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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자 발급 규제에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기술·비농업 분야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대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번 규제로 해외 고숙련 근로자와 전문직의 비자 발급이 막힌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IT 업체들은 개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외국인 기술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미 IT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내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공격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애플 등 빅5, 지난해 해외 기술인력 2만5000명 채용
미 IT 기업 CEO들은 정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자 발급 중단 결정을 비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 발표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민자들과 함께 서서 모두를 위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민은 미국 경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해왔다. 미국을 기술 분야의 글로벌 지도자로 만들고 구글을 오늘날의 구글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피차이 CEO는 인도 출신 미국 이민자다.
팀 쿡 애플 CEO도 트위터를 통해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은 늘 다양성에서 힘을 찾고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약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애플도 마찬가지”라며 “이 두가지가 없으면 새로운 번영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포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법무책임자는 “지금은 미국이 전 세계 인재 유입을 단절하거나 불확실성을 조성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이 소속된 경영자 단체는 22일 성명을 내고 “전세계로부터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받아 혜택을 받아온 미국의 힘과 혁신에 대한 공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미 테크 기업들이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비자 규제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번 조치로 인한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우수한 기술 인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IT 기업들은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애플·페북·구글 등 빅5기업이 H-1B(전문직) 비자를 통해 채용한 해외 고급 기술인력은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 2016년(1만1000명)과 비교해 2배 넘게 늘어났다. 그만큼 미 테크 기업들이 해외 출신의 기술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미국 전체로 보면 H-1B비자를 발급받아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2016년 35만7000명에서 지난해 39만9000명으로 11% 증가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주요 IT기업 직원 중 아시아인 비중은 평균 40%가 넘는다.
◇“비자 규제로 일자리 확보 효과는 미지수”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자 발급 중단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정부는 이번 조치로 향후 일자리 52만5000개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이번 비자 발급 규제 시행으로 입국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32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비자 발급 중단에 따른 내국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IT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최근 트위터 등 SNS 기업에 대한 규제를 담은 행정명령에 이어 평소 거리를 두던 실리콘밸리 기업에 타격을 줄 비자 발급까지 추진하자 미 테크 기업들도 대놓고 반기를 들며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43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