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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스타트업에서 오퍼 레터 받고 싸인했습니다. 회사 싸인만 기다리면 되고요.
오퍼 받았다가 취소됐다가 한 게 2번이나 있었고 이 회사는 그 중 하나였고요.
구글 인터뷰 갔다가 다음날 시간이 남아서 인터뷰를 한 번 더 봤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좋았는데 오퍼 주는 exec이 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가 너무 귀찮게 해서 그런지 갑자기 나중에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그래서 이번에도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근 한달을 질질 끌면서 겨우 오퍼 받았네요.학부 졸업생이고 성적도 좋고 리서치, 인턴쉽 등 경력도 좋고 한데 3년 전에 컴퓨터로 전공을 바꾼 거라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1년이나 걸렸네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내년에 일을 시작하는데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자기관리도 좀 안되고 컴퓨터 사이언스/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지식도 부족해요.1년간 취업 준비하면서 문제들도 외우는 대신 시간 들여서 풀어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리도 배우고 뭐 나름 즐겁게 했습니다.
가을 들어서 3개월정도 미친듯이 준비했고요.
10월달에 오퍼를 두 군데서 받았다가 취소된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또 작년 10월에 인턴한 곳에서 오퍼를 안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비슷하게 힘들었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상담하기도 했지만 멀리 있어서 온사이트 대신 폰인터뷰 네 번으로 파이널 인터뷰를 대신 했는데, 당시 준비가 부족해서 책/구글 검색을 하면서 cheating을 해서 오퍼를 받았습니다.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고, 연봉도 $120k, 회사 주식도 0.67%에 일도 딱 제가 하고 싶던 일이었고, 회사도 지금 몇 십억달러에 IPO를 앞둔 primary storage 회사 founder가 secondary storage 분야에 투자 엄청 받고 새로 차린 스타트업이라 성공 가능성도 큰 회사였습니다.
거의 저한테는 신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양심에 찔려서 정말 어렵게 결국 회사에다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회사도 솔직한 건 고맙지만 재고해보니 지금은 new grad를 고용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엔지니어링 팀이 40~50명인데 전부 시니어 엔지니어였는데, 인턴할 당시 CEO한테 직접 연락 받아서 저만 특별히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2~3년 후에 다시 오라는 식으로 돌려서 오퍼를 취소하더라고요..
두번째 스타트업은 갈 마음이 크게 없었는데 비슷하게 취소됐습니다.아무튼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구글 온사이트 인터뷰 기회가 생겨서 다시 열심히 준비했더니 구글은 떨어졌지만 그 두번째 스타트업에 붙었네요.
베네핏은 특별할 건 없고 연봉 $90~100k에 회사 주식 몇 %인지 모르지만 좀 준다는데, 아무튼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고요.
솔직히 회사 product가 좀 모험이라 성공할지 안할지는 모르지만 series A 펀딩이 $9 million이고 곧 더 raise 한다니 몇 년 일하는 동안 망하진 않겠죠…
그리고 작은 회사고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사실 제가 실력도 없는데 $120k씩 받으면서 일했으면 너무 부담됐을 것 같습니다. 주식은 아직도 아쉽고요… 만약에 2~3년 후에 그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다시 0.67% 줄 리가 없겠죠ㅠㅠ아무튼 지금 회사 가서 살아남는 게 급선무고 걱정입니다. 인턴할 때 별로 못했거든요. 실력도 부족했고 회사생활도 못했고..
당장 살 집이며 차며 비자며 그런 것도 걱정이고요ㅋㅋ여기서 귀중한 조언과 정보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나 컴퓨터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시발점이 된 질문글을 올린 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여기서 조언해 주신 그대로 하려 노력했고, 제시하신 길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걸어온 것 같습니다.특히 인턴 꼭 하라는 댓글들에 바로 인턴 구할 준비 안했으면 멍때리다가 졸업하고 한국 갔겠죠…ㅠㅠ
인턴 구할 때도 너무 안구해져서 인턴 못하고 졸업할 뻔한 위기까지 갔다가 직전에 운좋게 좋은 회사에서 돼서 취직까지 한 것 같습니다.
레퍼럴 받으려고 겨울방학에 실리콘밸리 가서 하숙하면서 기차랑 자전거로 왕복 3~4시간씩 걸려가며 meetup 모임들 나가던 경험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찻길에서 위험한데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속상해서 길에서 많이 울기도 했었는데, 잊지 못할 것 같아요.인턴할 때 비싼 집 구했다고 여기서 욕도 많이 먹고, 이 싸이트에 자존심 건드리는 까칠한 댓글들도 많이 달리는 게 사실이지만, 엄청난 도움을 받았고 취직 하게 되면 꼭 한 번 감사하다는 글 적고 싶었습니다.
제대 후부터 오퍼 받는 순간까지 돌아보면 정말 운도 엄청나게 많이 따랐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부모님 돈을 엄청나게 끌어다 썼습니다…ㅠㅠ
더 열심히 해서 저도 받은 만큼 남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