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랑 일하는 게 힘드네요

  • #3940440
    box 52.***.43.25 1469

    제가 거쳐온 지도교수들만 못해도 박사과정, 포닥 포함 5명 이상은 되는데
    요즘 이 지도교수랑 일주일마다 만나는 게 고역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인데 이미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가 된 사람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겠다 생각을 했고
    저 사람은 교수직이 이번 생에 처음일텐데 참 자연스럽게 해내는구나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항상 겉으로는 저를 지지한다 (supportive) 한다고 말하지만
    하는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과내에서 다른 시니어 교수가 쳐낸 과제가 2020년 임용된 조교수인 이 교수 (앞으로 교수 A라 칭함)에게 흘러들어왔는데
    이 교수가 하기 싫으니까 결국 저한테 흘러들어와서 제가 지금 꾸역꾸역 마무리 중이고요.
    반면에 한번은 저의 research interest와 밀접한 과제에 공저자로 참여할 기회를 같이 일하는 다른 교수가 추천해줬는데
    저는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리고 workload도 별로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교수 A는 제가 맡은 자신의 다른 과제들의 진행에 영향이 갈 것을 우려했는지
    OO 는 지금 이미 맡은 과제가 많으니 다음 기회에… 라고 자신이 쳐내더라고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도
    career development award 지원 때에 제게 도움되는 방향의 지원을 전혀 해주지 못했고
    그 때 저도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점점 쌔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2023년까지는 설마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라고 애써 생각하며 살다가
    2024년부터는 이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저도 마음의 거리를 두면서
    마침 저의 펀딩 소스도 T32로 바뀌면서
    2024년 부터는 교수 A, B, C로부터 공동 멘토링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고민 결과 교수 A에게 8월부터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만나자 (근거를 들어가면서)고 제안도 할 참이고요 (이것도 수개월간 고민해왔음)

    아직 교수직을 잡지 못한 저는 영원한 약자이기때문에
    추천서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최대한 좋게좋게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좀 열받는 일이 있었는데요
    1. 제가 교수 A, B, C로부터 공동 멘토링을 받은지는 1년이 넘었으나
    얼마전에 처음으로 저 포함 4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주된 목적은 제가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와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고자 함이고요.

    드러나지 않는 계획은, 교수 A가 저에게 몇번이고 제가 받는 T32 fellowship과 제가 실제 받는 연봉의 간극(제가 받는 연봉 – T32 fellowship)을 자신이 메꿔왔다고 해왔는데 (이말을 오늘도 포함해서 몇 번을 하는지 몰라요;)
    제가 지금 맡은 프로젝트 80%는 교수 A랑 하는거니까 당연하다고 저희 둘 다 동의했거든요;
    아마 앞으로 (제가 받는 연봉 – T32 fellowship)을 자기 혼자 부담하기 싫어서 미리 이런 초석을 까는 거 같다고 저 혼자 짐작중입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서 제일 시니어인 교수 B가 조언하기를
    앞으로 새 연구 프로젝트를 고르거나 구상할 때 뭐가 되든 너가 가장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라 라고 한 적이 있어요.
    교수 B는 저와 처음으로 일대일 미팅을 한 순간부터 똑같은 말씀을 해와서 그러려니 하고 저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미팅에서 교수 A가 교수 B가 한 그 말을 굳이 다시 꺼내더니,
    자신이 그 말에서 행간을 읽기에는 제가 그동안 관심없는 프로젝트들을 해와서 고생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식겁해서, 나는 나의 모든 연구 프로젝트들을 좋아한다 (저한테 흘러들어온 과제도 현재 어쨌든 제 입장에서 논문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해나가는 중이고요), 그리고 교수님 B 는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셨기에 전혀 그런 식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했며 진땀을 뺐네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피곤합니다.

