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시절에 대한 단상

  • #103756
    hssgfhsfgj 72.***.204.9 2932
    알고지내던 한동네 지인과 오랜만에 술을 마셨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한인중에 가장 부자이신 분 입니다. 알고 지낸지도 14년째 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에 사업차 한국에 자주 드나드신 모양입니다.

    아마도 투자문제였던 것 같고, 한국지방병원이나 중소도시 학원유치문제등 제법 굵직한 투자사업인듯 해 보였습니다.

     

    워낙 사업수완도 좋고, 부자답지 않게 마음도 따듯한 분이라서 제가 좋아하는 분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재산이 늘어날 수록 지난 10여년간 그분이 한국사회와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들면, 반값 등록금에 대하여도 부정적이셨는데, 그 이유는 학교도 나름대로 재정문제가 있을터이고, 갑자기 반값이 되거나 하향조정이 된다면, 학교운영자측에도 억울한 사정이 있을것이란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대학같지 않은 대학들이 제법 있으니, 이러한 엉터리 대학들을 정리하면, 이들 대학에 지급되었던 정부의 대학보조금이 남을 터이고, 그 돈만큼 대학생들 학비보조로 사용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나름대로의 해결방안도 제시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부자대학인 연고대나 성균관대같은 대학들도 당연히 반값등록금정책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제 술을 함께 마신 부자지인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생각 입니다.

     

    오늘 숙취로 늦게 일어나서 해장하고 한국의 방송뉴스를 보게되었는데, 용산재개발사업때처럼, 지금 명동지역에서 재개발때문에 길거리로 쫓겨나게된 영세사업자들의 딱한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중의 한분은 노태우 정권때 분신으로 노점상 철거 저항을 했던 분의 따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관한 사연이었는데, 참으로 한국사회라는 곳이 과연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회이며, 그 축적된 부에 상응하는 성숙한 사회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 식당 주인인 따님은 이미 5년넘게 식당을 운영하다가, 길거리로 쫓겨나게 생겼는데, 그녀가 그 식당개업때 지급한 권리금과 식당내부 수리비등은 3억정도이고, 지난 5년동안 구축한 상권및 단골손님등에 대한 일체의 보상도 없이, 단지 몇백만원만 재개발 시행사측으로부터 지급받고, 가게를 비워 주어야 한다는 현실 이었습니다.

     

    분신으로 숨진 그식당주인 여자의 아버지는 분신하게된 노점상을 운영하기전 대기업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조운동에 가담한 사실때문에 직장을 잃었다는 분이었습니다.

     

    용산재개발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이었고, 그 결과 용산참사라는 해당재개발 지역 중소영세 상인들(주로 식당업) 6명이 불에타 숨진사건이었습니다. 필히 이번 명동재개발사업 또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주도 하고 있을게 분명합니다.

     

    다시 어제 함께 술을 마신 제 동네 지인의 시각으로 돌아다 보면, 경제발전을 위해선 누군가 희생당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희생은 항상 당하는 사람들만 당하고, 경제성장의 열매는 항상 따먹는 사람만 따먹고 있다는 점 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성장해야, 그 과실도 가난한 분들에게 나누어 진다는 소위 “트리클 다운(Trickle Down)”효과는 더이상 사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사업을 성공하여 부를 일군 제가 어제 함께 술마신 분들은 트리클 다운 효과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지만, 이런분들의 숫자들이 일반 사람들의 숫자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서, 그다지 옳은 생각은 아닌것 같습니다.

     

    미국도 결국 부자들은 경제가 나빠져도, 국민들 세금으로 부자자신들의 손해를 보상받고, 세금이 그만큼 쓰여진 대로, 가난한 일반국민들에게 돌아갈 복지부분들이 대폭 축소되어지는 형국입니다.

