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닥하면서 드는 이런 저런 생각

  • #3639225
    . 129.***.195.174 3703

    0.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학부를 밟고 미국에서 박사과정 졸업 후 (STEM) 포닥 중입니다.

    1. 포닥 1년차에는 나름 야망이 있었는데 2년차로 넘어가니 슬슬 지칩니다. 생각보다 논문도 더디게 나오구요, 불확실한 미래에 불면증도 생깁니다. 같은 학교 졸업한 동기 혹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은 인더스트리로 갔고 이제 한 두명 슬슬 교수직에 도전하는 애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친구들은 박사과정 동안 나름 이런 저런 실적을 이미 많이 보유한 상태라서 굳이 포닥을 오래 끌지 않고 교수직에 도전하는 거 같습니다.

    2. 박사과정 학생일 때에는 제가 학교와 지도교수님의 고객이면서 그들이 저를 새끼새처럼 보듬어주고 키워주는 느낌이 들었다면 확실히 포닥은 직장인이네요. 회사로 따지면 중간관리자의 입장이 되어서 위로는 교수들에게 치이고 아래로는 학/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치이는 기분입니다. 웃기는 건 돈은 박사과정 때 받던 stipend보다 약간 더 받으면서 고생은 더 하는 기분이라는 거죠.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니 어쩌겠습니까? 교수님들은 또 교수님들만의 고충이 있겠죠? 어쨌든 배우는 점도 없진 않은데 포닥을 정말 굴리는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4-5명이 보통 함께 쓰는 논문을 지금 저 혼자 멱살잡고 끌고 간다던지 하는.)
    Q. 모두들 포닥으로서 노예같다는 기분 느끼시나요? 아니면 저만 이런가요?

    3.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하게되어 좋은 점도 있지만 도대체 다른 포닥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고 친분을 쌓거나 교류를 하는 것에도 제약이 있어서 답답한 점도 있습니다. 저는 포닥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코로나가 터져서 다른 포닥들을 볼 일이 없고 오직 제가 속한 랩멤버들과만 일하네요. 같은 랩에 속한 포닥들도 zoom으로만 보니 친분이 쌓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속을 터놓고 얘기하기도 한계가 있고요.
    Q. 도대체 다른 포닥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4. 이 모든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아직 가는 이유는 아직 제가 포닥 초년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성격상 인더스트리보다 학계가 더 맞는 거 같기 때문입니다. 비록 돈도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누군가의 오더를 받지 않아도 되고 논문쓰는 일이 아직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어떻게 느낄지 계속 두고봐야 겠습니다.

    • 꼰대 73.***.1.170

      굳럭!! 잘할거에요

    • 전직 포닥 아저씨 165.***.221.67

      1. 지금 나이가 어느정도 이신지 모르겠지만, 남들 1-2년 일찍 자리 잡는거 보고 너무 맘 흔들리지 마세요. 나중에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듯합니다. 방향이 중요하겠죠. 방향을 잘 잡고 흔들리지 말고 가시다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을겁니다.

      2. 네 선택하신 길이니 돈 생각하고 포닥하면 쉽지 않습니다. 포닥은 교수 입장에서 싸게 고용해서 많이 부려먹기 좋은 포지션입니다. 대학원생보다는 나은 퍼포먼스를 당연히 기대하죠. 대부분의 포닥들이 원글자처럼 절박하기도 하고요.
      저도 5만불돈 받다가 인더스트리로 왔는데, 아래 직급 사람들 보면 고졸/전문대 나온 테크니션도 포닥보다 돈 더 받습니다. 경력 있는 사람들은 포닥보다 3-4만불 더 받더군요. 돈 생각하지 마시고 미래의 꿈을 위해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3. 포닥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소셜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은 상황입니다. 결혼 안하셨으면 주말이든 저녁 시간 활용해서 운동을 하시던가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세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4. 네 지금 시기가 가장 고민 많은 시기입니다. 포닥 후에 인터스트리 간 사람들이랑도 얘기해보시고, 교수 된 사람들 얘기도 잘 들어보세요. 대충 자기가 어디에 맞는지 찾아가게 됩니다. 힘내세요.

