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취업 준비 끝에 첫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 #2365211
    C++14 72.***.44.120 3578

    오늘 한 스타트업에서 오퍼 레터 받고 싸인했습니다. 회사 싸인만 기다리면 되고요.
    오퍼 받았다가 취소됐다가 한 게 2번이나 있었고 이 회사는 그 중 하나였고요.
    구글 인터뷰 갔다가 다음날 시간이 남아서 인터뷰를 한 번 더 봤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좋았는데 오퍼 주는 exec이 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가 너무 귀찮게 해서 그런지 갑자기 나중에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고…
    그래서 이번에도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근 한달을 질질 끌면서 겨우 오퍼 받았네요.

    학부 졸업생이고 성적도 좋고 리서치, 인턴쉽 등 경력도 좋고 한데 3년 전에 컴퓨터로 전공을 바꾼 거라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1년이나 걸렸네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내년에 일을 시작하는데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자기관리도 좀 안되고 컴퓨터 사이언스/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지식도 부족해요.

    1년간 취업 준비하면서 문제들도 외우는 대신 시간 들여서 풀어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리도 배우고 뭐 나름 즐겁게 했습니다.
    가을 들어서 3개월정도 미친듯이 준비했고요.
    10월달에 오퍼를 두 군데서 받았다가 취소된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또 작년 10월에 인턴한 곳에서 오퍼를 안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비슷하게 힘들었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상담하기도 했지만 멀리 있어서 온사이트 대신 폰인터뷰 네 번으로 파이널 인터뷰를 대신 했는데, 당시 준비가 부족해서 책/구글 검색을 하면서 cheating을 해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고, 연봉도 $120k, 회사 주식도 0.67%에 일도 딱 제가 하고 싶던 일이었고, 회사도 지금 몇 십억달러에 IPO를 앞둔 primary storage 회사 founder가 secondary storage 분야에 투자 엄청 받고 새로 차린 스타트업이라 성공 가능성도 큰 회사였습니다.
    거의 저한테는 신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양심에 찔려서 정말 어렵게 결국 회사에다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회사도 솔직한 건 고맙지만 재고해보니 지금은 new grad를 고용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엔지니어링 팀이 40~50명인데 전부 시니어 엔지니어였는데, 인턴할 당시 CEO한테 직접 연락 받아서 저만 특별히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2~3년 후에 다시 오라는 식으로 돌려서 오퍼를 취소하더라고요..
    두번째 스타트업은 갈 마음이 크게 없었는데 비슷하게 취소됐습니다.

    아무튼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구글 온사이트 인터뷰 기회가 생겨서 다시 열심히 준비했더니 구글은 떨어졌지만 그 두번째 스타트업에 붙었네요.
    베네핏은 특별할 건 없고 연봉 $90~100k에 회사 주식 몇 %인지 모르지만 좀 준다는데, 아무튼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고요.
    솔직히 회사 product가 좀 모험이라 성공할지 안할지는 모르지만 series A 펀딩이 $9 million이고 곧 더 raise 한다니 몇 년 일하는 동안 망하진 않겠죠…
    그리고 작은 회사고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사실 제가 실력도 없는데 $120k씩 받으면서 일했으면 너무 부담됐을 것 같습니다. 주식은 아직도 아쉽고요… 만약에 2~3년 후에 그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다시 0.67% 줄 리가 없겠죠ㅠㅠ

    아무튼 지금 회사 가서 살아남는 게 급선무고 걱정입니다. 인턴할 때 별로 못했거든요. 실력도 부족했고 회사생활도 못했고..
    당장 살 집이며 차며 비자며 그런 것도 걱정이고요ㅋㅋ

    여기서 귀중한 조언과 정보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나 컴퓨터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시발점이 된 질문글을 올린 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여기서 조언해 주신 그대로 하려 노력했고, 제시하신 길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걸어온 것 같습니다.

