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영주권 받으신 것 축하합니다. 지금 밤 12:51분 너무 졸린데, 저와 처지가 똑같으셔서 글남깁니다. 저는 30세에 미국에 와서, 영주권없이 과학쪽으로 공부하다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2년제 풀타임으로 공부해서 졸업하고 자격증취득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RN-BSN completion을 했습니다. 그러나 영주권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아, 간호사로 1년 일하고 이런 저런 많은 일을 했습니다. 자격증을 써먹을 수 없었지요. 암튼 잘 안풀렸습니다.
1. 먼저 공부가 어렵다기 보다는 하는 방법이 많이 틀립니다. 어떤 놈이 간호과정을 만들었는지 보통 과목당 7-8주과정입니다. 예를들어, chronic condition (고혈압같은 거…)과목하면 몸의모든 시스템을 훓어야하는데, 얼마나 많은 병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7주에 끝냅니다. 깊은 지식을 원하지 않고, 이병이 뭐다, 왜 생긴거다, 어떻게 치료한다, 따라서 어떻게 간호하냐 순서로 공부합니다. 전 자세하게 하나하나 원리부터 공부하는 타입이라 그렇게 공부해서 엄청힘들었고 성적도 잘 안나왔어요. 나중에 간호공부의 감을 잡았지요. 포인트있게 공부해야 합니다.
2. 의학용어가 생소합니다. 한국에선 어려서 당뇨다 뭐 이런 말 듣기는 했는데, 영어로 의학 용어를 잘 듣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어떨때는 영어를 공부하는지 간호를 공부하는지 구별이 안갑니다. 여기서 자란 애들은 뜻이 뭔지는 뭘라도 들어는 봐서 금방 감을 잡지요.
3. 2년제 대학 vs. 4년제 과정. 2년제 대학은 선생들이 별로 케어를 하지 않아요. 기다리는 학생이 많으니 못해내면 그냥 아웃시킵니다. 멘토링이나 서포트가 거의 없지요. 학생들 수준도 별로 높지 않아요. 수학같은 거 dosage 계산하는 문제들 보면 가관입니다. 아카데믹한 거 별로 없고, 학생들도 그냥 직업훈련 배워서 돈 벌려고 하는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갓 18, 20된 아이들하고 공부하고 동일한 취급받는 게 당시엔 공부하냐 몰랐는데, 나중에 힘들었던 거구나 깨달았지요. 4년제는 좀 대학풍의 분위기가 있지요. 병원에서는 요즘 거의 BSN (간호학사)를 entry level로 봅니다. 제가 2년제를 시작한 이유는 학비가 싸고 빨리 간호사되어 일을 시작해서 고용주한데 학비지원받으며 계속공부해서 bsn 마치려고 했습니다. 생각이 짧았지요. 그냥 공부할 때 한꺼번에 쫙 끝내고 쉬는 게 좋습니다. 공부계속하면 학점 관리해야해서 스트레스가 많아요.
4. 일이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 많습니다. 간호사라 고상한 일 하지않습니다. 환자들 기저귀도 갈고 씻겨주고 밥도 먹이고 (간호 보조사들이 많이 도와주지만) 약도 주고 드레싱도 갈아주고….. 가족들과 얘기도 하고…. 그런 일 하는 거지요. 근데 짧은 시간에 이런 일보다 많은 일을, 많은 환자들을 위해서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어요. 비용을 절감할려고. 그래서 8시간 동안 뛰어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다 본의 아니게 사고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와 걱정이 많이 듭니디. 그리고 autonomy가 별로 없습니다. 결국은 의사의 지시를 수행할 뿐이니요. 내가 직접 문제를 파악해서 뭔가 고민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실행하고, 내가 결정하는 부분이 적어서 남자로서는 좀 뭔가 부족한게 있습니다.
5. 혹자는 간호사가 돈 많이 번다고 합니다. 그냥 보통이에요. 일자리가 다양하고 많고 안정적인 거 뿐이지요. 남들은 한 직장에서 일하는 데 12시간 3일뛰고 다른 데서 일하면 직장 2군데인데, 당연히 월급이 2배정도 되어야한 거 아니가요. 그렇게 벌어서 10만불 넘는다고 기뻐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한직장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서 그보다 더 벌기도 합니다.
6. 물로 간호사가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생략하겠습니다.
7. 제 소견엔 직장구하기가 어려워도 자동차쪽이나 엔진니어로 길을 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회사쪽으로 일하면 좋겠고, 정비소를 내서 사장을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정비소가 많은 것 같아도 믿고 갈데는 많지 않습니다. 간호하시면 바닥부터 시작하시는 겁니다.
8. 그럼에도 불국하고 꼭 간호학을 하시려거든, 한국에 학사가 있으시니 Accelerated BSN과정을 하십시오. 그리고 간호사는 임상 경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병원쪽으로 자리를 잡으셔서, OR, ICU, ED 하시면 항상 환영받습니다. 공부를 더 하시려면 ICU 에서 최소 2-3년 경력쌓고 마취간호사 (CRNA) 하시면 좋습니다. 그외 Nurse Practitioner 나 Midwife, clinical nurse specialist 하시면 임상쪽에서 일반 간호사보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하실 수 있습니다.
9. 결정을 잘 해야하는데, 인간의 마음은 심히 부패하여 나를 속입니다. 모쪼록 귀하께 가장 복이되는 결정에 이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