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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엔 해가 짧은 겨울이라서, 아침 출근길 7시쯤에 도착하는 자동차 파킹장은 여전히 어둡다. 파킹장에서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건물까지의 거리는 대략 다섯 블록을 포함하고 있는 0.5마일정도이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처럼 아직 아침해가 뜨지 않은 파킹장에서 걸어나와 사무실 건물쪽으로 이동했다. 한 3블럭쯤 지나자 갑자기 거리는 환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본격적으로 뜨는 모양이었다.
순간, 깨닫게 된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무리 추상적 관념이라고 해도) 실제적 공간인 거리에서 그 흐름을 물리적인 모습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트기전 아직 어둡던 거리가 아침해로 밝아진다는 것은 분명한 시간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아침 출근하면서 걷게 되는 이 거리가 하나의 커다란 해시계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도시라는 거대한 시계속을 걸어다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이전까지 책이나 문자로서만 감지해왔던 기분이었는데, 오늘 아침처럼 직접 내 몸으로 그것을 느끼게 되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은 옆블럭들 사이로 한번 걸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마치, 다른 시계를 보고 싶은 충동같은 기분이었다. 그 다음엔 다시 또다른 거리로 출퇴근 하고싶은 느낌 말이다.
아마도 봄이 오거나 여름이 되면, 거리가 갑자기 밝아지는듯한 느낌을 주는 요즈음의 세번째 블럭은 두번째 블럭으로 그 역할을 넘겨질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거대한 도시라는 시계가 스스로 움직이는듯한 또는 살아있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줄것같기만 하다.
더이상의 직장내 진급과 더이상의 재산모으기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요즈음엔 이런느낌들이 사는 재미가 되어버렸다. 어린것들은 짐작도 되지 않는 느낌들이다. 나 또한 예전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즐거운 느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