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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험한
지독히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
망설임 없이
지하철도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감동,
난 그럴 수 있을까?……부끄러움.
누군지의 글,
몇 줄을 더듬다 끝낸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
가득 고이는 눈물.내가 사람인지 안 사람인지
내가 나면서도 나도 잘 날 잘 몰라
가끔 확인해 보고자픈 생각이 들어도혹 사람이 아닐까 겁나
확인하는 걸 미뤘었는데오늘 아침에 보니
내가 아직은 사람이구나.아니
사람인 구석
이 조금은 남아있긴 있구나……자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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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뭉수리한 몸으로
대화 묶음을 툭툭 던지며한 묶음에 한 발짝씩,
찔끔찔끔 나만의 자뻑 안으로 겨 들어오는 마눌의
분위기 조지는 일 썰,“붴을 개비해야 쓰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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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꼍으로 난 널문을 닫아
어두컴컴한 공간 안으로
눈꼽재기창 나무살을 비집은 햇살이
45도를 유지하며 내려꽂히고 있는붴.
살강마다
차곡차곡 얹어놓은 그릇들이 아기자기했고벽에는
소쿠리며 이남박들이
크기대로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데뒤태가 꼭
지금의 마눌의 궁뎅이 같았다.정해진 용처가 다 있을 물건들,
볼 때마다
엄마의 차분한 마음이 읽혀졌었는데.
큰, 중간, 작은 아궁이 순으로
큰, 중간, 작은 솥들이 걸려 있었고바가지
는 늘 깨끗이 씻겨
큰 가마솥 뚜껑에요염하게
엎어져 있었다.
지금같으면 상상도 못 할
그래서 거기서 나오는 음식은
먹어선 안 되는
아니
못 먹는다고 할 붴.바닥도 흙였고
부뚜막도 흙였고
벽도 흙였어도엄마가
매일 새벽마다 첫물을 떠놓고
빌고 빌며 기원한 치성때문만였을까?무병으로
내가 이만큼 크고 자라 늙은 게?
아니다.
엄마가 매일매일 붴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덕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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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까진 기댈 하진 않지만붴의 모양새와 음식관,
특히 맛관,나아가 건강관, 위생관
전혀 상관이 없음임에도공이나 정성을 들일 생각은 커녕
닦고 조이고 기름칠할 생각은 커녕
음식이나 하나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낼 생각은 커녕코로나 끝나면
한국에서 처가식구들이 온다고오로지
폼,
개폼 하날 때려잡겠다고
멀쩡한 붴을 개비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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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의 대화다발을
홀대론 안 되겠다 싶어 좀 강하게
개무시쪽으로 가닥을 잡곤커피나 한 잔 가져와.
아직도 내가 절 보면
온몸이 노곤하게 물크러지는
연애시절의 그런 사랑이 남아있는 줄 아는지,더군다나
치밀하게 내 심리를 연구, 파악하여계획적으로 디데일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잡은 건혹여 내 맘이 이 날이라서
약간은 말랑말랑해졌을 지도 모르니
그 틈을 노리면 자동으로옛쓰.
란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란 걸
당연으로 기대를 하며벙싯거리던 마눌의 얼굴이
금세 소태를 뒤집어 쓰더니“됐어. 갖다 마시든지말든지.”
쾅!!!
문을 닫고 들어가는데
마치 팔쩜영의 강진이
집을 반으로 쪼개버리는 것처럼
집이 뿌리채 흔들거렸다.아, 진쫘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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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언젠 네게 뭘 기대한 적 있었더냐.커필 리필하러 내려간 붴엔
산 같이 쌓인 설거지거리들,그럼 그렇지.
리필하곤 지나치다 척,
눈에 걸리는 것 하나.씻다만 바가지 하나가
설거지거리 옆에 엎어져 있는데꼭, 딱, 똑
마눌 궁뎅이 같다.걸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데,그래,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냥,마눌 기분이나 좀 풀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