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 #409291
    이야기 24.***.210.55 3410

    요즘들어 매일 바쁘지만 특히 월요일은 더욱 바쁘다.

    언제나 처럼 월요일에는 화요일 오후에 있는 미팅준비와, 지난주 실험한것에 대한 리포트를 써야하고 이를 오후시간에 이메일로 제출해야 한다. 저저번주 부터는 땡스기빙 때문에 미팅스케쥴이 꼬여서 워킹데이로 치면 4일에 한번씩 미팅하고 보고서 쓰느라 더욱 더 정신이 없다. 미팅과 리포트에 하나라도 더 데이터 집어넣기 위해서 아침부터 정말 쉬는시간 없이 일했다. 더군다나 오늘 월요일에는 저녁에 성가연습하러 가야 하기에 적어도 5시 반에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실험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조금 늦었다. 퇴근길, 차의 속도를 내고 싶은데 길은 왜이리 막히고 더디기만 하는지…

    막힌 고속도로를 간시히 지날무렵 어디선가 띠리링 전화가 왔다. 얼핏보니 반가운 사람으로 부터다. 아, 점심때 내가 전화해서 메세지 남겼지 라는 생각이 버뜩들며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커다랗고 씩씩한 목소리다.그런데 뭔가 느낌이 평소와 다르다. 그 사람이 전화속에서 뭐라뭐라 하는데 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냥 머릿속이 하얗게 백짓장이 되는것 같다. 내가 할수 있는 말은 그저 어, 어 하는거 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 그 순간 내머릿속에 버뜩 든 생각은 차사고가 날지 모르니 조심 운전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전하던 차의 속도를 한껏 줄이고 조심조심 운전한다.

    그 사람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내게 부탁을 한다. 아마 이사람은 오늘 내게 이런말을 하기전에 어떻게 말해야 서로에게 상처가 남지 않을까 수도없이 고민했을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오늘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을 보면 옛생각이 난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대학다닐 때, 지금처럼 세상에 찌들지 않고 한참 순수하고 꿈많던 그 시절의 내가 생각이 난다.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어린시절 나의 꿈. 그래서 일까? 왠지 자꾸만 보고싶고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안돼는줄 알면서도, 어림 반푼없는 생각이란 것도 알면서도 그 사람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은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그리도 용기가 안나는지… 이번에는, 이번에는… 결국 그 사람이 이런 내 마음을 먼저 눈치챘나 보다.

    현명한 그 사람이 더이상 내가 아프지 말라고 예쁘게 좋은식으로 말해주었다. 그 마음 씀씀이에 고맙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이번에 만나면 반드시 얘기하고 싶었는데, 비록 거절받더라도 한번은 내 입으로 말해보고 싶었는데… 그 사람으로 부터 먼저 거절의 메세지를 받았다.

    나이를 먹어서 일까? 거절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않다. 사실 어렸을땐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놈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사람을 참 아프게 한다. 아마 앞으로 당분간 아플것 같다. 몇일일수도, 아니면 몇주 혹은 몇달 일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렇게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겠지…

    성가연습이 끝나고 위스키 몇잔을 들이켰다. 얼굴이 금방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흔들린다. 이제는 자야겠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푹 자야겠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 보고싶고 생각나는지…

    • 꿈과희망 76.***.171.16

      항상 꿈을 잊지 마세요. 오늘은 비록 힘들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더 좋은 분이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 흑.. 68.***.205.130

      20대 후반에 한국에서 한참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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