    • 포닥은노예 129.***.109.42

      저 같은 경우 대부분의 지도교수가 시키는 것만 하길 바라더군요. 진짜 노예가 된 기분입니다. 이럴 바에야 돈 많이 받는 노예가 되고자 이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73.***.30.218

      조금 지치셔서 불만이 쌓이신 모양입니다. 잘 극복해내시길 바래요.
      아래 글은 좀 까칠하게 썼지만, 원글님의 커리어 고민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인더스트리 vs 아카데미아 결정을 확실히 할 때가 되었습니다. 꼭 교수가 아니더라도 학계에 남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인더스트리로 갈거면 1-2년 내로 결정하는 것이 본인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겁니다.

      2. 4-5명이 쓰는 논문을 본인이 캐리하게 된 것을 가지고 포닥을 굴린다?라고 생각하시면 본인이 과연 교수의 자질이 있는지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를 리딩하는 능력은 연구를 하는 교수에게는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차라리 본인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게 쉽습니다. 공저자들 동기부여하고 대학원생들 가르쳐서 하게 만드는 것이 더 이상적이지만 더 어렵습니다.

      3. 포닥에 국한된 얘기는 아닌것 같습니다. 본인이 소셜의 필요성을 느끼시면 꼭 일목적이 아니더라도 만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커피 한잔 정도 할 친분은 쌓는게 이래저래 도움이 됩니다. 학교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다른 커뮤니티도 찾아보시고요.

      4. 인더스트리라고 꼭 시키는 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박사이후의 연구개발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의 자유도가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회사라고 일 적게 하지 않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간혹 보이는 돈 많이 받는 엔지니어들, 진짜 그만큼 일합니다.
      반면 학계도 꼭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로만 채워진 건 아니지요. 교수의 삶을 보시면 연구 이외에 해야 할일들이 많습니다. 포닥이 일이 많다고 불평하시는데 원글께서 보시기에 교수는 모든 일을 원글께 넘기고 나서 편해보이던가요, 아니면 본인보다 더 바빠보이던가요?
      교수라는게 하는일이 좀 고상해보여서 그렇지 연구실 하나 운영하는게 쉽게 말하면 작은가게 경영하는거랑 비슷합니다.

    • Niw 104.***.181.72

      가능하면 포닥중 niw로 영주권받으면 회사로 가던 학교에 지원하던 심적 안정을 줍니다. 신분불안도 흔들리는 요소 중 하나에요.

    • 포닥인생 174.***.203.99

      돈만 많으면 내가 보기엔 캘리포니아 남부 같은데서 살면서 평생 포닥이 젤 좋은 직업인데.. 돈이 문제다.

    • 미국 67.***.34.197

      가장 힘든 시기죠. 그때가. 매일매일 바람불듯 마음이 바뀌고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잡이 어느쪽으로든 또렷한 방향이 정해지면 좋겠는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박사애들이랑 싸우며 뭐하나 싶으실거에요.
      아카데미아에 더 있는건 정말 정말 내 개인 취향과 적성이 중요했고요.
      가족들과 가장 많이 고민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공대 조교수 달면 지옥을 경험합니다. 모든 것이 내 매니징과 책임
      거기에 학생들까지 끌고와야 합니다. 하하.
      포닥때 겪은 우울증이 도움되는 때도 옵니다….

    • king 76.***.254.97

      포닥은 목적을 가지고 자기가 연구할 시간을 가질려고 하는 것이지요 .

      능력이 있으면 직장(이와이면 대기업 연구소 계열)을 구하고 밤, 주말등을 활용해서 본인의 연구를 지속하여 끊임없이 좋은 논문을 내면 오히려 포닥만 한 사람보다 직장+ 연구실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교수가 될 수도 있지요. 실제 주위에서 그렇게 해서 탑 대학 교수된 사람들 여럿 봤구요. (특히 직장 성과가 많이 + 되었음)

      즉 현 상황에서 항상 본인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성과를 내는 사람은 존재하고
      본인 보다 더 못하고 게으른 사람이 존재하는 겁니다.

