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만 매니징- 돌아보며

  • #3329203
    미동부 65.***.118.254 2803

    안녕하세요- 최근 이 사이트를 알게 되면서, 글을 읽다가 몇 자 끄적끄적 거려 봅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 후 동부쪽에서 꽤 큰 미국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머 워라벨도 미국 회사 나름인건지… 정말 일 많이 합니다. 일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flexibility 는 좋구요- 저는 공대 계열이 아니라, 경영쪽에서 일하고, 매니징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 상당히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 아래 스태프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휴가도 잘 쓰는거 같은데, 매니저 윗급 선들은 더 고생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스태프 일때는 또 생각이 달랐겠지만…) 유학생으로 와서 페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인턴쉽 바닥 부터 시작해서, 인턴쉽 옮기고, 몇백통씩 이력서 써가면서, 풀타임 회사 잡고, 영주권 받고 매니징 레벨로 올라오기까지… 돌아보니 지난 시간이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 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아무것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겠죠…

    이곳에 올라온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물론 지역에 따라 연봉과 조건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씀하시는 금액들이나 스타팅 조건들이 다들 너무 좋아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제가 부족한걸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가족들 때문에 꼭 미국에 정착하고 싶었기에, 직장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와 같이 시작했던 (performance나 평가가 좋던) 미국/외국 친구들은 좀 더 편한곳으로 이직들을 많이 했고,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은 저 밖에 남지 않다보니, 매니징 레벨로 올라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직장에서 앞길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것은 모든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다보니 너무 꼰대 같이 되버린게 아닐까… 혹시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내가 가는 길/공부 또는 직장에 확신이 지금 당장에 없더라도, 분명 배울 수 있는것이 이곳에 있다면 조금은 인내하며 성실하게 할일을 하는것도 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셈에 그렇게 밝지 못한 사람이고, 특별히 뛰어는 능력이 없는 사람 이기에,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많이 하더라도, (물론 불평도 많이 했지만) 나를 써주는것에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외국인을 쓰지 않아도 되는 회사가 돈을 들이며 신분을 도와주고, 동료로 대우해주는 것이 고마운 부분도 있었구요. (참고로 저희 회사 대부분의 매니징 레벨은 백인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조금 이리저리 흘러가 버린거 같네요. 사실 어찌보면, 제가 지금 받는 연봉이나 상황이 이곳에 계시는 많은 전문직 분들 보시기에는 부족하고, 제가 드리는 말씀이 좀 답답하게 들리실 수 있을수도 있겠지만, 저같이 평범하게 한국회사에서 일하고 돈모아서 학교 다니고, 길거리에서 99센트 짜리 피자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비 아끼며 이곳에서 직장인으로 아니면 학생으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지금 부족함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가 미래를 위해 지금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인내하며 성실히 하는 것이 어찌보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좀 답답하시더라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원하시는 것들 잘 이루시길 소망합니다!

    • non-pp/ 학사 211.***.30.147

      글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현재 국내 대기업?에 있고.. 경영대로서 금번 로터리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게되면 선배님? 말씀대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생활하겠습니다.

    • 학생 174.***.5.92

      인내도 실력이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99.***.204.223

      맞아요!!동감합니다

    • ACCY 99.***.25.179

      좋을 말씀 감사합니다.

    • ㅇㅇㅇㅇ 64.***.73.222

      간만에 제대로 된 사람의 글을 읽어 보네요…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와야, workingus가 건전해 질텐데…

    • 111 66.***.145.61

      이런곳에 올라오는 연봉들 곧이곧대로 믿지마세요.

      남과비교해서 평균이상 연봉을 받으면 그걸 자신있게 올리는것이지

      평균 혹은 평균이하 연봉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봉을 공개하기 꺼려합니다.

      어딜가나 마찬가지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원글님과 같을것이라 생각합니다.

    • 저는 144.***.28.132

      10년 직장 생활 하면서 꽤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 버면 제가 제일 부자였을 때는 한국에서 싱글일 때 연봉 3600만원 받을 때였네요. 그 때는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나도 돈이 남아서 주체를 못 했었는데 지금은 돈이 많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 콩이모찌 98.***.3.13

