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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학부를 밟고 미국에서 박사과정 졸업 후 (STEM) 포닥 중입니다.
1. 포닥 1년차에는 나름 야망이 있었는데 2년차로 넘어가니 슬슬 지칩니다. 생각보다 논문도 더디게 나오구요, 불확실한 미래에 불면증도 생깁니다. 같은 학교 졸업한 동기 혹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은 인더스트리로 갔고 이제 한 두명 슬슬 교수직에 도전하는 애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친구들은 박사과정 동안 나름 이런 저런 실적을 이미 많이 보유한 상태라서 굳이 포닥을 오래 끌지 않고 교수직에 도전하는 거 같습니다.
2. 박사과정 학생일 때에는 제가 학교와 지도교수님의 고객이면서 그들이 저를 새끼새처럼 보듬어주고 키워주는 느낌이 들었다면 확실히 포닥은 직장인이네요. 회사로 따지면 중간관리자의 입장이 되어서 위로는 교수들에게 치이고 아래로는 학/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치이는 기분입니다. 웃기는 건 돈은 박사과정 때 받던 stipend보다 약간 더 받으면서 고생은 더 하는 기분이라는 거죠.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니 어쩌겠습니까? 교수님들은 또 교수님들만의 고충이 있겠죠? 어쨌든 배우는 점도 없진 않은데 포닥을 정말 굴리는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4-5명이 보통 함께 쓰는 논문을 지금 저 혼자 멱살잡고 끌고 간다던지 하는.)
Q. 모두들 포닥으로서 노예같다는 기분 느끼시나요? 아니면 저만 이런가요?3.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하게되어 좋은 점도 있지만 도대체 다른 포닥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고 친분을 쌓거나 교류를 하는 것에도 제약이 있어서 답답한 점도 있습니다. 저는 포닥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코로나가 터져서 다른 포닥들을 볼 일이 없고 오직 제가 속한 랩멤버들과만 일하네요. 같은 랩에 속한 포닥들도 zoom으로만 보니 친분이 쌓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속을 터놓고 얘기하기도 한계가 있고요.
Q. 도대체 다른 포닥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나요?4. 이 모든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아직 가는 이유는 아직 제가 포닥 초년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성격상 인더스트리보다 학계가 더 맞는 거 같기 때문입니다. 비록 돈도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누군가의 오더를 받지 않아도 되고 논문쓰는 일이 아직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어떻게 느낄지 계속 두고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