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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6구
민족의 가락이다 싶어 좋았고4 4(3 4)조니 7 5(5 7) 조니
대충 이런 정형이라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말의 넘침이나
개념 없는 형식의 어긋남이 없이율격과 이미지의 자연스런 조합으로
단형의 구조미가 물씬 풍기는시조,
시졸
졸라리 좋아하다가,순수, 고독, 향수의 시인,
여류시인의 실 보는 순간
뻑가
그 때부터 실 좋아하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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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 때친구들과 카셋 들고
코펠이니 빠나니가 든 배낭을 메고설악산 뱀사골
로 놀러 갔었는데
내가 그 때도 늙어 보여
옆 텐트 지지배들이
여고 2학년이라길래난 고 3이라고 구라를 치곤
모태소질였던
이빨질로거기서 젤 예쁘장하게 생긴애와
걍 가만히
공손하고 겸손하게금 그어 놓고
한 텐트에서 잠만 잔 것 뿐인데몇 개월 지나
그 지지배의 아버지가
그 지지밸 끌고
우리집에 와결혼을 시키자는 둥
동거를 시키자는 둥
혼인신고를 먼저 시키자는 둥책임을 지라는 둥,
난 놀라 뭔 소리냐,
난 그냥잠만 잤다
그랬더니
그 지지배가 우리 아버지에게 불길
“잠도 자고”
로 결정적 증언을 하자
얼빠진 우리 아버지,
작대기로 날 패는데
거기까지는 참겠는데
부러진 작대기를 집어 던지곤허청에 들어가선
낫
을 들고 나오더니
낫으로 날
찍어 죽일 작정으로
정수리를 지대로 고누는
살기 가득한 눈빛,아, 쓰바,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졸라리 토끼는데“너 거기 안 서 개이새이야?”
평소 저질체력이신지라
몇 번 하더니 금세 지쳐선
날 쫒는 걸 포기하더니왈씀,
“너는 걸리기만 하면
낫으로
좀모가지
좀모가지
좀모가지를 끊어버릴 줄 알어이 개이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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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서
모가지가 길어서
모가지가 길어서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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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노천명의
‘기린’ 중에서.
이 신
날 시의 노예로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동질감
이라고나 할까?
착착 내게 달라붙고
막연히 땡기는 게나도 모르게 그 시의 노예가
자동으로 아니 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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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 몇 번
나와 함께 목욕탕을 다녀 온 후론언제나 아버진
내 머릴 쓰다듬으며 그러셨었다.“아이고 우리착한 기린.
아이고 착한 우리 기린.”아버진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언제나기린,
기린,
기린 하셨었는데,남들은 대게
다리몽댕이니 팔모가지닐
분지르니마니
비트니마니로 마무리를 하는데왜 우리 아버진
낫으로 좀모가질 끊어버리는 걸로 마무리를 하실라 그러셨을까?토끼다
은폐되기 좋은 풀섶에 짱박혀
곰곰히 생각을 해 봤더니 그거였드마안?목욕탕에 가 아버질 보고
아, 아버진 사슴이구나.
그거였드마안?
이참에 사골 빌미삼아
내 거길 잘라 반으로 만들어선그동안 내게 느끼고 있었던
사슴으로써의 기린에 대한 열등감.
열등감을 만회키 위함였단 걸 알았다.
그렇지 않곤
할아버지의 기린였던 아버지와의 나이 찬 열 여덟살
아버지의 기린였던 나와의 나이 찬 열 아홉 살
나의 기린인 내 아들과 나와의 나이 찬 열 일곱 살인 집안 내력의 전통을
부정할 이율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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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가 열 일곱살 차라선지나의 기린 아들색휘가 가끔
술실신이 되면
서열을 망각하곤 그런다.“어이 칼형”
이 색휘가 분명 날
사슴
으로 보고 깜보는 게 분명하다.
냘은 가
낫을 하나 장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