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이지만’ 님과 같이 저도 그냥 지나치고 지나가려다 예전에 익명의 인터넷 댓글에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어 일단 남깁니다.
혹시 제 신분을 지레짐작하실까봐, 아이비학부 졸업하고 뉴욕 월가에서 일하다가 아이비 엠비에이 이후 서부로 건너와서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에서 C레벨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주권자이고 시민권을 원하지 않습니다. 원글님이 원하는 패쓰를 다 가진 셈이지요.
일단 글에 보면 SAT스코어도 이미 가지고 계신듯한데 그 점수 얻기까지 돈들여 시험을 보긴 했을거고, 그 점수 버릴것도 아니고 일단 학부를 지원해서 합격하고나서 해도 늦지 않은 고민입니다. 이 게시판에서 부모가 만들어준 스펙 없이 힘들다 어쩐다 아무리 왈가왈부해도 결국 합격은 어드미션 커미티의 영역이고 여기다 물어서 누가 답을 해주는 것이 원글님이 애플리케이션 낸 뒤에 기다리는 시간동안 작은 위로가 된다면 모를까, 댓글 쓰신걸 보니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셨던 시간이 생판 모르는 사람 눈에도 보일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공격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분은 아예 인터넷에 글을 쓰고 익명의 댓글을 읽는게 정신건강에 더 해로울텐데 하는 생각. 왜냐면 여기서 누가 답해주는게 자신의 삶에 practical하게 아무 도움이 안되니까요 (막말로 누가 아이비 갈 가능성 전무하다 말해주면 진짜 그 말 한마디에 지원 안하실건가요? 주변 예를 들어 가기 어렵다고한 댓글에도 발끈하시는데 실상 본인이 원하는 정해진 답이 있는게 아닌지. 익명 게시판은 무당, 점쟁이, 정신 감정, 혹은 위로 게시판이 아닙니다.)
저는 학부 어드미션 커미티는 아니었지만 제 모교 엠비에이 인터뷰 커미티이긴 합니다. 즉 제가 사는 지역에서 1라운드 통과한 지원자들이 얼룸나이 인터뷰를 지원하면 저랑 인터뷰를 봅니다. 동시에 지금 제 회사 최종 라운드 인터뷰도 제가 보고요.
원글님이 지금 아이비를 지원해서 합격했다고 칩시다. (저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간 케이스이고 벌써 거진 15년전이라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케이스에 대해 조언을 드리기가 조심스러워 이 부분은 입을 다물겠습니다)
제가 수십통 받는 링크드인 메시지들이 아이비 학부 재학생들이 네트워킹하거나 인턴십 문의하는 이메일들인데 만약 제가 당신 레쥬메를 본다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10년간 무엇을 했고 어떤 경험을 배워서 성장했는지를 먼저 물어볼 것이며, 두번째로 사회경험을 살펴볼 것입니다. 미국은 나이가 상관없다고 하지만 실상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습니다. 실리콘 밸리 지역 대부분 회사들이 (대기업, 스타트업 포함) 직원들 평균 나이가 30대이고, 스타트업만 돼도 40-50대가 되면 그분야에 정통한 임원이나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뽑지도 않고, 이쪽 구글 페북들의 대기업들은 대놓고 차별은 못해도 (최근에 나이 디스크리미네이션으로 소송당한 회사도 있지요) 레쥬메상 나이가 그렇게 많으면 비장의 무기 (스타트업을 해서 exit한 경험이 있다던지)가 있지 않는 이상 30대 중반을 신입으로 뽑지 않습니다. 월가의 뱅킹이요? 여기도 나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0대 중반이면 대부분 VP이거나 매니징 디렉터 넘어갈 나이인데 한창 많이 잘리거나, 대놓고 잘리지 않더라도 매니징 디렉터 못올라가서 다른 부서로 좌천되거나, 혹은 본인이 치고 올라오는 20대 중반 애들이랑 일하기 힘들어서 BB에서 부띠끄나 더 작은 펌으로 옮기는 시기입니다. 본인이 미친듯이 말빨과 친화력이 좋아서 네트워킹 인터뷰에서 임원들을 임프레스하지 않는 한 (왜냐면 보통 이런 사람들이 세일즈를 잘하거든요. 저 뱅킹 있을때도 중부 주립대 학부 출신 애들이 소수 있었는데 부모가 거물이라 클라이언트 끌어줄수 있는 능력 있거나 혹은 모델처럼 잘생기고 예쁘거나 친화력 갑이라 누구든 잠시만 이야기해도 친구가 되는 세일즈 능력이 있거나 백퍼센트 이 셋 중 하나였습니다) 30대 중반 학부 졸업생 뽑을 가능성은 아무리 아이비를 나와도 전무합니다.
무엇보다 본문과 댓글 쓰신 걸 보니 개인적으로 힘든 20대를 보내신것 같은데, 미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는 역경을 딛고 긍정적으로 차고 올라오는 인생 2막입니다. 제가 합격점을 준 숱한 아이비 엠비에이 재학생들과 현 회사 직원들 중에 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지잡대 출신도, 하다못해 태어나보니 온 가족이 드럭을 파는 갱이어서 그 소굴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삐뚤어지지 않은 성품을 가지고 올곧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님이 가는 그 어떤 조직의 게이트 키퍼라면, 전 님 안뽑습니다. 나이가 많아서도, 고졸이라서도, 비자 때문도 아니라 아주 심플한 몇줄 글로만도 알수있듯이 제 조직 (클래스, 회사..) 문화를 저해하는 구성원이 되거든요. 미국문화는 한 조직 내에 diversity가 있어야 모두가 발전한다고 믿고 저도 그 신봉자이기에 (스스로도 소수인종으로 그 수혜자이기도 하고요) 왠만하면 좋게 보려해도, 님 같은 경우는 아웃입니다.
물론 제가 그 어떤 경우에도 오프라인에서 님을 만날 일이 없기에 그냥 듣고 흘려버리실수 있겠지요.
이 진로 외에 얼터네티브 옵션으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는 몰라도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