      본인이 자기의 능력에 맞춰 포지셔닝을 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 직장인 63.***.130.112

      전공 분야가 어디신가요? 제가 알기론 bio쪽은 교수직 어플라이 할려면 포닥 5년 이상이 기본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그쪽이 아니시라면 하루빨리 안정된 교수직을 잡는게 좋겠죠. 포닥은 페이퍼를 많이 내는것 밖에 없다고 봅니다. 교수한테 페이퍼 퍼블리쉬를 기댈게 아니라 이쪽 저쪽 내자고 귀찮게 굴어도 시원찮을 입장입니다. 그래도 연구중에 자꾸 돈이나 하는일에 회의감이 든다면 하루빨리 인더스트로 가는게 정답입니다.

    • F+ 174.***.141.17

      여기에 주절주절 힘들다 그러는 포닥은 좀 경쟁력 없어 보입니다. 마무리 빨리 달 하시고 더 당당한 독립연구자가 되시길.

    • 애플 152.***.235.188

      포닥은 어차피 temporary 아님?

    • 좋겠다 98.***.255.83

      포닥은 어차피 temporary 아님? 2

    • 72.***.133.24

      포닥 해본 사람이 드는 이런저런 생각.

      1. 이제 시작인데 뭘 지쳐요.
      2. 포닥 직장인 아닙니다. 중간관리자? 착각도……포닥은 그냥 박사 받은 학생입니다.
      3. 코로나 국면에 포닥을 하니 좀 특수한 경험이긴 해 보이는데, 아니더라도 원래 다른 포닥하고 속터놓고 지낼 관계는 만들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면 님에 경쟁자 입니다. 실제로 교수 지원할때 비슷한 시기에 같은 렙에서 나온 포닥들은 지원시기나 학교도 다 겹칩니다. 분야나 스킬도 같기때문에 아주 직접적인 경쟁자 입니다. 또 나중에 논문 같이 쓰면 한번 보세요. 이름 순서로 얼마나 싸우는지.
      4. 성격상 인더스트리에 맞거나 학계에 맞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포닥하는 사람들 90프로는 자기는 몇년후에 교수하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 그렇게 출발하는것이지만 결국 교수 하는 사람은 그중 10프로도 안되고 특히 님이 일하는 그런 메이져 리써치 스쿨에 교수가 되는 사람은 5프로도 안됩니다. 그나마 백인 애들하고 비교하지 마시고 한번 님에 분야에서 실제로 님이 가고 싶은 알려진 대학 30개만 골라서 님같은 한국인 1세 출신에 교수 몇명이나 되는 지 세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들 출신이나 이력을 보세요. 그럼 바로 님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 나옵니다. 님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님이 스스로 언급했듯이 ‘박사과정 동안 나름 이런 저런 실적을 이미 많이 보유한 상태라서 포닥이 오래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학계에 맞는 사람이다 뭐 이런 마인드는 버리는게 좋습니다. 포닥은 최대한 짧고 굵게. 딱 시간을 설정해 놓고 아니면 과감히 포기. 포닥 오래하면 인더스트리도 더 힘들어 집니다.

    • 포닥 220.***.149.159

      소싯적 포닥 좀 해본 사람으로서 조언을 주면,

      그냥 포닥은 연구그룹에서 제일 일 많이 해야 하고 제일 성과도 많이 내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포닥 1년차까지는 좀 괜찮다가 2년차 지나면서 슬슬 불안하게 됩니다. 왜냐면 포닥은 임시직이라서 최대한 빨리 permanent job을 찾아야 하는 것이 숙명인 자리거든요.

      지도교수와 큰 트러블이 없으면 포닥 생활도 나쁘지 않아요. 포닥의 제일 큰 문제가 지도 교수가 포닥을 맘에 안 들어 할 때에요. 그럼 그 랩에서 포닥 생활은 빨리 정리하고 다른데로 가야 함. 박사과정 학생보다 더 포닥에게 지도 교수는 절대적 보스입니다. 자기가 박사 학위 있는 포닥이라고 지도 교수와 뭔 언쟁하고 하다간 끝이 안 좋을 확률이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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