     

    이세상에 자본주의라는게 꼭 미국식이나 한국식 자본주의만 존재하는것도 아니고, 북유럽식, 프랑스식, 벨기에식, 캐나다식 자본주의등등 아주 다양한 자본주의 사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유독 극소수의 부자들만 영원히 배부르고, 대다수 일반인들의 삶은 갈 수록 팍팍해지는 미국식또는 한국식 자본주의는 아주 질이 않좋은 자본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동시에, 이러한 약자들 강탈하는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이나 한국에서 제 자식들, 그러니까 다음세대의 생활이 이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이들에게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좀더 상식적인 자본주의가 운영되는 국가로 이민을 권유할것인지,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 76.***.39.133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사실 모든면에서 미국 카피하기에 바쁩니다. 이미 많은걸 카피했구요. 이제 와서 보니 내게는 대부분 좋지 않은것들이지요, 많은 한국에 사는 소위 “지도자”층들은 상관없어하겠지만. 어쨌즌 사회가 복잡해지면, 카피를 해야 할 어떤 “모델”들이 필요한데, 한국은 “미국”을 그대로 아무런 비판없이 (사실 비판능력자체가 있을수가 없지요) 그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꼭 한두번씩 망해보고, 밑바닥을 경험해보아야 합니다. 그경험을 통해서 다시 성공했을때 그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을 돌아볼줄 알아야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란게 항상 올챙이적 생각은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들이 있더군요. 돈이 많아지면 생활방식도 변하지만 사고방식 자체도 변해버립니다. 제 주위에서도 많이 경험하고 있구요. (Even a faithful Christian friend too! “Being Faithful” can actually mean in many different ways in people’s term though.)
      그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성공한 사람중에, 자신의 가난한 시절에서마저 주변의 가난하고 약자인 사람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자신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도와주려는 자세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사람은 성공해서도 그 자세를 견지할 확률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보통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거나 부자거나에 상관없이 자기와 자기 가족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고, 또 어떤 종류의 보통 사람들은 , 내가 부자가 되거나 복권에 당첨되면, 그때는 가난한 사람도 도와주겠다라는 식으로 조건부 장래 사회사업가형 생각으로 자기 만족을 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 사람들도 사실 자기가 부자가 되는 상황이 오면, 자기중심적인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기적인 삶을 사는데 돈을 써야할 또다른 이유들이 더 중요해지지요. 그냥 조건부 사회사업가같은 생각만으로 자신의 자아를 자위하면서 살고 싶은거지요.

      뭐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르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고. 그렇다고 보편적으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게 상대적으로 되는건 아닌데도요.
      그래서 내가 물질적으로 성공을 했을때 꼭 돌아보아야 할 글들인거 같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물질적인 성공을 계획해나갈때에, 내가 무엇을 위해서 (물질적인) 성공을 꿈꾸는지 꼭 점검해가면서 일하는것도 중요한거 같습니다. 안그러면 일과 물질에 그냥 함몰되면서 살게 될거 같애요. 사실은 물질의 노예가 되는거죠.

    • tracer 98.***.201.12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많은 부분 동감하는 바입니다.
      요즘 장하준 교수의 책을 처음 읽고 있는데 원글에서 표현하신 점들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권합니다. bad samaritans,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 40년차 99.***.132.30

      많이 살지 않았지만 지켜본 봐 온바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진 것이 지나치게 많으면 주위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기 힘든게 인지 상정인 것 같습니다. 돈이 많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면 주위에 돈빌리려는 사람들만 들끓겠지요. 적당히 있거나 없는 사람은 대신 타인을 대할때 색안경을 안끼고 봐도 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때도 맘은 편하겠구요. 없는 사람들은 자기 형편이나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없는 사람들끼리 많이들 빌리고 갚고 하는 사이라 봉사단체에 자선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친구나 맘 터놓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돈 버는 데만 몰입하고 그렇게되면 주위로 부터 더 소외되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삶만 살지 않을까요.
      돈도 많으면서 이웃들과 웃고 지내는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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