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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에서 사춘기때 이민 온 1.5세의 아쉬움과 경험담임. 특히 주변 1세대 (지금 나의 부모님세대) 와의 갈등이 많은 1.5세대들을 적지않게 보았고.. 별거 아닌 글이지만 1세대가 1.5세대의 고충을 좀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봄. (편하게 일기쓰듯 쓰는거니 반말이라고 훈수두지 말아주셨으면 함).
난 중학교 2학년때 (7th Grade) 부모님 따라 LA Koreatown으로 이민을 오게 됨.
부모님은 두분 다 일터로 향하셧고 (그때 당시 주변 99% 이민 오신 부모님은 일터로 항하셨음) 난 근처의 중학교로 바로 입학하게됨. 2000년도 초중반이라 그때 이민 Boom 이 있었고 학교엔 한국인들이 바글바글 했음. 사춘기와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온지 얼마안된 FOB들과 사귀게 됨. 학교가면 영어를 못하니 말도 안통하고 감정도 괜히 삐뚤어지는 나를 느낌.. 한국에선 영재소리듣고 중2때까지 반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았는데도 여기 와보니까 현실적으로 공부로는 이미 가망성이 없다고 자괴감이 듬. 자부심있었던 공부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사춘기에 휘둘려 계속 한국말이 더 편한 친구들과 어울림.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한인타운 근방의 고등학교로 진학 함.
이제 영어 의사소통의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었지만 절때 영어가 편하지않았음. 계속 한국말이 편한 1.5세 애들과 어울림. 학원을 가봤자 소용없음. 가봐도 나같은놈들뿐임. 이때는 슬슬 미국에서 태어난애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조금씩 미국 문화에 눈이 뜨여지기 시작함. 하지만.. 주변 아이들도 그랬듯 사춘기가 정말 심해졌고 맨날 사고를 치고다님 (싸움과 학교 무단결석). 그렇게 대학은 생각도 못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함.졸업하고 나니 당장 먹고살아야 했기에 닥치는 일은 밤낮으로 다 해봄. 게다가 아버지는 건강상태의 악화로 더이상 일을 못하게 되심. 택시기사, 술집, 플러밍, 서빙, 주방, 마켓, construction labor (공사판 노가다) 등 18살부터 24살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음. 하루에 4-5시간 잠을 자던 이 과정에서 연골이 다 나가고 몸이 다 부셔졌지만 (엄지손가락은 신경세포가 다 죽었고 6년동안 영양 부족으로 5-6번 혼절 함) 6년동안 20만불을 모으게 됨. 통장에 20만불을 찍자마자 바로 우울증+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세상과 단절을 해버림.
다행히 아버님이 다시 일을 하실 수 있게되었고 당시에 26살이고 통장에 20만불이 있던 나는 교육에 투자하기로 결심함. 다짜고짜 커뮤니티 컬리지로 항하게 되었고 낮에는 10년넘게 손을 떼었던 공부를 하였고 저녁엔 술집알바를 함. 결국 난 그냥 주변의 중간정도의 4년제 대학을 나오게 됨 (머리가 이미 굳엇고 이때도 4-5시간만 잤는데도 공부를 워낙 안하다 보니 불구하고 점수가 안나옴)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나서 보니 나이가 어느덧 30살이었음. 전공도 애매한 business 였던 나는 자격증을 목표로 두게되었고 CFA를 2년에 걸쳐 취득을 함.
지금은 private investment banking에서 시작 연봉 10만불로 첫 계약을 하였고.. (+수당, 커미션, 보너스 등 제외) 높은 연봉도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기가 너무 힘들었다는걸 1.5세대 입장에서 말하고싶음.
1세대분들이 항상 1.5세대를 보며 마치 “1세대들은 기회조차 없었다, 너희는 항상 기회가 많고 우리 1세대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살고있지 않냐” 라는데 이건 LA Koreatown에서 중, 고등학교때 이민 와서 적응한 (그떄당시)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말임. 오히려 1세대에 비해 1.5세대는 마약, 담배, 술, 폭력, 갱, 범죄, 등에 연류될 확률이 훨씬 높고 또한 너무 쉬움. 게다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은 더더욱 아닌) 애매한 문화의 사람이 되버림.
이렇게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간 1세대와 1.5세대의 갈등은 어찌보면 당연한거임. 1세대는 기대만큼 해주지 못한 (공부, 사회적 지위, 등 – 내가 이루지 못했지만 내 자식이 멋진 미국에서 이루어 주었음 하고 생각한 것들..) 자녀들에게 불만을 토하고 1.5세대는 자기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힘들었거나 망가졌다는 생각을 부모님 탓이 있다고 생각하게됨. 자녀들에게 이민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였으니까. 게다가 2000년도 초중반 사춘기에 LA Koreatown을 와서 잘되길 바란다는게 애초에 가망성 0.01% 두고 기대를 하는거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나부터 난 내 인생이 힘들었던거 부모님탓 많이했음. 이게 솔직히 말해서 팩트니까. 내가 미국을 오고싶어서 온것도 아니었고 와보니까 이런 환경에 이런 학교에 이런 곳에서 언어, 문화, 공부를 강요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1세대와 1.5세대의 적응 난이도는 같다고 생각함.
1세대는 의사소통만 해결되면 미국적응이 어느정도 끝나지만
1.5세대는 보통 대학을 가기 주어진 몇년안에 의사소통뿐만이 아니라, 쓰기 읽기까지 전부 현지인과 비슷하게 구사해야 괜찮은 대학이라는걸 생각해봄. 이게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춘기일땐 절때아님.나도 만약 선택권이 있었으면 이민은 오지 않았을꺼임.. 미국은 노력하면 되는 땅이라고들 하는데
내가 만약 한국에서 이만큼 노력했다면 지금보다 좋은삶을 살면 살았지 나쁜삶은 아닐꺼라고 봄..모든 1세대 1.5세대 화이팅이고 서로 보듬어 주길 바람.. 미국온지 20년이 되었든 30년이 되었든 우린 아직 뿌리가 깊지않은 이민자들이고 (regardless of our immigration status) 한쪽에서만 너무 respect을 바라는 관계가 아닌 서로 이해해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