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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 이 사이트를 알게 되면서, 글을 읽다가 몇 자 끄적끄적 거려 봅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 후 동부쪽에서 꽤 큰 미국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머 워라벨도 미국 회사 나름인건지… 정말 일 많이 합니다. 일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flexibility 는 좋구요- 저는 공대 계열이 아니라, 경영쪽에서 일하고, 매니징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 상당히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 아래 스태프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휴가도 잘 쓰는거 같은데, 매니저 윗급 선들은 더 고생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스태프 일때는 또 생각이 달랐겠지만…) 유학생으로 와서 페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인턴쉽 바닥 부터 시작해서, 인턴쉽 옮기고, 몇백통씩 이력서 써가면서, 풀타임 회사 잡고, 영주권 받고 매니징 레벨로 올라오기까지… 돌아보니 지난 시간이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 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아무것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겠죠…
이곳에 올라온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물론 지역에 따라 연봉과 조건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씀하시는 금액들이나 스타팅 조건들이 다들 너무 좋아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제가 부족한걸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가족들 때문에 꼭 미국에 정착하고 싶었기에, 직장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와 같이 시작했던 (performance나 평가가 좋던) 미국/외국 친구들은 좀 더 편한곳으로 이직들을 많이 했고,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은 저 밖에 남지 않다보니, 매니징 레벨로 올라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직장에서 앞길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것은 모든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다보니 너무 꼰대 같이 되버린게 아닐까… 혹시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내가 가는 길/공부 또는 직장에 확신이 지금 당장에 없더라도, 분명 배울 수 있는것이 이곳에 있다면 조금은 인내하며 성실하게 할일을 하는것도 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셈에 그렇게 밝지 못한 사람이고, 특별히 뛰어는 능력이 없는 사람 이기에,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많이 하더라도, (물론 불평도 많이 했지만) 나를 써주는것에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외국인을 쓰지 않아도 되는 회사가 돈을 들이며 신분을 도와주고, 동료로 대우해주는 것이 고마운 부분도 있었구요. (참고로 저희 회사 대부분의 매니징 레벨은 백인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조금 이리저리 흘러가 버린거 같네요. 사실 어찌보면, 제가 지금 받는 연봉이나 상황이 이곳에 계시는 많은 전문직 분들 보시기에는 부족하고, 제가 드리는 말씀이 좀 답답하게 들리실 수 있을수도 있겠지만, 저같이 평범하게 한국회사에서 일하고 돈모아서 학교 다니고, 길거리에서 99센트 짜리 피자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비 아끼며 이곳에서 직장인으로 아니면 학생으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지금 부족함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가 미래를 위해 지금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인내하며 성실히 하는 것이 어찌보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좀 답답하시더라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원하시는 것들 잘 이루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