕자가 물었다.
      “왜 저들은 저렇게 아름다운데 가장 낮은 위치에 있습니까?”
      정복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설명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된 교리 같았다.
      “아름다움은 신뢰의 증거가 아닙니다.”
      “저들은 범죄와 배신의 유전자를 가진 혈통입니다.”
      “겉모습에 속아 먼저 가까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왕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전에 들렀던 정복자들의 별을 떠올렸다.
      그곳에서는 힘이 진실이었다.
      이곳에서는 혈통이 진실이었다.
      별은 달랐지만
      지배의 문장은 언제나 비슷했다.

      그는 다시 물었다.
      “그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복자의 눈빛이 잠시 차가워졌다.
      “증거는 질서 그 자체입니다.”
      “오랫동안 이렇게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이 곧 증거입니다.”
      왕자는 그 말에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권력은 늘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오래 지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을 주장한다.
      마치 낡은 편견이
      시간을 먹고 법이 되는 것처럼.

      왕자는 규칙대로
      정복자들을 차례로 상대했다.
      정복자들은 오래 굶은 듯 왕자를 탐했다,
      그들이 오르가즘에 오를때는
      왕자의 손와 입을 포함한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그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자치고는 학습이 빠르군요.”
      왕자는 웃지 않았다.
      칭찬처럼 들렸지만
      그것은 순응에 대한 보상이었다.

      마침내 모든 정복자들을 만족시킨 뒤
      그는 정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꽃잎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놀랄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저들의 말을 믿나요?”
      왕자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우리는 배신의 유전자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오래전 정복자들이 두려워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입니다.”
      왕자는 처음으로
      이 별의 가장 잔인한 진실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