    특히 인턴 꼭 하라는 댓글들에 바로 인턴 구할 준비 안했으면 멍때리다가 졸업하고 한국 갔겠죠…ㅠㅠ
    인턴 구할 때도 너무 안구해져서 인턴 못하고 졸업할 뻔한 위기까지 갔다가 직전에 운좋게 좋은 회사에서 돼서 취직까지 한 것 같습니다.
    레퍼럴 받으려고 겨울방학에 실리콘밸리 가서 하숙하면서 기차랑 자전거로 왕복 3~4시간씩 걸려가며 meetup 모임들 나가던 경험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찻길에서 위험한데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속상해서 길에서 많이 울기도 했었는데,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인턴할 때 비싼 집 구했다고 여기서 욕도 많이 먹고, 이 싸이트에 자존심 건드리는 까칠한 댓글들도 많이 달리는 게 사실이지만, 엄청난 도움을 받았고 취직 하게 되면 꼭 한 번 감사하다는 글 적고 싶었습니다.
    제대 후부터 오퍼 받는 순간까지 돌아보면 정말 운도 엄청나게 많이 따랐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부모님 돈을 엄청나게 끌어다 썼습니다…ㅠㅠ
    더 열심히 해서 저도 받은 만큼 남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축지법 98.***.193.19

      축하합니다.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 Maximus 216.***.189.130

      축하드립니다. 자신감은 회사 생활하는데 가장 큰 자산입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오퍼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회사에서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 직장 108.***.131.178

      앞으로도 더 좋은일들이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회사는 즐거운 때도 있지만 힘든때도 있으니 힘든때는 돈받으며 일배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조금은 편해지는거 같더라구요. 처음부터 너무 달리지 마시고 차분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과 경쟁하려 하지 마시고 주위사람들과 함께 성공하려고 하시는게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 주시는것 같습니다. 아직 젊으시니 일 이외에 그 나이때에 즐겨야 하는 일들도 충분히 즐기시며 지내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축하해요.

      • 정말 173.***.169.161

        학부졸업에 경력없는데 100k를 찍는군요…와우.

    • 지나가다 76.***.192.25

      스타트업에서 갓 학부 졸업한 사람에게 저정도 몸값을 준다니 믿기지가 않네요..엔트리레벨일텐데 개별프로젝으루하실려면 몇년 걸리실텐데.. 너무 부럽네요…열심히 하시구요 축하드립니다

    • 104.***.204.100

      완전히 지 멋대로 사는 사람이군. 축하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계속 자신감 가지고 꿀리지 말고 그리고 계속 정직하게 사세요. 멋있게 잘 되실겁니다.

    • .. 66.***.94.59

      귀엽고 깜찍하게 잘 썼구만…
      저런 딸 자식 없어서 샘 나나?

    • ssd 75.***.214.154

      노력한 결과를 얻었네요
      나도 노력해야징 ㅎㅎ

    • 초보남편 97.***.82.94

      화이팅입니다!

    • 쓰레기씨애틀박진상 104.***.228.154

      C++14 님 축하드립니다. 글에서 준비와 노력을 많이 하신게 보이네요. 계속 성공하세요!

    • Target 205.***.165.74

      역시 CS가 연봉은 세더군요

      문과 전공자 연봉의 딱 2배네요

      웬만한 100위권 주립대 문과 전공자 연봉은 5만불 언저리입니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그렇게 받고, 중소 도시로 내려오면 4만불대로 받더군요

    • MD 63.***.92.182

      윗분, 지금 5만불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100위권 대학 평범하게 문과 학부만 졸업하면 취업 자체가 안 돼요, 요즘
      미국인들 말고, 토종 유학생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에요

    • 추카 68.***.68.244

      많이 축하드립니다. 인터뷰하면서 겪은일들을 이곳에 적어주시면 님이 도움을 받았듯 다른 분들이 또 도움을 받을겁니다.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