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북한에 삐라를 날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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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진통일 141.***.245.176 2188

    삐라야 날아라! 빨리 널리 퍼져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남북관계는 대화 단절상태가 지속되다가 지난 10월 2일 처음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렸다. 반년여 만에 북측 요구로 열렸으므로 그 의제(議題)가 무엇인가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북측은 엉뚱하게도 남한 민간단체의 삐라 날려 보내기를 거론하면서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남북관계에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낱 탈북자단체가 속행하는 삐라 날리기에 대하여 북한은 왜 그토록 신경질적으로 반발하는 것일까.

    강철환(姜哲煥)씨의 체험적 증언

    한국발전연구원은 지난 10월 24일 탈북자로서 국내외 지명도가 높은 강철환(姜哲煥)씨를 초청하여

    ‘북한의 인권과 경제난의 실상’ 제하의 조찬강연회를 가진바 있다. 지금은 ‘조선일보’ 정치부기자로 활

    약 중인 그 강철환 씨가 최근 남북 간의 논란 이슈인 삐라문제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밝힌 증언은 우리

    실향민들이 경청해야 할 의미를 지녔다.

    <내가 요덕수용소의 산 속에서 처음 발견했던 ‘남조선 삐라’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신기한 물건인가

    싶어 집어든 삐라 안에 남조선 대통령의 사진과 발전된 서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치 큰 죄를 지은

    죄인처럼 손발이 떨렸다. 북한 내에서 방영하는 TV는 물론, 모든 정보가 차단된 수용소에서 처음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순간이었다.

    수용소에 수감되는 순간 모든 정치범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오직 보위부의 처분만 기

    다릴 뿐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던 암담한 그 시절, 삐라 한 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했

    다. 함경도 산골짜기 요덕수용소 상공까지 삐라를 날리는 남조선의 기술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세상에

    서 숨겨진 요덕수용소에 삐라가 떨어진다는 것은 세상 누군가가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정보가 넘치는 남한에서야 북한 삐라가 대수롭지 않겠지만 외부와의 정보가 일체 차단된 북한에서 일

    반 서민들이 받아들이는 남조선 삐라는 너무나 의미심장하다. 그러므로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북한 주

    민들의 심리적 상태와 그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탈북자단체에서

    만든 삐라에는 그들이 보고 느낀 자유민주주의와 남조선의 참된 실상이 적혀 있다. 특히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김정일’의 추잡한 행동과 비판적 내용도 싣고 있다.

    황해도(黃海道) 등 군사분계선 가까운 지대에 밀집한 60만 인민군대와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정

    보가 더 차단돼 있어 그들은 먹는 음식만큼이나 외부 소식에 목말라 있다.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반세기가 넘는 세습독재가 가능했던 것은 무자비한 공포독재에 기인하지만, 중

    요하게는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완전하게 단절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소위 햇볕정책 아래서 수십만 명의 남한사람들이 북한을 다녀왔지만 그것은 준비된 대남요원(對南要

    員)들과의 만남이었을 뿐, 단 한 명의 북한주민들과도 속마음을 주며 소통할 수 없었다.

    최근 북한이 먼저 제의해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 관계자들이 삐라문제를 거론하며 흥분하는 것은 통일전선부가 애써 구축해놓은 ‘모기장 전략’이 삐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만들어진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모든 진실폭로가 담긴 삐라는 휴전선에 밀접한 군인들과 북한에서 가장 바깥세상에 어두운 황해도 농민들에게 충격을 준다.

    김정일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을 전하는 삐라가 모기장을 뚫고 들어와 북한주민들과 군인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를 향해 북에 풍선삐라 보내기를 자제하도록 쓸데없는 걱정이나 할 것이 아니라 돕지를 못하겠거든 훼방 놓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방관(傍觀)만 할까?

    대북 삐라 날려 보내기 사업은 자유북한운동본부, 기독탈북인연합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납북자가족모임 등이 주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형비닐에 수소(水素)가스를 넣은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수만 장의 삐라와 지폐(美中國貨), 라디오 등을 담은 부대를 매달아 고공 기류까지 날려 3단계 타이머로 단,중,장거리에서 터지도록 한다. 가위 ‘종이폭탄’인 셈이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이후에도 10월 10일 서해에서, 10월 27일 동해에서, 11월 5일 임진각에서 수십만 장을 띄워 보냈다. 그 비용은 탈북자, 남북자가족단체가 어렵게 자체조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고 하면 이북도민회나 시군민회, 청년회, 부녀회 등에서 수수방관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 차 내한한 ‘수전 숄티’ 여사가 10월 10일 서해 무의도에서 있은 삐라 날려 보내기 행사에 동참하고 “북의 인권을 모른 체 하면 훗날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 말은 정문의 일침 같다.

    특히 황해도민들이 “삐라야 날아라! 빨리 퍼져라!!” 운동에 팔짱만 끼고 있다간 훗날 무슨 낯으로 북한동포를 만난단 말인가. 곧 동참해 나서야 한다.

    이경남(李敬南) 한국발전연구원 원장

    (황해도민 신문 객원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