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학교 조교수직에 지원을 했습니다.
오늘과 목요일에 zoom 인터뷰를 하는데
오늘 하는 학교A는 별말이 없이 1시간 calendar invite를 보내와서 그러려니 했고
목요일에 하는 학교B는 20분 인터뷰를 하는데 10분은 제가 ppt슬라이드를 준비해와서 그걸 발표하라고 안내가 왔습니다
그래서 주말동안 ppt슬라이드 준비했고요.

오늘 방금 학교A와 인터뷰를 끝냈는데
시작부터 갑자기 슬라이드 share하라고 해서 엄청 놀랐지만 일단 태연한 척 하고
임기응변으로 학교B를 위해 준비한 슬라이드에서 엄청 빨리 학교B이름 들어간 슬라이드 다 빼고 몇개만 추려서
그걸로 발표했습니다;
제가 착각한 걸수도 있으니 “어? 슬라이드 준비하라는 말 못 들었는데요?” 이런 말도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못했습니다.

어찌어찌 겨우 큰 사건사고없이 끝나고나서
학교A의 contact person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다시 확인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슬라이드 준비하란 내용이 없어요
제가 이번 zoom인터뷰가 세번째인데 보통은 슬라이드 없이 진행하구요.
이번주 목요일에 하는 학교B와의 인터뷰 아니었으면 이번 인터뷰는 망했겠다 싶네요;
갑자기 15분동안 저에 대해 설명을 하라는데 아무래도 슬라이드가 있어서 나았다 생각했거든요.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걸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instruction을 받은 기록도 기억도 없는데……

근데 제가 줌인터뷰 처음도 아니고 그동안 한번도 다른곳에서 준비하라는 얘기도 없었고 줌인터뷰때는 보통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학교B에는 콕찝어서 준비하라고 한거겠지요 보통은 안 준비하니까. 그래서 놀란겁니다

그동안의 연구실적을 슬라이드없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지 상상이 안가네요.
심지어 가능한 예상 질문의 답변까지도 미리 보충 슬라이드에 준비하곤 하는데요.
(예전에 연구실 동료가 학교랑 인터뷰할때에는 저희가 예상질문까지 만들어 도와주곤 했습니다.)
대놓고 얘기를 안해서 그렇지 아마 슬라이드없이 인터뷰했던 그 학교도 황당했을 것 같은데요.

뭐 당연히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준비하라는 얘기가 없었다면 그냥 그런 얘기 없어서 준비 못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졸업 논문이나 중요 컨퍼런스에서 발표한게 있으시면 그걸로 쉐어해도 괜찮냐고 말하면 보통 그러라고 하고요.
보통 그정도 유도리는 있고 이런걸로 태클 거는 사람은 본 적 없습니다.

이상한 학교네… 인터뷰를 할경우 B 처럼 일정을 소개하고 미리 뭘 준비하라고 하는게 맞음 A컨택하는 사람이 실수로 안내를 안한 것일 확률 100%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search committee랑 admin간에 miscommunication 이 있었거나, 제가 주로 이메일 주고 받은 point of contact가 실수로 제게 이 내용을 언급안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zoom인터뷰때 그냥 주구장창 떠들기 보다는 슬라이드 준비하면 더 좋죠. 근데 다른 후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준비하더라도 search committee쪽에서 슬라이드 공유는 금지되어있다고 할까봐 처음부터 ppt슬라이드 준비하라는 말이 없으면 굳이 준비하지 않습니다.

암튼 화요일 인터뷰 시작하고서 슬라이드 share하라는 그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하다가 1. 혹시라도 내가 이메일 안내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고 (인터뷰 후 몇번이고 주고받은 이메일을 다시 확인했으나 전혀 그런 내용 없었음) 2.괜히 admin탓을 하는거 처럼 보일까봐 그리고 2. 사실대로 말하고 양해를 구해서 학교B를 위해 준비한 슬라이드를 공유한다면 대놓고 다른학교꺼 슬라이드를 쓴다고 광고하는 거 같아서 임기응변으로 그 짧은 순간에 최대한 학교B이름 들어간 슬라이드 다 쳐내고 마치 처음부터 슬라이드 준비한 것처럼 스르륵 넘어갔습니다. 십년감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