    2. 그리고 제가 지금 받는 T32 펀딩이 내년 여름 이후로는 renew여부가 불투명한데
    그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짜보자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제안에 감사드리면서
    나는 지금 건강이슈도 있어서 내년 여름에는 수술을 받을 계획이고 만에 하나 이번에 잡마켓에서 또 안되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 (이 학교에서 떠나는 것)도 감안할 것이다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신께 맹세코 결코 감정적이지 않았거든요?
    근데 갑자기 교수 A가 혼자서 감정적으로 되더니 can we hug? 하더라고요.

    저는 좀 당황했고 동성임에도 별로 hug하고 싶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 팔을 벌리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안아줬습니다.

    저는 이런 백인들의 문화가 절대 적응이 안되어요
    왜냐하면 이들이 정말 저를 걱정하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저를 동정+우월감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마치 자기만족을 위해서 위로해주는 척 hug를 하자고 하는 거 같아서
    솔직히 꼴보기 싫더라고요.

    제가 꼬인거라면 할 수 없는데
    오래 전 제가 난처한 처지에 있을때 갑자기 위로해주겠다고 달려온, 평소에는 말 한마디 안 섞는 African American 학생이 보인 표정과 반응이랑
    이 교수 A의 표정과 반응이 놀랍게 똑같았는데
    그때도 오늘도 전혀 위로받는 기분이 들지 않았거든요.

    기분이 좀 그래서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좀 익숙해질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힘드네요. 무뎌지려고 해봐도.

    • 지나가다 47.***.50.183

      익숙해지는것도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냥 시간이 간다고 저절로 되는건 없는듯.

      • box 52.***.43.25

        맞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기분 나쁜 건 똑같더라구요 ㅋㅋㅋ 빠른 탈출이 유일한 답입니다

    • 지나가다2 174.***.167.239

      그 교수도 실적스트레스가 있고 님도 잡마켓 스트레스가 있죠. 벌써 몇년간 포닥으로 계신것 같은데 그분이 멘토지만 입장바꿔 생각하면 지금 6년차 주니어 패컬티로 고군분투 하고 있을겁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너무 많은 생각, 의미 부여 마시고, 오직 논문 삘리 내서 탈출하는것 그거 하나에만 집중하세요. 이 사람이 싫고 가식적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나에게 도움 되는거만 잡으면 됩니다.
      그간 지도교수 많이 겪었더라도 지금 님이 이미 박사받은 상태기때문에 이 지도교수를 대하는 님의 태도나 기대수준이 많이 다를겁니다. 지도교수들도 석사생 박사생이랑 내가 월급대는 포닥에 대한 기대가 다르니까요.
      스트레스 많은 상황일텐데 힘내시고 신속 탈출 기원합니다.

      • box 52.***.43.25

        공감합니다. 지도교수도 티는 안내지만 나름 고충이 있었겠죠. 지도교수도 제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분명 있겠구요. 제게 주어진 논문들 최대한 모두 빨리 마무리하고 동시에 취업도 해서 떠나는 것에 요즘 몰두하는 중이었는데 어제 멘탈이 흔들렸네요ㅠ

    • 131.***.254.11

      느낀대로 일겁니다. 방법없어요 그냥 최소한의관계만 유지하고 빨리 잡잡아 나가는 수밖에

    • 민들레영토 162.***.127.56

      교수가 변한게 아니라 님이 변한거임..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음.. 빨리 탈출하는 수 밖에..

      • box 52.***.43.25

        그런 면도 없잖아 있겠죠. 인정합니다!

