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3개월전부터 시작한 스웨덴 직장생활에 고민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스웨덴 커뮤니티는 활발하지 않아서 여기 글을 적게 되었어요… 미국에 취직한게 아닌 관계로 망설여졌지만… 몇일간 잠도 못잘만큼 고민이 들어 해외에서 직장생활하시는 선배분들께 조언구하고자 적어 봅니다.저는 스웨덴 본사의 중장비회사 한국 지사에서 sales engineer로 7년 일했고, 올해초 본사의 call을 받아 regional business manager로 현지채용 되었습니다. 스웨덴 현지채용된 한국인 1호, 여자라는점에서 존재감이 부각되었고 덕분에 한국지사를 떠날때 많은 축하와 기대를 받았었어요.
저 역시 면접보러와서 처음 마주한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모습에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구요. 한국보다는 훨씬 행복한 삶과 많은 기회가 주어질것만 같았어요. 아메리칸 드림과 유사한 유러피안 드림이었나봅니다^^;
문제는 저를 채용한 매니저가 팀원들과 소통은 거의 안한채 일단 절 뽑아놓고 알아서 적응하란 식이었던건데, 저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 동료들에게는 저를 추가로 채용할것에 대해서 사전에 상의하지도 않았던것 같아요. 기존 세명이 하던걸 제가 와서 갑자기 넷이 하게됐는데, 향후 업무를 어떻게 나눌거라는 플랜도 없고, 인수인계 플랜도 없고, 그러다보니 선임들도 저도 이 상황에대해 불안할수밖에요. 바로 텃세가 시작되더군요. 특히 왕고참 선임은 ‘난 니가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다, 누굴 뽑을거란걸 전혀 들은바도 없는데, 왜 여기있는거니? .. 나같은 시니어는 항상 주니어에게 교체되기 마련이지’ 하고 대놓고 면전에서 절 까더군요. 왜 나한테 이런 얘길 하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뭐라 할말이 없더군요.
아무튼 매니저와 면담후 10월부터 담당국가를 배정받아 터키와 동남아 마켓을 맡기로 했는데, 당일이 되도 해당국가 전임자는 인수인계에대해 전혀 말이 없는거에요. (이 전임자는 저보다 3살어린 남자에요.) 그래서 ‘오늘부터 내가 터키랑 동남아 하기로 했는데, 혹시 매니저에게 전해들은거 없냐’ 고 먼저 물으니 자긴 전혀 들은게 없다더군요. 저도 너무 당황해서 그냥 솔직히 말했어요. ‘미안하다, 나도 놀랐다, 사전에 너와 상의된줄 알았다…’ 그랬더니 ‘아 그래? 아무튼 오늘부터 니가 한다는거지?’ 하고는 대뜸 5분만에 터키와 동남아 현지 담당자에게 메일을 갈겨적어 보내더군요. 오늘부터 담당 바꼈으니 관련 비즈니스 저한테 직접 연락하라고요. 그리고 저더러는, 현지 담당자 이메일주소 알려줬으니 이제부턴 니 방식대로 일하라더군요.
이 또한 제가 알던 인수인계의 프로세스와는 달라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일할때 본사 담당 바뀔때면 항상 전임과 후임 둘이 함께 방문해서 식사도 하고 소개도 해주고 부드럽게 진행 되었었거든요. 본사에서 한 국가의 마켓을 맡는게 장난도 아니고 몇년에 걸친 히스토리와 신뢰가 축적되야 하는건데, 이렇게 뜬금없이 메일 하나로 담당자 변경을 알리는건 한번도 본적 없는 황당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한번만이라도 같이 출장을 가줄수 있냐고 부탁하자 내년까진 해외 출장계획 없다고 딱자릅니다. 제 입장에선 얼른 업무 파악하고 일 시작해야하는데 내년까지 기다리긴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소 한시간정도 인수인계 미팅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뭐가 궁금하냐, 정확히 뭘 원하냐, 너 방식대로 하면 되지않냐 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일해왔던 히스토리, 고객사 목록과 프로파일, 미팅 리포트등 도움 될만한걸 전달해 달라고하자 그런거 없고 다 자기 머리속에 저장되어있다고 하더군요. 해당국가 현지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알아서 받으랍니다. 결국 아무것도 받지 못했어요. X같은 X새끼더군요.
이 친구가 대다수의 직원들에게 나이스하고 장난도 잘치는데, 유독 저한테는 말 한마디도 안겁니다. 저도 자존심 상하고 빡치지만, 최대한 웃으며 말걸고 몇일에 하나씩이라도 물어보며 배우려 하고 있어요. 대체로 무관심과 냉대로 응답하지만, 그래도 뭐 하나라도 주워담으려고요.
터키와 동남아 현지 담당자에도 직접 연락하여 관계를 바닥부터 쌓아가고 11월에 혼자 출장 가기로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불면도 오고, 바보같아 보일것에 걱정되어 맘이 위축됩니다. 타부서 동료들 몇몇이 제게 친절하다해도, 직속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 없고 무책임하고(이번달부로 딴부서로 발령받아 가버리시고 후임 매니저는 미정이에요) 같은 부서 선임자들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니 힘이 듭니다.
뭣보다 기존하던 영업일과 새로 맡은 비즈니스매니저는 직무가 달라서 교육과 멘토링이 필요한 상황이고, 면접때 매니저에게 이런 부분 이야기 했는데도 방치 당한다는게 너무 어이 없어요.
그래도 퍼머넌트 계약이고 경력직이니만큼 어떻게든 해나가려 버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swim or sink 인가봐요 … 열심히 노력하면 적응할수있겠지 하면서 한편 분해서 눈물이 날것 같아요. 한국에서 멀쩡히 잘 다니고 있었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난잡한 분위기속의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 게다가 한국지사 동료분들이 저에게 가진 엄청난 기대에 비해… 실상은 한없이 어리버리하고 적응장애 겪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네요.
답답한 맘에 집에와서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ㅠ
참으로 힘이드네요… 심장이 다 아파올만큼 ㅠ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