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 구입 방랑기

  • #102584
    날달걀 65.***.40.1 3024

    iPad를 나오자 마자 사는 건 이미 예전에 포기했었죠. 제가 많이 게으러거든요. 사실 저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iPad는 이미 복음입니다. 그래서 무거운 엉덩이를 할 수 없이 움직이게 되었지요.

    어쨌든 지난 주 주말에, 일단 토요일부터, 애플 스토어에 갔습니다. 성지순례하는 기분으로 팔로 알토의 매장에 가서 높으신 그 분이 밟았던 발자취를 따라 밟는게 신도의 소임임을 알고는 있지만, 역시 엉덩이가 무거워서…. -_-

    그래서 그나마 가까운 산호세의 애플 스토어에 갔습니다. 사람이 많을 것을 이미 알았기에 매우 늦은 시간에 들렸습니다. (정말입니다. 게을러서 늦게 간게 아닙니다)
    근데 태어나서 애플스토어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정말 처음 봤습니다. 정말 말디딜틈 없더군요. 아이팻을 한 번 만져보겠다는 희망은 도착 순간에 산산히 깨졌네요. 한가지 신기했던건, 꼬맹이들과 장애인이 아이팻을 조아라 장시간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풍경일 수 있지만, 컴퓨터를 쓸 줄 모르고 무서워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어머니에게 전 매번 “이건 쓰기 어렵고 잘 부서지게 만든 놈이 잘못이지 절대 어머니 잘못이 아니니 미안해 하지도 아쉬워하지도 마세요. 어렵게 배울려고 하지 말고 좀 기다려보세요” 라고 말하곤 했드랬죠. 이제 그 “때”가 온것이 아닌가 하는 작은 감동이 밀려오네요.

    우쨌든, 아이팻을 손으로 만져보는 건 실패했게, 매장을 쭉 한 번 스캔해 봅니다. 파란 티셔츠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 중에 제일 샤방샤방한 아가씨 주위를 어물쩡거려봅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붙어 있던 파리때가 떨어지는 순간 매처럼 달려들어 질문을 날렸습니다.

    본인: “16기가 아이팻 사고 싶어요. 있어요?”
    그 아가씨 저를 쓱 한 번 스캔하더니 가벼운 썩소를 날립니다(이건 제 상상입니다)
    직원: 없어요. 32기가하고 64기가는 물건이 있네요.
    본인: 그럼 16기가 언제 들어와요?
    직원: 저희도 몰라요. 예약은 할 수 있어요. 그럼 연락 드릴께요.

    아…내 피같은 백불을 더 뜯어가려는 애플의 가증스러운 작전에 절대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매장을 나왔습니다.

    이제 그 다음 날 일요일. 역시 전자 제품은 베스트 바이에서 사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저녁 늦게 매장에 갔습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는데도 아이팻 전시대는 빈틈이 없습니다. 특히 얼라들이 장시간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500불짜리 물건을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하고 사다니.

    베스트바이 직원들도 겁나게 바쁩니다. 다들 손님 상대하느라고 내 차례가 안옵니다.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그 사이에 마지막 아이팻을 누가 채가지나 않을까하는 맘도 듭니다.

    그 때 검은색 티에 조그마한 사과 딱지를 붙힌 통통한 아저씨가 와서 박수 한 번 칩니다.
    아저씨: 미나상! 혹시 질문 있는 분 있으면 하세요.
    본인: (팔을 크게 휘저으며) 저요저요! 질문 있어요.
    아저씨: ㅤㅁㅝㅇ미?
    본인: 16기가 모델 살라구요.
    아저씨: 아이쿠, 좀 일찍 오시지. 오늘 오전에 마지막 물건 팔렸는디.
    본인: 그럼 32기가라도 주세요. (더는 못참겠다)
    아저씨: 그것도 없어요. 64기가는 있는데 살래?
    본인: 그래요? 16기가 언제 들어올 진 모르고요?
    아저씨: 우리도 몰라요. 다 운이죠.

    아이씨. 토욜에 32기가라도 살 걸하는 후회를 한 참 했네요. 일주일 더 기다려서 백불 절약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이렇게 주말 대장정은 성과없이 끝났네요. 이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됩니다. 이번 주 주말에는 꼭 물건이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 sd.seoul 137.***.21.189

      하하하….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미 글 초반에서 부족한 믿음을 감지한 순간 저는 알아차렸지요.
      날달걀/님이 과연 살 수 있을까하는….
      사시면 꼭 후기 부탁드립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애플의 손쉬운 컴터로의 혁명적인 파라다임 전환은
      역사의 한획이라고 생각합니다.

    • 냠냠 99.***.67.10

      게으르신게 아니라 무척 부지런하시네요.
      저같으면 한 1년 있다가 값 내리면 실실 갈텐데 말이죠.
      재빠르게 매장과 베스트 바이 들르시구 이렇게 후기도 올려 주시구…

    • Qilmer 99.***.93.182

      구입하게 되시면 정성스런 리뷰 부탁드립니다.
      gadget을 좋아하는데 저는 ipad에 대한 효용성이 파악이 잘 안되거든요…아마 날달걀님 리뷰를 보면 마음을 정할수 있을듯 헙니다.

    • 날달걀 65.***.40.1

      리뷰나 사용기는 이미 인터넷에 차고 넘치게 많아서 제 사용기가 도움이 될지는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이 계시니, 매우 개인적인 짤막한 사용기 정도는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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