    • 조언 104.***.40.169

      문화차이에 이질감을 느끼는 듯
      이해하고 바라보면 어떨까요?
      먼저 미국문화가 적당히 일하기
      한국은 많이 일하는게 능력을 인정받는거라 더 많이 일하는데….미국은 적당히
      그러니까 교수가 님이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힘들까봐 그런 듯.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으면 교수한테 직접 난 이일도 하고 싶어요라고 요구하세요.
      원한다고. 근데 한국문화로는 마음속에서 수십번 외치고 편하실대로….상대방원하는 방향으로 쫒아가죠?
      그러다 이렇게 자꾸 오해만 쌓이고 불신에다 결국 폭발하는
      개인주의인 미국인들 상대방 힘들면 정말 가식적으로 들리는 아엠쏘리…..
      도와주지 않고………걍 쏘리….진정 미안이란 뜻과 쏘리는 다른건가?
      그러니 감정적이지말고 단순하게 솔직하게 말해요.
      화낼까봐 거짓말하면 서로 힘들어져요.
      마음에 안들면 안든다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 그러니 나좀 도와주라
      그래도 생까면 아…… 날 싫어하나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아무리 비위맞춰도 본인을 싫어하면 그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는 놈에게 떡도 줍니다.
      시끄러우니까 귀찮으니까 그러니까 원하는 것 있으면 가서 찡찡거려보면 해줄거에요.

    • K 73.***.182.97

      다른 드릴 먈씀은 없구여, 최악의 상태가 와도 out of control은 되지 마세요… 어떻게 해서든요…

      • box 52.***.43.25

        Out of control이란게 폭발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열받을 때마다 그냥 표정관리가 힘드니까 최대한 이 자리를 빨리 피하는 게 상책+집에와서 배우자붙잡고 하소연하거나 진짜 쌓이고 쌓이면 이런데에 풀고 있습니다 ㅎㅎㅎ 지도교수가 저한테 하는 거 보면 나름 잘 대처중인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가려구요 & 최대한 빨리 떠나기ㅠ

    • 지나가다1 208.***.97.173

      거옛날생각나는구먼
      그 개색휘 이색휘가 나한테한짓 생각하면 진짜 총으로 쏴버려싶지만 내 사회적 지위가? 있고 프로페셔날하게 매장 잘시키기고있으니 그걸로 만족중이긴한데
      이리저리 많이들 돌아다닌듯한데 영주권? 해결되는즉시 딴곳을 찾는게 나을수도. 물론 말로는 도와줘서 생각해줘서 고맙다 릾서어비스는 읻지마시고. 글구 나중에 인생에 발에걸리는게 교수임. 나도그렇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 TX 97.***.67.252

      맞아요 좋은 추천서도 그렇고 나중을 위해 절대로 감정적인 끝맺음으로 헤어지면 안됩니다. 중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이 내 감정을 공격하지 않게 많이 놓아버리세요. 잘 견디십시요.

      • box 52.***.43.25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보다 학계에 남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걸 깨닫고 제 분야는 특히 좁기에 최대한 좋게좋게 가려고 합니다. 힘들지만 이게 진정한 사회생활이겠죠

    • 글쎄 174.***.225.101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 느낌으로는 A 교수가 테뉴어로의 프로모션을 위해 님을 좀 더 부려먹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님의 감정적 동의를 주지도 못한 상황의 허그를 요청하는 것도, 자신의 이득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고요,
      님이 현 상황에 긍정적인 댓글을 달지 못해 좀 죄송한 마음은 들지만,, 대신 A교수가 테뉴어가 되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려나요?

      기존 프로젝트를 기존처럼 성실히 하시면서 평판 좋으신 테뉴어 교수님과의 일을 좀 늘려보시는 것이 현 상황에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box 52.***.43.25

        전혀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내심 하고 있던 생각이었고요. 남은 시간동안 같이 일할 교수님들은 시니어 교수님들이고 배울 점도 많지만 아쉽게도 제 전공분야는 아닙니다. 그래도 이 분들을 거쳐 어쩌면 나름 빅가이인 분이랑 연결이 될 가능성도 있고요. 글쎄님이 정확히 보셨듯이 마지막 문장인 ”기존의 일을 열심히 마무리하면서 평판좋은 테뉴어받은 교수님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 남은 시간 (잡마켓도 두드리면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 민들레영토 163.***.133.122

      혹시 인도계 교수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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