      글쓴님 말씀 참 와닿아요. 똑같은 환경의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는 서른 초반 1인입니다. 9년전 운좋게 인턴쉽 잡아서 2천마일 넘게 날라가서 인턴쉽하고 돌아와서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7년전 경영대 졸업) 유일하게 받은 오퍼로 열심히 애널리스트로 시작해서 매니저거쳐서 어느덧 7년만에 디렉터라는 감지덕지한 타이틀달고 40명 팀 이끌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어리고 많이 배우고 하는 처지지요. 하지만 와이프도 열심히 일해서 다국적기업 매니저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저도 정말 열심히 7년간 일햇네요. , 한국 가본게 3년전이고 PTO는 200시간, sick time 80 시간 꽉 차있는데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매니저들 애널리스트들 휴가 마음껏 쓰게 도와주고 저는 정작 VP 눈치보면서 휴가다운 휴가도 못내고 삽니다. 학생때 거의 15년된 3천불짜리 시빅타고 지금의 와이프랑 정말 즐겁게 이곳 저곳 놀러다니고 (호텔아끼겟다고 텐트치고 자고, 먹을거 바리바리 싸가서 낚시하고 놀고 돌아오고) 장볼때 항상 하나하나 계산대 앞에서 가격 생각하면서 장보고는 했는데 다행히도 이제는 조금은 풍족하게 사네요. 힘들지만 참 즐거운 추억들이네요 지나고나면. 항상 열심히 하는 자에게 길이 있습니다. 1년전 들어온 미국 대학교 졸업한 한국인 애널리스트 영주권 바로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H1B 건너뛰고 영주권 프로세스 해주고 하면서 내가 겪었던 고충들 기반으로 남들에게 좀더 뭐라도 해주려고 하면서 혼자 뿌듯해 합니다. 미국인들 바글바글한 회사에서 열심히 부비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주저리 주저리 저도 꼰대겟죠 🙂 그래도 뭐든 열심히 하면 길은 있는거 같습니다. 항상 든든하게 조언해주고 챙겨주는 와이프덕에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250k 300k 받으시는 분들보면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그돈이면 거의 전문의 수준으로 받는건데 역시 큰물은 다르다고는 생각해요.

    • Hong 116.***.108.123

      열심히 사셔서 이루신 인생들 , 멋지시고 모두 박수쳐 드리고 싶습니다 !

    • 1111 24.***.141.127

      10만이면 많이 버시는거 아닌가요

    • 166.***.14.87

      그 직장에만 있기엔 아깝네요. 내년쯤 꼭 더 좋은 곳 이직하셔서 연봉 많이 올리시길. 꼭이요.

    • 수퍼스윗 184.***.6.171

      요즘 럭셔리 유학생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은 유학이나 사회 생활 초기에 풍족하지 못하죠. 친숙한 스토리들입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이 힘들었던 부분도 있지만, 추억이 되기도 하죠. 미리 다 셋업되고 확실한걸 찾는게 사람 마음이지만, 부족하고 힘든 가운데 만들어 나가는 것이 또한 삶의 진수입니다. 자식들 키울 때도 모든걸 provide하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지만, 그러면 귀한 자식 망치는거죠.

      돈으로 인생까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입니다. 먹고 살 수 있으면 된거고, 삶의 가치는 다른 것들에서 나오는거죠. 만약 돈 말고 다른 가치를 생각할 수 없다면 매우 불행한 인생입니다. 감사하게도 나는 운이 좋아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우리 부부가 차 없이 자전거 타고 다니던 시절의 힘듬과 즐거움을 cherish합니다.

    • aaa 69.***.46.70

      돌 갓지난 딸대리고 처음 미국 대학원으로 와서 와이프가 도시락을 싸주었지요, 점심,저녁 같은 샌드위치를 그렇게 몇달을 싸다녔는데 나중에 그러더군요 저보고 그걸 어떻게 매일 점심,저녁 같은 걸 몇달을 먹었냐고, 준비하는 본인도 보기만 해도 질릴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때는 그런 정신력이 있었습니다. 애기 유모차 태우고 무료로 하나씩 나눠주는 초콜렛 가게 들러 애한테 물리고 그렇게 동네 한바뀌 하곤 했지요,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farmer market에서 $20~$25불 어치 야채 사서 한주 버티고 그렇게 대학원 마치고 운좋게 취직해서 OPT, H1B, 영주권을 거쳐 지금은 시민권 신분입니다. 지금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카 드림? 120K 4BD 2 1/2BA Two car garage에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그 시절 생각하면 힘들었다는 생각보다 즐거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 지나가다 68.***.66.234

      좋은 글들이 많네요. 다들 각자의 상황에서 열심히 사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 유학을 나오지 않아도 풍요롭고 일의 성취감을 느끼면서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고 대학원 시절 1불 버거 네 조각으로 나눠 밥 반찬으로 먹던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15년된 1500불짜리 차를 대학원 내내 몰았네요. 타이어가 하도 닳아 눈길에 미끄러지는 일도 있었지요.

      다들 좋은 일만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