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

  • #3551808
    칼있으마 73.***.151.16 257

    생명이 위험한
    지독히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
    망설임 없이
    지하철도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감동,

    난 그럴 수 있을까?……부끄러움.

    누군지의 글,
    몇 줄을 더듬다 끝낸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
    가득 고이는 눈물.

    내가 사람인지 안 사람인지
    내가 나면서도 나도 잘 날 잘 몰라
    가끔 확인해 보고자픈 생각이 들어도

    혹 사람이 아닐까 겁나
    확인하는 걸 미뤘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내가 아직은 사람이구나.

    아니

    사람인 구석

    이 조금은 남아있긴 있구나……자뻑.
    .
    .
    .
    .
    .
    두루뭉수리한 몸으로
    대화 묶음을 툭툭 던지며

    한 묶음에 한 발짝씩,
    찔끔찔끔 나만의 자뻑 안으로 겨 들어오는 마눌의
    분위기 조지는 일 썰,

    “붴을 개비해야 쓰겄어.”
    .
    .
    .
    .
    .
    뒤꼍으로 난 널문을 닫아
    어두컴컴한 공간 안으로
    눈꼽재기창 나무살을 비집은 햇살이
    45도를 유지하며 내려꽂히고 있는

    붴.

    살강마다
    차곡차곡 얹어놓은 그릇들이 아기자기했고

    벽에는
    소쿠리며 이남박들이
    크기대로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데

    뒤태가 꼭
    지금의 마눌의 궁뎅이 같았다.

    정해진 용처가 다 있을 물건들,

    볼 때마다

    엄마의 차분한 마음이 읽혀졌었는데.

    큰, 중간, 작은 아궁이 순으로
    큰, 중간, 작은 솥들이 걸려 있었고

    바가지

    는 늘 깨끗이 씻겨
    큰 가마솥 뚜껑에

    요염하게

    엎어져 있었다.

    지금같으면 상상도 못 할
    그래서 거기서 나오는 음식은
    먹어선 안 되는
    아니
    못 먹는다고 할 붴.

    바닥도 흙였고
    부뚜막도 흙였고
    벽도 흙였어도

    엄마가
    매일 새벽마다 첫물을 떠놓고
    빌고 빌며 기원한 치성때문만였을까?

    무병으로

    내가 이만큼 크고 자라 늙은 게?

    아니다.

    엄마가 매일매일 붴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덕였던 거다.
    .
    .
    .
    .
    .
    엄마까진 기댈 하진 않지만

    붴의 모양새와 음식관,
    특히 맛관,

    나아가 건강관, 위생관
    전혀 상관이 없음임에도

    공이나 정성을 들일 생각은 커녕
    닦고 조이고 기름칠할 생각은 커녕
    음식이나 하나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낼 생각은 커녕

    코로나 끝나면
    한국에서 처가식구들이 온다고

    오로지

    폼,

    개폼 하날 때려잡겠다고
    멀쩡한 붴을 개비하겠다니.
    .
    .
    .
    .
    .
    마눌의 대화다발을
    홀대론 안 되겠다 싶어 좀 강하게
    개무시쪽으로 가닥을 잡곤

    커피나 한 잔 가져와.

    아직도 내가 절 보면
    온몸이 노곤하게 물크러지는
    연애시절의 그런 사랑이 남아있는 줄 아는지,

    더군다나
    치밀하게 내 심리를 연구, 파악하여

    계획적으로 디데일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잡은 건

    혹여 내 맘이 이 날이라서
    약간은 말랑말랑해졌을 지도 모르니
    그 틈을 노리면 자동으로

    옛쓰.

    란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란 걸
    당연으로 기대를 하며

    벙싯거리던 마눌의 얼굴이
    금세 소태를 뒤집어 쓰더니

    “됐어. 갖다 마시든지말든지.”

    쾅!!!

    문을 닫고 들어가는데

    마치 팔쩜영의 강진이
    집을 반으로 쪼개버리는 것처럼
    집이 뿌리채 흔들거렸다.

    아, 진쫘

    주먹이 운다.
    .
    .
    .
    .
    .
    그래,
    내 언젠 네게 뭘 기대한 적 있었더냐.

    커필 리필하러 내려간 붴엔
    산 같이 쌓인 설거지거리들,

    그럼 그렇지.

    리필하곤 지나치다 척,
    눈에 걸리는 것 하나.

    씻다만 바가지 하나가
    설거지거리 옆에 엎어져 있는데

    꼭, 딱, 똑
    마눌 궁뎅이 같다.

    걸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래,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냥,

    마눌 기분이나 좀 풀어 줘?~~~

    • rewr 24.***.243.45

      니노무 주먹은 울줄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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