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 업무상의 짜증과 효율성 (보편적 아님)

  • #3347786
    jsd 99.***.218.46 2551

    내가 직장에서 하는일의 대부분은 남들이 써놓은 보고서를 리뷰하고 코멘트를 제공하는 일이다.
    덕분에 나는 두가지 감정을 업무를 통해서 자주 느끼곤 한다. 하나는 쾌감이고 다른 하나는 짜증이다.

    잘쓰여진 보고서를 리딩할때 느끼는것이 쾌감이고, 엉터리 보고서를 리뷰할때 갖게되는 감정이 바로 짜증이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의 분류기준으로 이 세상엔 두가지 종류의 보고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쾌감보고서, 다른 하나는 짜증보고서이다.

    이 두가지 종류의 보고서들은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절대적이진 않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쾌감보고서는 충분한 시간과 Budget을 가지고 준비되고 쓰여진 것이고, 짜증보고서는 충분히 못한 시간동안 (심지어 budget은 충분했을지라도) 쓰여진 보고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보고서를 리뷰할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게 얼마동안 무슨 연유로 이 보고서가 쓰여지게 됐는지 살피곤 하는데, 보고서 준비기간이 내 판단에 의거하여 충분치 못하고, 보고서 준비의 발생 근거 또는 백그라운드에서 구린냄새 (Fish Smell)가 난다면 짜증을 대비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보고서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다. 이런 짜증보고서류는 보통 나의 무지막지한 빨간색 코멘트들로 도배되다시피 하곤 한다.

    반면, 잘쓰여진 보고서는 매번 나로하여금 나의 직장업무에 대한 개인적 시각을 확인시켜주곤 하는데, 그것은 직장업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스트레스가 아닌 일의 즐거움을 가져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준비기간과 보고서의 백그라운 체크만을 통해 직감되는 쾌감 보고서들을 책상위에 던져놓고 퇴근하는 금요일엔 심지어 이 쾌감용 보고서를 본격적으로 읽게될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질 정도이다.

    내가 위와 같은 긴 사설을 쓰게 된 연유는 일요일 아침 읽게 된 어느 책 서평 칼럼에서 발견한 아래 구절 때문이다. 내 경험상 짜증보고서들은 효율성 (Efficiency)이란 단어를 쾌감보고서들 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효율성 (Efficiency)이란 단어를 믿지 않는다. 경험상 그것은 프로젝트의 구린냄새 (Fish Smell)를 가리기위한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해내는 프로젝트의 과정 (보고서 제출 포함)이 오히려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가장 높게 이루어낸 것들이라는 확신이 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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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독 사회주의와 통독 이후 신자유주의를 경험한 클라우스 피베크는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사회주의와 시장자유주의
    자들의 자유를 비판한다. 헤겔 <법철학>에 대한 세밀한 주해를 통해서 피베크는 이 양자가 자유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
    한다. 그는 전자가 시장의 자율성을 철저히 부정하려고 하며, 후자가 삶의 모든 영역을 오직 효율성의 척도로만 파악하려고 한다고 본다. 시장의 자율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나의 의지, 욕구, 자유가 억압당하고,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나의 자유를 다양하게 전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요컨대 그는 이 양자가 자유를 끊임없이 입에 달고 살지만, 자유의 토대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사회주의적 공동재산이라는 환상과 탈규제적, 야만적인 시장구조가 위기의 시대에는 국가사회주의(나치)처럼 우리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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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난주엔 4만명 직원을 책임지는 내 직장의 총수가 직할로 운영하고 있는 Audit 그룹을 만났고, 그들이 나에게 물어본 질문중에 하나가 나의 사무실은 효율성 (Efficiency)있게 운영되는지에 관한 문의 였다. 나는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효율성 (Efficiency)은 적지않은 경우 Quality를 희생시킨다고….나도 예전에 auditor로 근무해보았지만, 단한번도 질문내용에 이 단어를 사용한적이 없었다. 이번 총수도 결국 주식놀음만 하다가 바뀔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66.***.234.65

      어떤 분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 뱅킹쪽에서 프로젝트는 efficiency가 굉장히 중요한데…. 물론 quality도 같이 높아지구요… 글쓴이님의경우 적지않은경우 효율성이 퀄리티를 떨어튼다고 하는경우의 프로젝트는 어떤것이 예가 될까요?

      • jsd 99.***.218.46

        제가 이해하고 있는 한, 뱅킹업무는 본질적으로 숫자들로만 극단적으로 추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기에,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숫자들엔 군더더기가 없지요 (그게 참이건 거짓이건). 하지만, 숫자로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업무 흐름아래 얼마나 많은 비숫자적인 것들이 (Non-Numerbed Things) 두부모 짤리듯 짤려나갔을 것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날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제 분야는 뱅킹분야가 아니고요. 어떤면에선 요리 또는 음식업계의 프로젝트 과정과도 유사한면이 많은게, 제 분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요리의 핵심은 “정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효율성 (Efficiency)이 정성과 공존하기란 제게는 참으로 어려워만 보입니다.

    • Cal 98.***.180.126

      아마도 Efficiency는 어떤 인위적 기준을 이용하여 측정 (Quantification) 또는 Manipulation이 가능하지만 Quality는 측정이 쉽지않고, 더욱이 Performance Matrix에서 중요하지 않은 항목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 신상 73.***.145.22

      efficiency가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죠. 그걸 숫자 놀음으로만 이해할 때 문제가 됩니다. 궁극적 목표를 이해하기 보다는 당장 bottomline 보기 좋게 한다고 무리하면 단기간 숫자는 좋아 보입니다. 조직의 특성과 일을 정말 잘 이해하지 못하니 그런식으로 겉도는 metric만 갖고 이끄는 사람들이 많아요. 최악의 컴비네이션은, 여기에 더해 transparency와 accountability도 떨어지는 회사. 일은 말아먹으면서 정치 잘 하는 인물들을 키우는 망조든 회사가 됩니다.

    • 47.***.36.151

      Efficiency에 대한 정의에 제대로된 Quality를 포함시키면 됩니다. Efficuency가 중요하지 않다, 이걸 강조하는 게 옳지 않다는 원글의 견해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네요.

    • Ab 71.***.230.141

      효율이라는게 모든 비지니스 퀄리티에서 중요한 항목중 하나일 수 밖에 없죠. 개인적인 의견 잘 봤습니다. 공감은 안 가네요.

    • oo 73.***.85.184

      Brad같은 글이다. 알맹이 없음

    • CT 96.***.221.189

      대충보고 brad 인줄 알았네 ㅋㅋ. 영양가 없는 일기 템플릿이라도 돌아다님? 요새 이런글 왤케 많이 보임?

    • Dr6erre 174.***.40.57

      한심한 일베 쓰레기 ㅇㅇ와 CT, 또 입질이네..ㅋㅋㅋ

    • 108.***.113.213

      보편적이 아니라고 쓰셨지만, 사실 보편적으로 어디나 적용될수 있는 내용입니다. 전 보고서를 볼때 (님은 충분한 budget 이라고 했는데 분야가 다른지 이부분은 이해가 잘안가고) 논리적이지 않은 보고서가 가장 짜증납니다. bias 해서 지가 보고싶고 믿고 싶은대로 해석해 놓은 보고서 가장 짜증나죠. 특히나 그결과를 확대해석해서 포장해 놓은 보고서. 그러나 efficiency 에 개념은 quality 도 포함한 것 같은데……하긴 리포트 리뷰처럼 사람에 주관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quality 를 정확히 측정하긴 좀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